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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한국소극장협회 이사장이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대학로 소극장·극단들이 처한 어려움을 얘기하며 꺼낸 말이다. 공연계는 스타 배우들을 앞세운 뮤지컬과 연극 작품들의 흥행에 힘입어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정작 ‘공연 메카’로 불리는 대학로는 곡소리가 나오고 있다.
임 이사장은 “예술성에 초점을 맞춘 비상업 공연의 경우 관객의 70% 이상이 관계자와 지인들로 채워지기도 한다”면서 “이젠 ‘제 공연 안 보러 오시나요?’가 대학로 인사말이 됐을 정도다. 티켓 값 지출에 부담감을 느끼는 배우들도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협회에 따르면 대학로에서 운영되는 소극장은 약 140곳이다. 평균 임대료는 월 450만 원, 하루 대관료는 40~100만 원 수준이다. 임 이사장은 “월 임대료가 1000만 원이 넘는 건물도 있다”며 “관객은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임대료와 대관료는 계속 높아져 협회 회원들이 운영에 어려움을 토로한다”고 말했다.
임 이사장은 임대료·대관료 상승으로 인한 운영 악화 여파가 신규 작품 개발 실패로 이어진다고 봤다. 그는 “10년 전만 해도 신작을 올리면 1~2개월 정도 공연하는 게 기본이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흥행 리스크가 있는 신작은 대관료 부담에 짧으면 3일, 길어봤자 2주 정도 무대에 올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열악한 환경에 홍보, 기획 인력 유출이 심하다”며 “경력을 쌓은 뒤 상업작을 올리는 대형 공연제작사로 향하는 인력이 많아 신규 관객 개발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임 이사장은 ‘민간공연장 상주단체 지원제’(가제)가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민간공연장 상주단체 지원제’는 소극장별로 3개의 공연 단체를 상주 단체로 짝지어주고 소극장과 공연 단체에 임대료·대관료 할인 혜택 등을 지원해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는 “소극장 100곳을 지원하면 300개의 공연 단체가 함께 혜택을 보는 상생 구조 시스템을 실현할 수 있다”면서 “이를 통해 창작 활동의 장이 만들어지면 예술가, 스태프들을 위한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소극장협회는 소극장 운영 지원을 통해 한국 공연예술계 발전과 국민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2000년 설립된 사단법인이다. ‘대학로티켓닷컴’, ‘좋은공연안내센터’, ‘서울형 창작극장’, ‘민간소극장 공동스탬프뱅크’ 등 다양한 지원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임 이사장은 그간 연극 ‘고도’, ‘귀여운 장난’, ‘운소도’, ‘가석방’, ‘베이비 댄싱’ 등을 선보인 연극 연출가로, 극단 동숭무대를 이끌고 있다.
임 이사장은 “음악, 미술 등 순수 예술 분야까지 AI(인공지능)이 대체하는 시대가 됐지만 연극은 향후에도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예술로서의 가치를 유지할 것”이라며 “연극 문화를 보존을 위한 업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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