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종민 기자] 김태술(40) 고양 소노 감독은 과거 프로농구 정상급 포인트 가드로 이름을 날렸지만, 농구만 아는 이른바 ‘농구 덕후’는 아니다. 부동산, 주식 등 재테크에 일가견이 있고 글도 곧잘 쓰며 삶에 대해 소신도 뚜렷한 ‘똑똑한 농구인’이다.
김 감독은 사실 KBL 원주 DB에서 은퇴할 시점에 당시 이상범 감독으로부터 코치직 제의를 받았다. 그러나 김 감독은 정중하게 사양하고 농구 밖 세상으로 나왔다. 최근 기자와 만난 김 감독은 “KBL 경기장은 익숙했지만 세상은 불안정한 낯선 곳이다. 그런데 거기를 한번 가보고 싶더라”고 지난날을 떠올렸다. 책을 읽으면서 갖고 있던 생각들과 마인드가 현실에서 적용되는지 경험해보고 싶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김 감독은 ‘현장파’다.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그는 어느 날 한양대 인근 원룸 매물이 싹쓸이 됐다는 기사를 보고 현장에 직접 가 부동산 중개인과 2~3시간씩 커피 타임을 가지기도 했다. 임장꾼에 가깝다. 주식의 경우 개별 주식은 변동성이 커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이유로 S&P 500 같은 ETF(Exchange Traded Fund)나 배당주 쪽을 공부했다.
그는 “체육인 치곤 책도 많이 읽는 편인 것 같다. 자기계발서 위주로 읽는데 한번 읽은 책을 몇 번씩 읽기도 하고 메모도 한다”고 귀띔했다. 그래서인지 달변가이자 달필가다. 농구 해설위원을 지냈고, 블로그를 통해 네이버 칼럼을 연재하며 팬들과 소통하기도 했다. 지난 7월엔 의사, 아나운서, PD와 함께 ‘빈틈의 위로’라는 제목의 책도 출간했다.
김 감독이 이렇게 다재다능할 수 있었던 배경으론 그의 ‘긍정’과 ‘도전’ 마인드가 꼽힌다. 그는 “몇 번하면 잘하게 될 것이란 걸 알아서 도전하는 걸 좋아한다.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도 선수 생활하면서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 “뭐든 하면 잘 될 것이란 마인드를 갖고 산다. 선수 땐 1등 강박이 있었는데 얻는 것도 있었지만 잃은 것도 있었다. 그땐 빨리 달리는 외발 자전거를 탔지만, 지금은 천천히 가더라도 넓게 멀리 보자는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과거엔 이기려 했다면 지금은 지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이기려 하면 반응을 하게 되고 지지 않으려면 ‘대응’을 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골프도 하는데 현재 실력이 빼어나진 않지만 계속 하다 보면 잘하게 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프로농구 소속팀 소노 상황과 맥락이 닿아 있다. 김 감독 부임 후 8연패, 총 기간으론 11연패에 허덕이던 팀이 연승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제가 가장 가치 있게 생각하는 건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는 것’이다. 그때 행복을 많이 느낀다. 그래서 채우고 업그레이드시키는 쪽에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 김 감독은 늘 깨닫고 부딪히면서 성장해왔다고 했다.
1984년생으로 KBL 현역 최연소 감독인 김 감독은 지금 부딪히고 깨닫는 과정이다. 일단 몇 차례 깨지고 나니 연승이란 달콤한 기쁨도 맛보게 됐다. 소노는 7승 3패로 8위에 올라 있다. 그의 시즌 목표는 KBL 6강 플레이오프(PO) 진출이다. “하다 보면 잘 될 것이란 걸 알고 있다”는 김 감독의 말은 근거 있는 자신감이다. 김 감독의 내공과 인생 강연이 소노 선수들에게도 적지 않은 울림을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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