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청하지 않은 광고비용 1000만원 내라는 벼룩시장

직접 광고청약서를 쓴 사실이 없음에도 다른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사용한 광고청약서가 있다는 이유로 1000만원이 넘는 고가의 광고비를 지불하라는 소송을 당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다. / 벼룩시장

[한스경제=권선형·김호진 기자] 직접 광고청약서를 쓴 사실이 없음에도 다른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사용한 광고청약서가 있다는 이유로 1000만원이 넘는 고가의 광고비를 지불하라는 소송을 당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다.

20일 A씨에 따르면 벼룩시장(주식회사 미디어윌)은 A씨가 광고청약서를 다른 사람을 통해 대리 작성했고, 1998년 총 12회 광고가 게재돼 이에 상응하는 광고비를 지불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벼룩시장은 소송에서 광고청약서를 증거로 제시하고 A씨에게 지연이자까지 더해 1000만원이 넘는 광고비를 지불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A씨는 "광고를 직접 의뢰한 사실도 없고, 광고청약서 위임도 하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A씨가 가장 황당해 하고 있는 건 벼룩시장에서 증거라고 제시한 광고청약서다. 정상적인 계약서라고 하기엔 이상한 점이 많아서다. 벼룩시장은 대리인을 통해 광고청약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광고청약 권한을 위임했다는 위임장도 없는 상황이다. 또 광고를 의뢰한 A씨 사업체의 사업자등록증도 첨부돼 있지 않다. 벼룩시장이 증거라고 말하고 있는 광고청약서는 1998년 9월 3일 작성된 것으로, 광고청약 내용, 광고 횟수, 광고 총액, 결제내용, 청약자 상호, 청약 대표자 A씨 성명,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광고 신청자 성명, 사업장 주소 등만 적혀 있다. 대표자 A씨 성명 옆 도장을 찍는 자리에는 사인도 없고 도장도 찍혀 있지 않다. 벼룩시장이 대리로 광고를 신청했다고 주장하는 B씨의 이름과 사인만 있을 뿐이다.  

A씨는 "상식적으로 광고계약을 체결하려는 의사가 있었다면, 직접 하면 될 일을 굳이 다른 사람을 통해 광고계약을 체결할 이유가 없다"며 "설사 벼룩시장의 주장대로 대리인을 통해 광고계약을 체결할 의사였다 하더라도 대리인에게 위임장을 작성하는 게 상식인데 위임장을 작성한 사실도 없고 벼룩시장은 위임장도 없다고 말한다. 자신들이 직접 작성했을 수도 있는 광고청약서 한 장만 증거로 내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벼룩시장은 12회 광고가 게재된 신문도 증거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광고가 12회 모두 게재돼 있는 신문을 증거로 제출하지 못한 상황임에도 단지 광고청약서가 있다는 이유로 A씨에게 12회 광고비를 지불하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A씨는 "인감도장도 찍혀 있지 않은 이런 광고청약서가 어떻게 증거가 될 수 있느냐"며 "이런 것이 증거라면 누구든 가짜로 광고청약서를 썼다고 주장하면서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광고를 실제 게재한 것도 확인이 안 된 상황에서 벼룩시장이 광고를 게재했으니 광고비를 내라고 하는 것도 비상식적"이라고 꼬집었다.

벼룩시장이 증거라고 말하고 있는 광고청약서는 1998년 9월 3일 작성된 것으로, 광고청약 내용, 광고 횟수, 광고 총액, 결제내용, 청약자 상호, 청약 대표자 A씨 성명,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광고 신청자 성명, 사업장 주소 등만 적혀 있다. 대표자 A씨 성명 옆 도장을 찍는 자리에는 사인도 없고 도장도 찍혀 있지 않다. 벼룩시장이 대리로 광고를 신청했다고 주장하는 B씨의 이름과 사인만 들어가 있을 뿐이다. / 제보자 A씨 제공

A씨는 광고청약서 하단에 있는 4항의 내용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4항에는 '결제일까지 미입금 시 광고를 거부할 수 있습니다'라고 명시돼 있다.

A씨는 "4항의 의미는 광고 게재 전에 선입금 되지 않으면 광고 게재를 거부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벼룩시장은 처음부터 광고를 게재하지 않을 선택권이 이미 확정적으로 부여돼 있는데, 선택권을 새롭게 부여하려는 목적으로 번거롭게 4항의 문구를 광고청약서에 넣을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법원의 판례를 살펴보면 광고청약에 대한 대리권이 있다는 입증책임은 그 효과를 주장하는 벼룩시장 측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대법원의 판결이 이러한 상황에서 벼룩시장은 이에 대한 입증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심 판결은 패소하고 2심은 기각됐지만 벼룩시장에서 내밀고 있는 증거의 효력이 대법원에서는 생기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20일 미디어윌 측 관계자는 대법원 상고 진행과 관련해 '제보 들어온 게 있어 몇 가지 질문이 있다'는 질의에 "어떻게 알고 전화를 했느냐. 제보자가 누구냐"고 잘라 말했다. 이에 '제보자는 취재원 보호 차원에 말씀드리기 어렵다. 재판과 관련해 준비 중인 부분이나 따로 말씀해주실 부분이 있냐'고 물었지만 "(제보자가 누군지 알려주지 않았으니) 대화할 이유가 없다. 소속이 어디냐. 재판 결과를 보고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무슨 이유로 전화를 했느냐"는 답만 돌아왔다.

미디어윌그룹은 다양한 자회사와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곳으로 주요 자회사와 계열사로는 벼룩시장, 알바천국, 다방, 부동산써브, 한석맨파워, 나무커뮤니케이션, 인자인, 아이피디, 피치밸리(Willy’s), 더블유쇼핑, 딘타이펑코리아, 모스버거코리아, 미디어윌스포츠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