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다사다난했던 계묘년이 저물고 있다. 올해도 소비심리 위축, 내수시장 침체가 이어지며 경제·산업계가 추운 한해를 보냈다. 연말에 정치적인 이슈마저 불거지며 예년보다 불확실하고 차가운 분위기가 대한민국을 감돌고 있다. 폴리뉴스에서는 올 한해 경제 및 산업계에서의 주요 이슈를 돌아보며 결산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폴리뉴스 이태윤 기자]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이슈였다. 고(故) 임성기 창업주의 모녀(송영숙·임주현)와 형제(임종훈·임종윤)가 경영권을 갖기 위해 각자의 치열한 전략으로 다퉜다. 여기에 한미약품그룹의 최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두 진영의 키맨(Key Man)이 되며 영화에서 볼법한 반전을 보여줬다. 현재까지는 모녀측인 4자연합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지만, 오는 2025년 3월에 열리는 주총에서 또 다른 변수가 생기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19일 서울교통회관에서 열렸던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가 4자연합(신 회장, 송 회장, 임 부회장, 라데팡스) 측의 승리로 끝이 났다. 4자연합으로부터 경영권을 쟁탈하려 했던 형제(임 대표·임 이사) 측은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와 신 회장의 이사회 해임안을 임시주총에 상정했지만 특별결의 안건 통과 기준인 66.67%를 넘지 못하며 실패했다.
치열했던 한미약품그룹 경영권분쟁 모녀 측 우위로 일단락
앞서 한미약품의 경영권 분쟁은 송 회장·임 부회장 두 모녀가 OCI와 통합법인 출범을 시도하며 시작됐다. 고(故) 임 회장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됐던 모녀는 OCI에 지분을 팔아 자금을 마련하려고 했다. 하지만 형제 측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지 못했다는 등의 이유로 OCI와 통합법인 출범을 반대하며 나섰다. 결국 지난 3월 열린 첫 주주총회에서 한미약품 최대주주 신 회장의 통합법인 출범 반대로 형제측이 경영권을 획득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끝날 줄 알았던 경영권 싸움은 모녀 측의 재탈환으로 다시 시작됐다. 형제 측의 손을 들었던 신 회장이 모녀 측과 주식매매 의결권 및 공동행사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동시에 모녀 측은 신 회장과 함께 회사를 전문경영인 체제로 이끌어간다고 선언했다. 신 회장은 평소 형제 측이 경영 등에 문제가 많다고 판단했다며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또 모녀 측은 라데팡스에도 지분을 판매하며 신 회장·송 회장·임 부회장·라데팡스로 구성된 4자연합이 탄생했다.
하지만 형제 측이 크게 반발하며 4자연합 측의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전무로 강등시키고 모녀 측과 고소·고발전을 이어갔다. 형제 측과 4자연합 측은 각각 지난 11월 28일(한미사이언스)과 12월 19일(한미약품)에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각자의 사람을 이사회에 앉히려고 했다. 하지만 두 총회 모두 4자연합 측의 사람들이 이사회에 앉으며 모녀 측이 경영권에 대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이로써 형제 측의 재탈환 기회는 내년 3월 열리는 한미약품 주주총회로 넘어갔다.
CDMO 시장에 진출한 셀트리온... 공급과잉 우려 있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의약품위탁개발생산(CDMO) 시장 진출이 2024년에도 활발하게 이어졌다.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 새로운 캐시카우를 찾아 나섰던 제약 기업들이 CDMO라는 금맥을 찾아냈다. CDMO 첫 발걸음을 내디뎠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매년 수주 신기록을 세우자 국내 기업들도 CDMO 열차에 오르기 시작했다.
올해는 셀트리온이 CDMO를 설립하며 바이오제약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셀트리온은 최근 초기자본금 100억원으로 100% 자회사인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를 설립하고 CDMO 전문기업으로 나아갈 것이라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위탁연구개발생산(CRDMO) 기업으로써의 비전도 제시했다.
셀트리온이 CDMO에서 발표했던 내용은 환자 맞춤형 의약의 다품종소량생산 체계다. 특히 세포유전자치료제(CGT)와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항암에 특화된 의약품을 개발할 것이라 발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ADC와 CGT는 환자 개인 맞춤형 생산이 목표이기 때문에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할 수 밖에 없다. 또 현재 ADC, CGT를 활용 할 수 있는 질환은 소수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공급 할 수 있는 환자 수가 많지 않아 약품 공급과잉이 될 수 있다고 업계에서는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위탁생산(CMO)만 한다면 그럴 수 있지만 위탁개발(CDO)까지 한다면 공급과잉의 우려가 많지 않을 것”이라며 “그래도 혹시 모를 CMO에 대한 공급과잉 우려 때문에 내부 수요를 고려하며 (공장을)증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AI시장 확대, 삼성바이오로직스 적극적인 선제 투자
올해도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약품 생산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하기 시작하며 AI 투자에 뛰어들었다. 기업들이 AI에 투자하는 이유는 신약 개발에서 AI를 활용하면 기간과 비용을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어서다. 대웅제약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유한양행, 한미약품, 동화약품, JW중외제약 등은 일찍이 AI에 투자를 하며 세계 시장에 진입했다.
특히 올 한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AI 활용에 큰 관심을 보이며 적극적인 투자를 보여줬다. 최근 삼성은 미국 바이오 벤처 기업 '제너레이트 바이오메디슨'에 투자하며 AI 기반 사업 성장에 박차를 가했다.
제너레이트 바이오메디슨은 생성형 AI 및 머신러닝 등을 활용한 단백질 디자인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프로그램인 크로마(Chroma)를 통해 원하는 특성과 기능을 갖춘 드 노보(de novo) 단백질을 신속하게 설계해 개발 기간을 단축 시킬 수 있어 바이오 벤처 기업으로서 눈길을 끌어 왔다.
삼성은 이번 투자를 통해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역량을 활용해 개발, 제조, R&D 분야 협력을 위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또 이번 선제적 투자로 CMO 등 전략적인 협력 파트너로서 협력 관계를 구축할 뿐만 아니라 AI 기반 사업 성장을 촉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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