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구미시가 가수 이승환의 데뷔 35주년 기념 콘서트 개최에 제동을 걸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23일, 구미시청 대회의실서 기자회견을 열고 “25일 오전 구미시문화예술회관서 열릴 예정이던 이승환 콘서트를 시민과 관객의 안전을 고려해 취소한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구미시문화예술회관 운영조례 제9조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일, 이승환씨 측에 ‘안전 인력 배치 계획 제출과 정치적 선동 및 오해 등의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요청했다”는 그는 “하지만 이승환씨 측이 법률대리인을 통해 ‘첨부된 서약서에 날인할 의사가 없다’는 분명한 반대 의사를 서면으로 밝혀왔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정치적으로 편향된 행동과 언급에 구미 지역 시민단체가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지난 19일~20일 두 차례 집회를 개최했다”며 “자칫 시민과 관객의 안전관리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지역 민간 전문가와 대학교수 자문을 구했고 위원회 의견을 수렴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1일, 이승환은 자신의 SNS에 “티켓 판매 상황이 가장 안 좋은 곳이었는데요, 감사합니다. 관객 여러분, 감사합니다. 보수 우익단체 여러분”이라며 감사 인사를 표했던 바 있다.
이 같은 구미시의 불허 조치에 이승환은 “신속하게 법적 대응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구미시 측의 일방적인 콘서트 대관 취소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 일방적이고도 부당한 대관 취소 결정으로 발생할 법적, 경제적 책임은 구미시의 세금을 통해서가 아니라, 이 결정에 참여한 이들이 져야 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안전을 위한 결정이었다’는 구미시 측의 해명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다. 저희는 공연 참석자들에게 공연 반대 집회 측과 물리적 거리를 확보해주시고 집회 측을 자극할 수 있는 언행도 삼가 달라고 요청드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구미시 측은 경찰 등을 통해 적절한 집회·시위를 보장하면서 동시에 관람객들의 문화를 향유할 권리도 지켰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승환의 35주년 기념 콘서트는 전국 순회 공연 방식으로 열리고 있다.
앞서 지난 19일, 자유대한민국수호대 등 13개 보수단체는 구미시청 앞에서 이승환의 공연을 반대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구미시는 탄핵 찬성 무대에 올라 정치적 발언으로 국민 분열에 앞장선 이승환씨의 구미 콘서트 대관을 즉각 취소하라”며 “콘서트를 빙자한 정치적 선동을 두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구미는 경북도 소재의 40만명가량의 중소도시로 ‘보수의 심장’으로 통하는 지역이다. 이날 반대 집회는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구미서 진보 성향 가수인 이승환이 콘서트를 열었다가 예상되는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인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승환은 지난 13일 오후 10시경,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며 촉구 집회 무대에 올랐던 바 있다.
이날 이승환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집회, 2019년 검찰개혁 집회 이후로 다시는 이런 집회 안 설 줄 알았는데 노구를 이끌고 나와 심히 유감”이라면서도 “제 나이쯤 되면 무엇이 되는 것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막상 무대에 올라와 보니 꽤 춥다. 앞으로 더 이상 집회 무대에 영원히 서지 않아도 되는 세상, 피 같은 돈을 더 기부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 그런 나라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이날 이승환은 무대서 자신의 노래인 ‘사랑하나요’ ‘덩크 슛’ ‘물어 본다’ 등을 열창하며 집회 열기를 달궜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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