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재결합 한 모든 그룹이 성공적인 컴백을 하는 것은 아니다. 몇몇만이 재결합 후에도 과거 영광을 이어갈 뿐이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컴백을 이룬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의 차이는 무엇일까.
지난달 23일 '2024 마마 어워즈'(2024 MAMA AWARDS)에서는 빅뱅(지드래곤, 태양, 대성)이 합동 무대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이날 유튜브에 공개된 지드래곤과 빅뱅의 공연 영상은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인기 급상승 동영상 1위에 올랐다.
공개 한 달이 채 안됐음에도 조회수 3600만회를 넘어서며 올해 마마 어워즈 공연 영상 중 가장 높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태양과 대성이 피처링한 지드래곤의 음원 '홈 스위트 홈'(HOME SWEET HOME)은 지난달 22일 발매 후 멜론, 지니 등 주요 음원 차트 1위를 석권하기도 했다.
데뷔 15주년을 맞이한 투애니원은 공백이 무색할 정도의 티켓 파워를 과시했다. 공연 예매 사이트에 40만명 이상 동시접속자 수를 기록하는 등 빠르게 표를 매진시켰다.
지난 10월5일 투애니원 콘서트를 관람한 이모씨(28세·여)는 "티켓팅에 여러 차례 도전했지만 실패해 콘서트 관람을 거의 포기하고 있었다"면서 "오랜 시간 대기하다 취켓팅(예매가 취소된 표를 구매하는 것)에 겨우 성공해 공연을 볼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투애니원만의 파워풀한 무대를 좋아해 콘서트를 꼭 보고 싶었다"며 "다음에는 더 넓은 공연장을 대관해 많은 인원을 수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투애니원은 'WELCOME BACK CONCERT' 해외 투어를 통해 글로벌 팬들과도 만날 계획이다.
발매 30주년 기념 에디션으로 새롭게 선보인 1994년 데뷔작 '데피너틀리 메이비'(Definitely Maybe)는 UK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오아시스는 16년 만에 내한 공연을 계획해 내년 10월21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한국 팬들을 만날 계획이다.
대중이 이들의 재결합을 반기는 이유는 독보적이고 확고한 음악 스타일과 팀 색깔, 무대 장악력 등이다. 윤영삼 호원대학교 K-POP 학과 교수는 "판매 목적을 위해 단순한 멜로디와 리듬으로 중독성을 높인 일반적 그룹들의 곡에 비해 빅뱅과 투애니원의 곡은 R&B, 힙합, EDM 등의 장르가 확연히 드러난다"며 "대중에게 확고한 팀 브랜드를 각인시켰다"고 분석했다.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이들을 대체할 만한 색깔과 실력의 팀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재결합을 기대하는 팬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이들은 유일무이한 존재로 평가받으며 지금까지도 건재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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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의 연결… 추억 소환과 새로운 세대의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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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동서울대학교 K-POP과 교수는 "과거 이들의 음악과 퍼포먼스를 즐기던 팬들이 시간이 지나 경제활동 인구로 성장했다"면서 "공연 티켓, 굿즈 등의 실질적 소비를 통해 가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팬들의 활동은 단순히 소비자의 역할에만 그치지 않고 충성도 높은 성숙한 팬덤을 형성한다. 박 교수는 "팬들이 가수의 지속 가능한 활동 기반을 제공하는 동시에 새로운 세대의 팬들이 유입되는 환경을 만들어 그룹의 부활과 성공적인 활동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의 10대들이 재결합 그룹의 공연과 음악에 매력을 느끼는 데에는 이들이 가진 독창성 역할이 크다. 윤 교수는 "획일시 되는 현재 가수들의 음악에 염증을 느껴 2000년대 음악이었던 빅뱅, 투애니원의 곡을 찾아 듣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각 그룹이 가진 독창성이 최근 활동하는 그룹들에게서 나타나는 세련미와 합쳐지며 이들만의 강력한 셀링 포인트를 생성해 냈다"고 설명했다. 최근 그룹들에서는 볼 수 없는 특색, 믿고 듣는 음원 강자로서의 굳건한 위치에 10대들이 거부감 없이 재결합 그룹들을 반기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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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의 위기 극복 과정…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성장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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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오아시스는 초창기 리암 갤러거(리드 보컬)와 그의 형인 노엘 갤러거(기타·보컬), 폴 맥기건(베이스) 등이 팀으로 활동했다. 수많은 히트곡으로 큰 인기를 끌었으나 갤러거 형제의 불화 문제로 노엘이 탈퇴하며 2009년 해체 수순을 밟았다. 리암이 2017년 다시 음악계로 돌아온 후 노엘 역시 2024년 8월 복귀해 두 형제가 팀을 재결합하며 활동을 함께 할 예정이다.
빅뱅은 승리가 버닝썬 사건으로 탈퇴한 후 탑 역시 지난 8월 팀에서 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현재 3명으로 활동 중이다. 투애니원은 데뷔 7년 후 소속사와의 재계약이 불발되며 해체설이 도는 등 긴 공백기를 가졌다.
이들의 재결합은 초조한 마음으로 활동을 기다리던 팬들뿐 아니라 대중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활동을 중지하고 흩어졌다 다시 만난 과정을 모두 지켜본 팬들은 그룹의 위기 극복 역사를 통해 함께 성장했다는 생각을 갖도록 했다는 분석이다.
박 교수는 "멤버들 간의 화합과 갈등 극복 과정을 대중에게 보여줌으로써 사회적으로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팬들에게는 깊은 감동을, 대중에게는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제공했다"며 "동시에 새로운 콘텐츠와 활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기대감을 충족시켰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재결합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과정으로 작용하며 이는 아티스트 본인과 팬들에게도 성장과 화해의 의미 있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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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과거 영광 재현이 아닌 새 도약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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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과거의 영광에만 머물지 않고 앞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 나가기 위해서는 기존의 특색은 그대로 가져가되 새 시대에 맞춘 변화가 필요하다. 박 교수는 시대 변화에 맞춘 음악적 혁신과 디지털 플랫폼 활용, 팬덤과의 소통 강화, 진정성 있는 스토리텔링과 온전한 팀워크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의 문화, 경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연예계 활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변정민 중부대학교 글로벌 K-POP 전공 교수는 "과거 톱스타들의 콘서트가 다 성공하지는 못하고 있다"며 "계속된 변화를 통해 자신들의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고 새로운 팬덤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결합 그룹의 활동이 단순히 국내 팬덤만을 위한 하나의 웨이브에 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변 교수는 "신곡과 리메이크곡의 적절한 조화로 완성도 높은 공연을 선보여야 한다"며 "과거 히트곡의 재현은 팬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새로운 음악을 선보이는 것은 각 팀이 현재의 트렌드에 맞춰 진화하고 있음을 증명한다"고 설명했다. 새로 유입된 팬들과 과거 이들을 좋아하던 팬들이 조화롭게 섞여 발전해야 장기적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 변 교수는 "현대적인 관점에서의 홍보 트랜드와 기획, 마케팅, 팬덤의 문화까지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거 히트곡에만 의존하지 않고 각 그룹의 특성이 드러나는 새로운 곡을 발매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와 과거의 감성을 자연스럽게 연결한다면 이들은 오래도록 대중과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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