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내년 업황이 ‘맑음’으로 전망되던 바이오 업계가 급격히 침울해졌다. 대기업으로부터 투자 ‘드라이브’가 걸리며 기대감이 고조됐으나 정치적 불안정성이 커지며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양대 핵심 컨트롤타워의 기능이 마비될 것으로 관측되며 우려가 커져가는 분위기다.
23일 대한상공회의소의 ‘2025년 산업 기상도’에 따르면 바이오 산업 전망은 ‘대체로 맑음’으로 점쳐졌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 기조, 유럽·미국의 바이오시밀러 교체 처방 장려 등으로 국내 기업의 글로벌 진출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양상이었다.
특히 국내의 경우에는 대기업의 투자가 가속화하면서 업계 전반에 ‘붐’이 일어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시선이 자리잡았다. 삼성, LG, SK 등 업계 내 선두주자들이 잇달아 성과를 내면서 롯데와 CJ가 투자를 확대하는 모습을 보였고, HD현대도 진출 의지를 내비치면서다.
◇업계 부흥 기대 양대 컨트롤타워, 탄핵정국에 무산 위기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산업 기상도에 ‘먹구름’이 끼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업계 ‘컨트롤타워’로 기대를 모으던 ‘국가바이오위원회’와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가 본격적으로 움직여보지도 못한 채 기능 중단 위기에 놓이면서 비관적 시선이 자리잡는 모양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이달 초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가 있다.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대국민적 반발이 나타났고, 결국 탄핵정국으로까지 이어지면서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각각 수장을 맡고 있는 양 위원회의 행보도 불투명해진 것이다.
당초 국가바이오위원회는 윤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아 바이오 전 분야 정책을 총괄할 예정이었다. 기초연구부터 임상·상용화까지 가치사슬 전반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면 그간 제기돼 왔던 부처별 정책과 연구개발(R&D)이 단절적이라는 우려를 해소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도 지난해 10월 출범한 민관 합동 컨트롤타워로, 한덕수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고 지금까지 총 4차례 회의를 통해 R&D나 전문인력 양성 같은 다양한 사안을 논의해 왔다. 현재로서는 결론을 낸 사안이 없는 가운데 다음 회의 진행 여부조차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자금 조달이 시급한 바이오텍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상황”이라면서 “투자 없이 신약개발을 추진하기 어려운 바이오텍들은 사업 전반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국내외 투자 심리 위축으로 기업 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美 생물보안법 불발에 中 CDMO 빈자리 타기팅도 물거품으로
최근 미국의 ‘생물보안법’ 통과까지 무산되면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올해 초 발의된 생물보안법은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지지를 받으며 무난한 통과를 예상됐지만, 국방수권법안에 이어 예산지속결의안에도 포함되지 못하면서 연내 통과가 불가능해졌다.
규제 대상인 중국 우시앱택, 우시바이오로직스, 컴플리트지노믹스 등이 자체 수단과 전문로비기관을 동원해 통과를 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법은 중국의 바이오 기업들을 미국의 안보에 우려되는 기업으로 지정하고 미국 연방의 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올해 국내 업계는 생물보안법 통과 후 중국의 빈자리를 꿰찬다는 ‘반사이익’을 기대했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법안이 하원을 통과한 이후 위탁개발(CDO) 문의가 2배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투자 한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계의 희망적 요소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생물보안법이 내년 다시 입법 절차를 거치더라도 규제 대상에 대한 지정·해제 절차 등으로 논란이 됐던 조항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법안을 반대한 랜드 폴 상원의원이 새로운 상원 상임위원회장(국토안보위원회)이 된 점도 험난한 여정이 예상되는 이유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장은 “생물보안법 연내 통과 불발로 국내 CDMO 업계가 아쉽게 된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기조가 계속되고 있고 내년 다수당이 되는 공화당에서 생물보안법을 밀어붙인 바 있어 불씨는 여전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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