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나라 기자] 업황 악화에 직면한 카드사들이 잇따라 최고경영자(CEO) 교체를 통해 세대교체에 나서고 있다. 신임 신한카드 사장엔 박창훈 페이먼트그룹 본부장이, 삼성카드 사장엔 김이태 삼성벤처투자 사장이, KB국민카드 사장엔 김재관 KB금융지주 재무 담당 부사장이, 하나카드는 성영수 하나은행 부행장이 내정됐다. 카드사의 이번 인사는 실적보다는 미래 성장성에 방점을 둔 인사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편집자 주]
삼성카드가 아직 1년의 임기가 남아 있는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는 고강도 쇄신을 단행했다. 통상 삼성 금융계열사 CEO의 임기가 4~5년이라는 것을 감안한다 해도 삼성카드가 올해 호실적을 거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인사를 단행한 것은 뜻밖이란 게 업계의 분위기다. 이는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본업인 '신용판매'의 수익성이 크게 저하되면서 신성장동력을 찾으려는 삼성카드의 변화로 풀이된다.
20일 카드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지난달 29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개최하고 김이태 삼성벤처투자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과장 출신인 김 후보는 지난 2016년 삼성전자에 합류한 이후 글로벌커뮤니케이션그룹장 및 대외협력팀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그는 지난해부터 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를 맡아오고 있다.
삼성카드 임추위는 김 후보에 대해 삼성벤처투자를 이끌면서 벤처 생태계에 성공DNA를 이식하는 한편, 오픈이노베이션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실제로 지난해 김 후보가 취임한 뒤 삼성벤처투자는 올 상반기까지 323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사상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반면, 지난 2020년 이후 약 5년간 삼성카드를 업계 2위 카드사로 이끈 김대환 현 삼성카드 사장은 임기 1년을 남겨두고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김 사장의 임기는 내후년 3월까지다.
업계에서는 올해 삼성카드의 호실적을 이끈 김 사장이 무난하게 임기를 마칠 것으로 예측했었다. 그러나 카드업계의 업황이 녹록치 않은 데다 데이터·인공지능(AI)을 비로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위기감 역시 삼성카드 인사에 작용됐다는 해석이다.
또한 삼성 계열의 금융사는 통상 4~5년마다 CEO를 교체하곤 했다. 실제로 김대환 사장의 전임자인 원기찬 전 사장의 임기도 5년 5개월이었다.
아울러 삼성 금융 계열사에 존재하는 이른바 '60세 룰' 역시 인사를 통해 다시 입증된 셈이다. 60세 룰은 삼성 금융사의 경우 CEO의 나이가 만 60세가 넘으면 대체로 물러난다는 일종의 관행이다.
이는 계열사 사장의 나이가 60세를 넘기지 않도록 한다는 故이건희 회장의 지론에 따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카드의 김대환 사장은 1963년생으로 만 61세다. 더욱이 업계 일각에선 올해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에 따른 그룹 쇄신 분위기가 전 계열사로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도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이에 따라 김이태 후보는 내년 3월 사장 취임 후 업계 1위 신한카드와 본격적인 실적 경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삼성카드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5315억원으로, 신한카드(5527억원)와의 순이익 격차는 약 200억원까지 좁혀진 상황이다.
그러나 핀테크 기업의 금융권 진출이 잇따르면서 카드사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카드가 업계 1위를 탈환하기 위해선 디지털·데이터·인공지능(AI)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본업인 신용판매의 수익성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카드업계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것은 현재 카드업계의 최대 과제로 손꼽힌다"며 "특히 카드사의 경우 소비자 데이터를 발굴하기 용이한 만큼, 데이터 관련 사업으로의 진출이 필수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삼성카드는 금융 전문성과 벤처 분야 경험을 두루 갖춘 김이태 사장 체제에서 디지털과 데이터에 기반한 신사업 발굴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삼성카드 임추위는 김이태 사장 내정자에 대한 선임 배경에 대해 "금융분야 경험과 풍부한 네트워크를 통해 기존의 결제·금융사업을 넘어 디지털과 데이터 혁신에 기반한 새로운 사업영역으로의 확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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