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동대구역 광장에 설치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제막식을 앞두고 시민사회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 범시민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23일 오전 10시 대구시청 산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전 대통령의 동상을 설치한 홍준표 대구시장 사퇴와 동상 철거를 요구하고 나섰다.
운동본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12·3 내란으로 한국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한 지금, 대권 야욕에 눈이 멀어 내란의 원조인 박정희의 망령을 불러내는 홍 대구시장의 반역사적이고 반민주적인 작태를 엄중히 규탄한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12월 3일 비상계엄령은 박정희,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군사 독재의 총칼 아래 숨죽이고 살며 투옥과 죽음으로 내몰렸던 기억을 우리 앞에 다시 소환했다”며 “민주의 함성, 자유의 물결이 넘쳐야 할 시민의 광장에 ‘내란원조’의 동상을 세우는 것은 가당치 않다”고 꼬집었다.
시민단체도 가세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20일 성명을 통해 “국민과는 전혀 다른 세계에 있는 듯한 홍준표 시장의 시대착오적 발상, 민주주의 역사에 대한 무지, 시대 정신을 부정하는 퇴행이 가히 놀랍다”면서 “산업화 공로가 있다는 주장도 틀렸지만 설령 있다고 해도 수많은 악행 앞에서는 조족지혈에 불과하다. 그런 인물을 기리는 동상을 대구 관문 동대구역 광장에 세운다니 앞서간 이들이 지하에서도 통곡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역시 성명문을 발표해 “동상 설치 예산은 서민과 약자를 위한 복지 예산으로 돌려야 하며 진주의료원 폐쇄의 과오를 교훈 삼아 지역 공공의료를 강화하는 데 힘써야 한다”면서 “홍 대구시장은 이제라도 독선적인 행정을 중단하고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동대구역 광장의 소유권을 가진 국가철도공단(이하 공단)은 대구시가 협의 없이 동상 설치를 강행한 점 등을 들어 지난 13일 대구지법에 ‘공사 중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이 밖에도 공단은 지난 11월 13일과 26일, 이달 6일에 대구시에 공문을 보냈으나 동상 설치는 협의 없이 강행됐다.
다만 대구시는 2018년 제정한 ‘대구시 동대구역 광장 관리 조례’에 따라 시에 광장 사용 허가 및 사용제한, 사용료 부과 등 동대구역 관리·사용·수익권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구시는 국토교통부가 지금까지 해당 조례에 대해 다른 의견을 제시한 바가 없었던 점 등을 들어 동상 설치를 진행해 왔다.
홍 대구시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는 구한말 국채보상운동으로 구국운동의 중심이었고 2·28 학생운동으로 반독재 운동의 중심이자 조국근대화의 시발점이 된 섬유공업의 발상지”라며 “국채보상운동, 2·28 반독재운동의 기념탑이나 상징물은 있지만 조국 근대화의 상징물이 없어서 조국 근대화의 시발점인 대구에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우게 된 것”이라고 했다.
대구시는 이날 오후 2시 동대구역 광장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제막식을 개최한다. 제막식에는 홍 대구시장도 참여한다.
“박 전 대통령의 산업화 정신을 기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온 구국 대구투쟁본부는 제막식을 축하하기 위해 이날 떡과 커피를 준비해 동대구역 광장에 모일 예정이다. 경찰은 찬반 단체의 충돌을 우려해 경력 400여명을 현장에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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