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차바이오텍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9.27% 급락한 1만 510원에 마감했다. 지난주 금요일인 20일 장마감 후 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 한 이후 첫 거래일인 이날 공시 여파가 하한가급으로 이어진 것이다. 앞서 일주일 전 차바이오텍은 1200억원 규모 교환사채(EB)를 발행한 바 있다. 이번에 발행하는 신주 물량은 기존 발행주식 수 대비 41% 수준인 2314만8150주다. 신주 발행가는 1만 800원이다.
차바이오텍은 미래 대비를 위해 유상증자가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회사 측은 "앞으로 1~2년 동안은 경제환경과 자본시장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회사의 재무적 안정성을 강화하고 향후 어려운 시기에도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향후 3~4년간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이번 증자를 시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번 유증에서 확보한 자금을 ▲'CGB'(세포 유전자 바이오뱅크) 구축 ▲세포치료제 R&D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 등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차바이오텍은 세포·유전자치료제(CGT) 개발 역량을 한데 모아 바이오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CGB를 설립하고 있다. CGB는 내년 12월 완공이 목표로, 해당 시설 투자에 200억원을 쓸 방침이다.
또 내년 2월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첨생법)' 개정안 시행에 대비해 R&D 부문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R&D에는 파이프라인 연구개발에 890억원, 인건비에 110억원 등 총 1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마티카 바이오 CGT CDMO 사업, 미국 할리우드 차병원 병원 내진·설계 신축 및 차헬스케어 기업가치 제고 등에 총 11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활용한다. 구체적으로 차헬스케어에 900억원을, 마티카홀딩스에 200억원을 출자할 계획이라고 회사 측은 전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의 경우 지난 8월 상장 첫 유증으로 200억원을 조달한데 이어 지난 20일 800억원의 유증을 추가로 단행해 주가가 8% 이상 빠졌다. 회사는 현재 발행주식 수의 약 26%인 1164만4800주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증자방식으로 발행한다.
회사는 ▲변동성 큰 매크로(거시 경제 환경) 대응 ▲임상 진입 파이프라인 증가 ▲기술이전시 협상력 강화 목적 등의 이유로 유증을 단행했다는 입장이다. 최근 외부변수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R&D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확보해야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글로벌 기술이전 협상단계에서 회사의 현금 보유력은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자금 압박이 있는 상황이라면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3자배정 전환사채(CB)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할 경우 자본금이 늘어나지 않아 자본 잠식 등의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발생 우려도 생길 수 있다.
회사 측은 "현재 시장이 좋지 않아 외부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내년에 충분한 업사이드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 미리 자금을 확보하는 좋을 수 있겠다는 경영진 판단이 있었다"며 "R&D가 끊기지 않아야 다음 파이프라인을 속도감 있게 개발할 수 있고, 그래야 기술이전시 협상력을 제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임상, 기술이전 등 사업 전반도 순항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달 13일부터 16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투자 컨퍼런스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도 글로벌 기업들과의 사전미팅이 다수 예약돼 있다는 설명이다.
유한양행에 기술이전한 알레르기성 질환 치료제 'GI-301'(YH35324)의 반복투여 및 아토피피부염 환자 대상 임상 1b상도 마무리돼 내년 초 기술이전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유상증자 흥행에 성공한 기업도 있다. 에스티큐브는 지난달 26일, 27일 이틀간 진행된 일반공모 청약에서 청약률 1만9834.19%를 기록했다. 실권주 240만8247주를 모집하는 89억원 규모 일반공모에서 4억7765만6280주가 접수돼 1조7650억원 상당의 청약 증거금이 몰렸다.
에스티큐브는 앞서 진행한 구주주 청약에서 86.98%의 청약률을 달성했으며, 일반공모 청약에서도 흥행이 이어지며 최종 합산 청약률 2668.91%를 기록해 목표금액 684억원을 전액 조달했다. 지난 10월 납입된 3자배정 유상증자 대금 130억원을 포함하면 올해 총 814억원 규모의 운영자금을 확보한 셈이다.
이를 통해 회사는 관리종목 해제 요건을 해소한 한편, 항BTN1A1 면역관문억제제 '넬마스토바트'의 임상 재원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코스닥 상장사는 최근 3년 중 2개년도에서 자기자본 대비 법차손 비율이 50%를 초과하면 관리종목으로 편입되는 규정이 있다. 에스티큐브는 법차손 요건으로 인해 지난 3월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바 있다. 회사 측은 "내년 임상을 본격 확대함에 따라 의미 있는 성과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관리종목 지정 위기에 놓인 일부 기업들은 사업 다각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메드팩토는 내년 매출 확보를 위해 바이오인포매틱스(생정보학) 관련 사업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메드팩토는 상장 후 5년 유예 기간이 종료돼 내년부터 30억원 이상의 연 매출을 확보해야 한다.
회사는 기존 연구 성과를 활용할 수 있는 유전체 등 생물 데이터 분석 및 관련 서비스를 비롯해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유통판매 사업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초기 수주 협의가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어 상장 유지 요건을 맞추기 위한 내년 매출 목표는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백신개발기업인 셀리드는 베이커리 사업을 하는 포베이커의 지분 100%를 취득했다. 또 이커머스 사업부를 신설해 냉동감자, 티슈브레드, 피스타치오 스프레드 등 신제품을 론칭했다. 시장에서는 포베이커가 주요 매출원으로 자리잡아 관리종목 지정 위기는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는 신약개발기업들이 본업과 무관한 사업을 시작할 수밖에 없는 현행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전무는 "다른 사업으로 매출을 내기 위해선 사람을 뽑을 수밖에 없고, 그 매출을 내기 위해 신경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며 "신약개발을 위해 만들어진 회사가 다른 데 인력을 투자하는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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