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조선업계와 철강업계 간의 후판 가격 협상이 3개월째 지연되고 있으며, 양측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향후 협상 타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후판은 두께 6mm의 두꺼운 철판으로 주로 선박 건조에 사용되며, 선박 건조 원가의 20%와 철강업체 매출의 15%를 차지하는 중요한 자재다.
2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저가 수입재의 증가에 따라 후판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지만, 철강업계는 실적 부진으로 인해 가격을 낮출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중국산 저가 후판의 수입량이 급증해 1월부터 10월까지의 누적 수입량이 753만5041톤(한국철강협회 자료)에 달하는 등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상황이다.
조선업계는 최근 흑자를 기록하게 된 만큼 후판 가격을 낮춰 원가를 절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후판 가격 인상이 선박 가격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철강업계는 오랜 불황 속에서 후판 제조 가격이 한계 원가 이하로 떨어졌으며, 더 이상의 가격 인하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후판 가격 협상은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진행되며, 그 결과는 해당 반기 물량에 소급 적용된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가격 협상이 해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지난해 하반기 협상도 진통 끝에 연말을 며칠 앞두고 타결된 바 있다.
양측의 입장이 갈리면서 협상 과정에서의 갈등이 커지고 있으며, 협상의 진전을 위해서는 서로의 이해관계를 조율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후판 가격을 결정할 때 현재의 협상 방식 대신 포뮬러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포뮬러 방식은 양 업계의 원료 가격과 시장 가격, 조선 원가 등을 반영해 적정한 후판 가격을 도출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 차이가 크기 때문에 포뮬러 방식 도입 논의는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다. 철강업체들은 원자재 가격을 제품 가격에 연동하는 포뮬러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조선업체들은 수급 요인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하고 있다.
이들의 갈등은 차세대 선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전문가들은 단기간의 수익성에 얽매여 중장기적인 공생에 소홀해질 경우 결국 산업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또한 후판 가격 협상 갈등 장기화는 단순한 가격 조정 문제를 넘어 양 산업의 경쟁력과 지속 가능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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