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운전미숙으로 인한 터무니없는 교통사고 소식이 잇따르면서 우리나라 운전면허 시험의 난이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해외에 비해 지나치게 짧다는 점에서, 국민의 장기적인 안전보다 편리함을 우선시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만 18세 이상이 되면 자동차 운전면허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 교통안전교육 ▲ 신체검사 ▲ 학과시험 ▲ 기능시험 ▲ 연습면허 발급 ▲ 도로 주행시험의 과정을 거치면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세 가지 시험에 대한 의무 교육 시간은 각각 3시간, 4시간, 6시간으로 총 13시간이 걸린다. 각 시험에서 통과하면 운전 면허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3시간이 소요되는 학과교육은 교통안전교육 1시간으로 대체할 수 있어 산술적으로는 11시간 만에도 면허를 딸 수 있다.
몇 주 전부터 운전면허 시험에 응시하고 있는 홍서희 씨(27·여)는 "학원에서 학과교육을 받는 3시간 동안 영상은 옆에 틀어져 있었고 이후 담당 교육관이 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깨워주는 교육을 실시했다. 해당 범칙금과 제한속도 그리고 음주운전 기준 등 학과시험에 나오는 것을 대충 정리해준 상태에서 교육이 마쳤다"며 "수업을 듣기 전과 후의 운전에 대한 지식에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도로 주행 교육을 받고 있는데, 학과 교육을 받으면서 배웠던 점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오히려 면허를 따고 난 이후에 '이런 상태로 도로에 나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만 자꾸 하게 된다"며 "왜 초보 운전자가 최근에 '도로 위의 흉기'라 불리는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운전면허 시험은 지난 2010년 정부가 국민 부담 절감 차원에서 간소화했다. 이후 초보 운전자의 교통사고 증가와 다른 운전자들에게 주는 위협감을 이후로 2016년 12월 다시 강화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운전면허 교육은 실제 도로 주행에 활용도가 낮은 것들로 이뤄져 있는 모습이다. 간소화되기 전 운전면허 시험에는 운전자들 사이에서 필수적이라고 여겨지는 항목인 ▲ 굴절코스 ▲ T자 코스 ▲ S자 코스 ▲ 곡선코스 ▲ 평행주차 ▲ 급제동 ▲ 시동꺼짐 ▲ 경사로 등 11개의 항목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 경사로 ▲ 직각 주차 ▲ 좌우회전 ▲ 교차로로만 이루어져 있다.
운전에 필수적인 항목들이 시험에서 제외되다 보니, 우리나라 사고 발생률은 높은 편에 속한다. 지난 도로교통공단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4.9명으로 지난 20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1/4가량 줄었다.
독일의 운전면허 시험은 오래 걸리기로 유명하다. 교육에 소요되는 시간만 21시간으로 그 중 8시간은 응급 처치 교육, 18시간의 도로주행 이수가 필수로 요구된다. 학원은 주에 2~3회 정도 방문하며 총 수료까지 최소 3개월에서 최대 5개월까지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운전면허 교육을 수료했다고 해서 바로 정식 운전면허증을 발급 받을 수 없다. 2년간은 정식 면허가 아닌 임시 면허증을 발급받으며 임시 면허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속도위반이나 신호위반, 또는 혈중알코올농도가 0.00% 초과 시 한화 약 30만원정도 되는 벌금과 임시 면허 소지기간 4년 연장, 2~4주간 매일 4시간 씩 추가 교육을 필수로 받아야 한다.
독일의 경우 대부분 수동변속기 차량으로 운전면허를 취득하며 자전거를 음주 후 이용하다 경찰에게 적발될 경우 곧장 운전면허가 취소된다. 또한 자동변속기 면허를 소지한 사람이 수동변속기 차량을 운전할 경우 아예 무면허로 간주한다.
이렇듯 운전면허 취득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독일은 실제로 자동차 사고 발생률이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9년도 OECD에서 발표한 국가 내 자동차 10만 대당 교통사고율 통계 자료에 따르면 독일은 3.6명으로 OECD회원국 평균 5.5명보다 낮은 사고 발생률을 보였다. 이러한 낮은 사고발생률에는 까다롭고 어려운 운전면허 시험이 한 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운전면허 시험은 운전에 익숙해지고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것이 아닌, 면허를 취득한 이후 운전에 익숙해지는 것이 형식이다 보니 초보 운전자들은 아무래도 사고 발생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고 발생 책임을 초보 운전자에게 전가할 수는 없기 때문에 성숙한 시민 의식도 함께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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