그러다 “거기 우리 동네야”라는 말을 할 수 있게 된 건 친구들과 가까이 살기 시작하면서였다. 차를 타고 이동하지 않아도, 만나고 싶을 때 걸어가서 만날 수 있는 친밀한 존재가 있다는 것이 내게 주는 안정감은 생각보다 컸다. 동네에서 자주 만나니 당연히 자주 가는 카페나 음식점이 생겼고, 거길 ‘단골집’으로 부르면서 동네에 대한 애정이 커졌다. 메뉴도, 탁자 모양이나 위치도, 주문하면 나오는 음식의 맛도 모두 익숙해서 편안한 공간. 다소 쌀쌀맞은 서울의 어딘가에 내가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집 말고 하나 더 있다는 것, 좋아하는 사람들을 그 공간으로 초대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와인 바 ‘클로스’는 내게 그런 단골집 중 하나다. 지하철 출구를 나오면 바로 보이는 작은 와인 바였는데, 내추럴 와인을 잔으로 판다는 것 때문에 한 번 두 번 가기 시작한 게 단골로 이어졌다. 언제나 좋은 음악이 흐르고, 무엇보다 조금 무심한 사장님이 만들어놓은 적당한 거리가 좋았다.
위에 내가 ‘단골집 중 하나’였다’고 쓴 이유는 얼마 전 클로스가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2년 전 우리 동네에서 다른 동네로 클로스가 이사 갈 때도 속상했지만, 그래도 다른 동네에 있는 단골집이어서 괜찮았다. 매주는 아니겠지만, 생각날 때 들를 수 있으니까. 하지만 클로스가 문을 닫는다는 공지를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정말 오랜만에 슬픔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여기서 느낄 수 있었던 경험은 클로스여서 가능했는데, 이젠 그걸 할 수 없다는 게 슬펐다. 단골집은 그곳이 내게 고유한 경험을 주기 때문에 단골집이 되는 것이므로. 오늘의 선곡과 추천받을 와인과 강아지 알바생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 모든 것이 편안하게 배치돼 있지만 잘 보면 어느 하나 예쁘지 않은 게 없는 공간을 확인하는 것. 아쉬운 마음에 찾아온 손님들로 마지막 날까지 북적북적한 걸 보면 아마 나랑 비슷한 사람들이 서울 어딘가에 많았던 모양이다. 이 슬픔은 남은 단골집에 자주 가는 것으로 승화해야지! 이사를 해야 해서 낯선 동네에 떨어져도, 그 동네를 우리 동네라고 부를 수 있는 방법을 이젠 몇 가지 안다. 그중 하나를 알려준 내 고마운 단골집 클로스, 안녕.
홍진아
」Copyright ⓒ 엘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지금 쿠팡 방문하고
2시간동안 광고 제거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