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카-UNFPA '여성 청소년 성적권리 강화 및 자립 지원사업' 성과
FAO 운영하는 농촌생활학교서 학교밖 청소년 농사일 배워 자립도
(릴롱궤·음친지[말라위]=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인 아프리카 말라위의 출산율은 1인당 4.2명이다. 15∼19세 소녀 10명 중 3명이 출산할 정도로 10대 미혼모 및 조혼은 심각한 사회 문제다.
가부장적 문화가 강한 말라위에서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제한하는 등 여전히 여성 인권 수준이 낮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는 등 일부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말라위 수도 릴롱궤에서 110km 떨어진 음친지 마을에서 삶의 주체 의식을 가진 말라위 여성들을 만났다. 15∼24세 청소년 20여명으로 구성된 그룹은 젠더기반폭력(GBV)의 사례와 대응법을 논의한 뒤 상황극을 진행하고 있었다.
한 소녀가 "부모님이 돈이 없으니 학교에 가지 말고 결혼하라고 했다"고 말하자 다른 소녀는 "돈 때문에 팔려 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룹원들은 이렇게 아픈 경험을 하나씩 꺼냈고, 말미에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희망을 찾았다"로 마무리했다.
샤닐 피리(13) 양은 "내 성폭력 사건이 마을 전체에 알려져 두려움과 트라우마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했다"며 "이 활동에 참여하며 안전감과 행복을 느꼈고 자신감을 되찾았다. 삶의 주체는 나라는 것도 깨달았다"고 말했다.
티옹게 반다(16) 양은 학비를 내준다는 말에 속아 한 남성과 결혼했지만, 실상을 깨닫고 두 달 만에 이혼을 선택한 드문 사례다. 그는 "조혼은 금지돼야 한다"며 "내 선택에 후회는 없다. 열심히 공부해서 의사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이들이 참여한 프로그램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의 '말라위 여성 청소년 성적 권리 강화 및 사회적 자립 통합지원 사업' 일부다. 코이카 탄자니아 사무소가 사업을 총괄하고, 유엔인구기금(UNFPA) 말라위 사무소가 실행을 맡는다.
UNFPA는 인구문제, 성생식보건, GBV 대응 등을 전문으로 하는 유엔 산하 기구다. 올해까지 620만 달러로 1차 사업을 진행하고, 내년부터 2028년까지는 740만 달러로 2차 사업을 진행한다.
UNFPA는 1차 사업을 통해 5만5천명 이상의 10대 미혼모 및 여성 청소년에게 성적 주체성이 갖는 중요성을 교육했다. 지역사회·종교 지도자 및 남성 청년 등 주민 16만5천명에게는 성생식보건 및 GBV 예방법 등을 전수했다.
UNFPA의 안내로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운영하는 여성·청소년 사회적 자립 지원을 위한 농촌생활학교(JFFLS) 현장도 둘러볼 수 있었다. 음친지 지역에는 '카마제케테' 등 40개 학교가 있다.
10대 미혼모 등 학교 밖 청소년으로 구성된 카마제케테 학생 15명은 섭씨 30도를 웃도는 땡볕 아래에서 바나나와 파인애플 등을 심은 밭을 관리하고 있었다. 2022년 3월 시작한 카마제케테는 여성 21명, 남성 9명 등이 소속돼 있다.
카마제케테는 FAO로부터 1천만 콰차(약 800만원)를 종잣돈으로 받아 농사짓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파인애플로 시작했다가 옥수수, 양파, 감자, 피망, 수박 등 재배 품종 수도 늘렸다.
이들은 올해 수익금 250만 콰차(약 200만원) 중 일부를 청각장애인 학우의 학비를 마련하는 데 썼다. 나머지는 학생들 가정의 생계유지를 위해 배분됐다.
토마스 치쿰부초(22) 카마제케테 대표는 "학교도 안 나가고 술 마시면서 방탕하게 살다가 농촌생활학교에서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앞으로 유기농 농업도 배우고, 파인애플 가공 공장도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
타달라 마제케테(16) 양은 한부모 가정 출신으로, 6남매 중 넷째다. 중학교 2학년생인 그는 평일에는 공부하고 주말에는 틈틈이 이곳에서 농사일을 배우는데, 받은 수익금의 일부는 학비에 보태고 나머지는 가족 식료품 구입 등에 쓴다.
현장 방문에 앞서 16일 릴롱궤 UNFPA 말라위 사무소에서 만난 넬리다 로드리게스 소장은 "아프리카 지역에서 18세 이하 여성의 조혼 비율은 39%인데 말라위는 42%"라며 "15세 미만 여성의 조혼 비율도 9%나 되는 심각한 사회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혼으로 인해 여성들은 교육권과 보건권, 자기 결정권 등을 잃고 본인 미래를 그릴 기회도 빼앗기게 된다"며 "여성 청소년들이 삶의 방향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드리게스 소장은 또 "여성 청소년뿐만 아니라 여성이 능동적인 주체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코이카 2차 사업에서는 남성들과 연계하는 활동을 강화하고, 학교 내에서 포괄적인 성교육을 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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