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가 ‘외국인 투자’ 관련 법규에 저촉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MBK 측의 해명이 오히려 의혹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의 의장인 김병주 회장이 외국인이며, 모든 경영진 가운데 유일하게 거부권(비토권)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MBK의 대표업무집행자인 부재훈 부회장 역시 외국인이지만, MBK는 “고려아연 관련 이슈를 주도하는 인물은 다른 사람”이라며 두 사람의 역할을 축소하는 해명을 내놨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해명을 두고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고려아연의 적대적 M&A라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핵심 권한을 가진 경영진의 역할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거나 숨기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산업기술보호법과 국가첨단전략산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외국인이 지배하는 회사가 국가핵심기술 또는 국가첨단전략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하려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MBK파트너스가 외국인이 지배하는 회사로 판단될 경우, 고려아연 인수가 좌초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
MBK는 자신들이 국내 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이며, 투심위 구성원 대부분이 한국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법률상 외국인 투자 여부는 국내 법인 여부가 아닌 주요 의사결정권을 행사하는 주체가 외국인인지에 따라 판단된다”며 MBK 측의 해명이 본질과 동떨어졌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MBK의 의사결정 구조에서 투심위는 가장 중요한 기구로 평가받는다. 김병주 회장은 이 투심위를 총괄하며, 투자 및 투자금 회수 결정에서 유일한 거부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거부권을 가진 인물이 단 한 명이라도 해당 의사결정을 막을 수 있는 상황에서 이를 ‘소극적 권한’이라고 해명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김 회장의 지배력은 MBK에서 상당하다”고 비판했다.
또한, MBK 투심위의 구성과 의사결정 방식에도 불투명한 점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MBK는 투심위가 외국인 4명과 내국인 7명으로 구성돼 있다고 밝혔으나, 투표권이 누구에게 주어지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MBK 투심위는 모든 구성원이 투표권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일부 인원만 권한을 행사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BK의 고려아연 M&A에 대해 업계에서는 김병주 회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한편 김 회장은 지난해 11월 언론에 “지배구조와 주주가치를 위해 고려아연 인수에 나섰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발언과 MBK의 의사결정 구조를 종합할 때, 김 회장의 역할과 외국인 지배력을 둘러싼 의혹이 단순히 해명만으로 해소되기는 어렵다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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