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현장 열악해 여소방관 제외한 것은 성차별"

소방 현장 출동시 여성 대원을 배제하는 것은 성차별적 업무배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사진=이미지투데이

소방 현장 출동 시 여성 대원을 배제하는 것은 배려가 아닌 성차별적 업무 배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23일 뉴시스에 따르면 인권위에 여성 소방관 A씨가 진정을 제기했다. A씨는 여러 차례에 걸쳐 소방 차량 운전 업무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직속 팀장인 B씨는 A씨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B씨는 팀원들의 담당 업무는 당사자의 의사를 수렴하되 업무 경력 등을 참고해 결정하는 것이고 산불 출동에서 A씨를 제외한 것은 현장의 열악한 환경을 고려한 배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B씨의 행동이 합리적 이유 없이 여성을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으로서 평등권 침해의 차별 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참고인 진술에서 B씨가 여성이 운전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이러한 인식 때문에 대형면허를 보유하고 물탱크차 등의 실습 경험이 있는 A씨가 원하는 운전 업무를 수행할 기회를 얻지 못한 것으로 봤다.

B씨가 화학차 담당인 A씨를 산불 출동대에서 제외하고 다른 남성 대원을 배치한 것 또한 현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A씨에게 출동 의사가 있는지 등을 살피거나 고려한 정황은 보이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인권위는 "보호와 배려의 명목으로 여성들을 특정 업무에 배치하지 않는 것은 성차별적 인식의 또 다른 단면"이라고 지적하며 "여성이라는 이유로 해당 업무를 수행하지 못할 합리적 사유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조직 차원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과 간부 대상의 성평등 교육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