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아시아기업거버넌스협회(ACGA)가 대한민국 국회의원 300명에게 상법 개정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ACGA는 홍콩에 본부를 둔 독립적인 비영리단체로, 전 세계 장기투자자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주요 회원사들의 운용자산은 총 40조 달러로, 이는 국민연금 운용 자금의 51배에 달하며 한국 GDP의 약 24배에 이른다.
ACGA는 공개서한에서 대한민국 상법 개정 절차의 지연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이사회의 '모든 주주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강조하며, 다음 네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창업 가문의 과도한 권력 행사 ▲독립적이지 않은 이사회 구조 ▲주주 승인 안건에 대한 제한된 권한 ▲소수주주가 이사회와 경영진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 부족 등이다.
ACGA는 사외이사의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고, 독립이사의 수를 늘리는 방안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특히, 11월 25일 열린 세미나에서는 한국 리서치 헤드가 집중투표제 도입에 찬성 의견을 표명하며, 한국 기업 거버넌스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CGA는 한국을 '기업 거버넌스의 갈라파고스'라고 표현하며, 낮은 주가에도 불구하고 지배주주가 퇴출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1,500만 투자자와 5,200만 국민이 피해를 입는 상황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 시장의 존재감이 감소하고 있는 점도 우려의 대상이다. 2016년 MSCI 신흥시장 지수에서 한국의 비중이 16%였으나, 현재는 9%로 떨어졌고, 이는 중국(25%), 인도(20%), 대만(19%)에 비해 현격히 낮은 수준이다.
ACGA는 이와 같은 상황이 상법 개정 지연과 기업 거버넌스 후퇴에서 비롯되었다고 분석했다.
최근 환율 급등, 주가 하락 등 경제 불안도 현 정부, 여당, 용산이 일부 패밀리 로비에 휘둘려 연초 약속했던 상법개정 등 거버넌스 개혁 약속을 저버린 탓이 크다고 봤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므로 이들에 대한 신뢰가 깨져서 주식을 매도한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도 밸류업 발표도 하지 않고 권위주의적 경영을 강화하는 삼성전자가 외국인 매도 표적인 이유도 후진적 이사회 등 낙후된 거버넌스가 한 몫한다고 ACGA는 분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 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서 국회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의 개혁을 상기할 것을 분명히 했다.
ACGA는 "1998년 대한민국이 외환위기에 처했을 때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과감한 개혁과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 회생, 증시 회복, 환율 안정을 달성했다"며 "경제는 심리다. 기업거버넌스 개혁하면 외국인 자금 대규모 유입되어 주가 회복, 환율 안정, 소비 및 투자 심리 함께 살아난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는 수십, 수백 곳 패밀리 편을 들 것인지 5,200만명 국민을 위하는 정치를 할 것인지 2025년 초 선택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ACGA의 연기금 및 국부펀드 회원사에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노르웨이국부펀드(NBIM), 네덜란드연금(APG Investments), 호주연기금연합회(ACSI), 캘리포니아 연기금(CalPERS, CalSTRS), 캐나다연금(CPPIB), 싱가포르 정부기금(Temasek Holdings) 등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블랙록, 뱅가드, 피델리티, 골드만삭스 자산운용과 같은 세계적인 자산운용사들도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기업 회원으로는 대만의 TSMC가 대표적이며, 삼성전자와 같은 한국 기업도 ACGA 회원으로 가입할 것을 권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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