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신현수 기자] 신세계그룹은 지난 10월 정기임원인사를 단행한 후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회장의 분리경영을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다만 재계는 정용진·정유경 남매가 완전한 경영분리를 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SSG닷컴은 물론, 이들 남매의 모친인 이명희 총괄회장이 보유한 지분 정리 등이 남아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세계그룹은 '2025 정기임원인사'를 발표했던 당시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의 회장 승진은 이마트와 백화점 부문의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동시에 원활한 계열분리를 위한 조치"라며 "새로운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각 사업부문의 역량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 신세계그룹은 수년 전부터 계열분리를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 2011년 신세계에서 대형마트부문을 인적분할 해 두 개(이마트, 백화점)의 사업축을 만들었고, 2016년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이 각자 소유하고 있던 신세계와 이마트 지분을 스와프(맞교환)하며 독자경영을 본격화 했다. 이후 지난해 9월 이명희 총괄회장이 남매에게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8.2%씩 증여하면서 경영구도가 보다 확실해졌다. 현재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은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18.5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마트의 자산총계는 34조2526억원으로 신세계(15조3375억원) 대비 2배 이상 크지만 사업적 측면에서는 남매가 균형감 있게 나눴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만 경영성과에 대한 평은 엇갈리고 있다. 정용진 회장이 이끄는 이마트의 경우 각종 규제와 온라인 채널 중심으로 유통시장이 재편된 탓에 최근 5년 간 내실 없는 외형성장을 거듭한 반면, 정유경 회장의 신세계백화점은 보복소비 등에 힘 입어 수익성을 대폭 개선한 까닭이다.
실제 이마트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2019년 19조629억원에 불과했으나 매년 11.7%씩 성장한 덕에 2023년 29조4722억원으로 불어났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506억원에서 마이너스(-) 469억원으로 적자전환 했다. 반대로 신세계는 이 기간 매출액은 ▲2019년 6조3942억원 ▲2020년 4조7693억원 ▲2021년 6조3164억원 ▲2022년 7조8128억원 ▲2023년 6조3571억원 순으로 들쭉날쭉 한 모습을 보였으나 영업이익은 4678억원→885억원→5174억원→6454억원→6398억원을 기록하며 전반적으로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다 보니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와 대형복합쇼핑몰 스타필드를 중심으로 오프라인 채널 경쟁력 강화에 골몰하고 있을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올해 이마트가 연간단위 물량 계약으로 매입단가를 낮추는 동시에 초저가 전략으로 소비자 집객을 늘린 덕에 영업이익을 221.8%(386억원→1242억원)나 늘리는 성과를 거두긴 했으나, SSG닷컴의 적자와 지마켓 인수로 인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보다 많은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정유경 회장 역시 경기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백화점의 본원적 경쟁력 제고는 물론, 아픈손가락인 신세계까사와 신세계인터내셔날 뷰티사업, 그리고 면세사업에 대한 새로운 청사진을 그리고 있을 것이란 게 재계의 시각이다. 신세계의 경우 올해도 경쟁사 대비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이긴 했으나 뷰티와 면세사업 등으로 인해 3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13.7% 줄어든 373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이에 재계에서는 최근 신세계가 VIP층을 겨냥한 큐레이션 플랫폼 '더 쇼케이스'를 론칭한 것이나 VIP라운지 리뉴얼 모두 새로운 경쟁력을 갖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한편 재계는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의 완전한 계열분리까지는 상당시일이 걸릴 것으로 점치고 있다. 대기업집단 동일인(총수) 및 그 친족이 지분을 가진 경우 법인이 달라고 같은 그룹으로 묶이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상 친족독립경영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총수의 상호출자제한(상장사 3%·비상장사 10%)이 해소돼야 한다. 즉 남매가 분리경영에 나서기 위해선 동일인으로 지정돼 있는 이명희 총괄회장의 지분율을 3% 아래로 낮춰야 한다. 이 총괄회장은 9월말 기준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10%씩 보유 중이다.
SSG닷컴의 공동 보유 지분 정리도 선결 과제다. 현재 SSG닷컴 지분은 이마트가 45.6%로 최대주주고, 신세계가 24.4%를 보유한 2대 주주다. 계열분리를 위해선 이마트나 신세계가SSG닷컴의 지분을 사들여야 하는 셈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SSG닷컴이 신선식품에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신세계 보유지분을 이마트가 매입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다만 이마트가 보유한 순차입금이 9월말 기준 9조3819억원에 달하는 만큼 신세계 지분을 매입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 중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신세계그룹이 2025년 정기 임원인사로 그룹의 계열분리를 공식화한 만큼 이후 백화점 부문과 이마트 부문의 독립경영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된다"면서도 "이명희 그룹 총괄회장 보유 지분 승계작업, SSG닷컴 등 계열사 공동 보유 지분 정리 등의 선행 요건, 당국의 승인절차 등을 감안할 때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으로 분석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최종 계열분리가 되더라도 각 계열사의 지원주체가 될 이마트와 신세계의 지원가능성은 유지돼 신용도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계열분리를 공식화하기는 했지만 어떤 식으로 진행하고, 전략을 어떻게 수립할런지에 대해서 논의가 미흡한 상황"이라며 "관련 절차에 대한 준비를 시작한 단계이니 만큼 모든 과정이 마무리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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