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기로 올라간 ‘한라산’

객기로 올라간 ‘한라산’

평범한미디어 2024-12-23 02:05:22 신고

3줄요약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오랜만에 3일의 비번 휴가를 받았다. 뭘 해야 할까? 그동안 일이 힘들고 너무 바빴으니 그냥 집에서 쉴까? 여러 생각들이 교차하는 가운데 간만에 들른 공차에서 버블티 알을 씹고 있었다. 그러다가 25년지기 고향 친구 철민이(평범한미디어 칼럼 연재)에게서 연락이 왔다. 제주도행 비행기 특가가 나왔는데 같이 가볼 거냐는 제안이었다. 제주도는 정말 좋아하는 여행지이긴 하지만 잠깐 고민이 되었다. 30대가 넘은 이후로 여독에 대한 우려가 생겼다. 20대 초반이었다면 하루만 쉬어도 갔을 것이다. 무엇보다 철민이가 서울에서 다니던 대학원을 휴학한 이후로 함평으로 내려올 일이 많았고 일주일 간격으로 여수, 변산반도, 전주, 안동 등 함께 여행을 많이 다녔던 탓에 제주도까지 가는 건 오버가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고민도 잠시 그냥 가기로 결정했다. 직장생활을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친구와 시간을 맞춰서 여행을 간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친구도 내내 바쁘다가 이제야 겨우 여유가 생긴 것이니 가보기로 했다. 그렇게 급하게 겨울 제주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국가적으로 불행한 계엄령 사태가 터지기 전에 갔다 와서 정말 다행이었다.

 

제주공항에 도착하니 '헬로 제주' 문구가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사진=윤동욱 기자>

 

첫째 날이다. 자차를 몰고 광주 북구에서 전남 함평으로 가서 친구를 픽업한 뒤 곧바로 무안공항으로 향했다. 시간이 약간 지연되었지만 보안 수속을 마치고 무사히 비행기에 탑승했다. 친구는 창문 밖의 구름을 보며 설렌 마음을 드러냈다. 나 역시 오랜만에 비행기 안에서 구름과 하늘을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이내 졸음이 왔다. 아침부터 운전이 고됐다. 그 짧은 30분 체공하는 동안 꽤 많이 졸았다.

 

제주 공항에 도착했다. 이국적인 모습의 종려나무 잎들이 우리를 반겼다. 날씨는 구름이 많이 끼긴 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제주도에 먼저 도착해서 해야 할 일은 뭘까? 맛집 가기? 아니다. 제주 여행을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가장 먼저 자동차를 빌려야 한다. 렌터카든 카쉐어링이든. 안타깝게도 운전면허가 없거나 장롱 운전자라면 제주 여행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대중교통이 있긴 하지만 한계가 크다. 제주도에 주재하고 있는 렌터카 업체들은 공항에서 셔틀버스를 운영하는데 우리는 그걸 타고 예약한 해당 업체로 가서 자동차를 수령할 수 있었다.

 

쏘카 스테이션에서 무슨 차를 선택할까 고민이 깊었는데 평소 SUV를 몰고 싶었던 나는 과감하게 스포티지를 빌려버렸다. 차에 대한 감상평을 잠깐 하자면 신차니까 당연히 승차감이나 정속성 같은 것은 말도 안 되게 좋았다. 차 좋아하는 사람들이 왜 주행감을 따지는지 알 것 같았다. 특히 스포츠 모드를 설정하고 달릴 때는 그 속도감에 취해 과속을 할 뻔했다. 엔진이 화가 나있는 그 느낌이 참 좋았다. 물론 스포츠 모드를 즐기고 싶다면 연비는 과감히 포기할 각오를 해야 한다. 그래도 우리 차는 아닌지라 잠깐 스포츠 모드를 즐기고 노멀하게 운전을 했다. 제주는 언덕도 많고 꼬불꼬불한 길도 많다. 이런 험한 지형에서 SUV는 빛을 발했다. 렌터카를 빌린 만큼 평소 내가 몰던 자차와 다른 느낌으로 몰아보는 것도 제주 여행의 묘미 중 하나다.

 

숙소에서 본 오션뷰. <사진=윤동욱 기자>

 

숙소에 도착했다. 친구가 관광 전공이라서 그런지 숙소 예약을 기가 막히게 잘한다. 이번에 선택한 숙소도 만족스러웠다. 무려 오션뷰가 있는 곳이었다. 제주 바다가 한 눈에 보였다. 숙소에 짐을 풀었는데 벌써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다. 뭘 먹을까? 제주 하면 흑돼지다. 그런데 어떤 식당을 가야 할까? 제주도엔 흑돼지 식당이 참 많더라. 그냥 밖에 나가면 전부 흑돼지 전문점 간판으로 가득하다. 흑돼지 거리로 진입하니 더욱더 고르기 어려웠는데 호객행위와 무관하게 느낌이 좋은 곳을 픽했다.

 

착석해서 바로 흑돼지와 한치 세트를 시켰다. 인심 좋게도 후식 냉면과 김치찌개가 서비스로 나왔다. 허기졌던 만큼 흑돼지와 한치가 익자마자 순식간에 흡입했다. 흑돼지도 맛있었지만 한치가 인상 깊었다. 약간 두족류는 살짝 질기다는 선입견이 있다. 마른 오징어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한치는 그런 편견을 모조리 박살내주었다. 부드럽고 씹는 것도 굉장히 수월했다. 치아가 안 좋은 사람들도 충분히 먹기 수월하다. 특히 돼지기름과 김치가 섞여서 한치에 녹아드니 감칠맛 자체도 폭발했다. 돼기고기도 당연히 일품이었다. 기본적으로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정말 풍미가 제대로 느껴졌다. 한참을 돼지고기 맛을 음미하며 식사를 이어나갔다. 정말 게눈 감추듯 폭풍 흡입했다. 밑반찬까지 다 긁어 먹었다.

 

커피가 땡긴다. 식후 아메리카노를 충전해야 한다. 유명한 애월 카페 거리로 향했다. 사실 지난번에도 간 적이 있었는데 그 분위기와 경치를 잊지 못 해서 한번 더 방문했다. 게다가 그곳에는 귀여운 웰시코기도 있다. 애월 카페 거리는 밤에도 바다 쪽을 환하게 비추는 풍경이 그야말로 절경이다. 

 

애월의 풍경. <사진=윤동욱 기자>

 

애월의 한 카페에 들려 스페셜티 커피를 주문해 마셨다. 원두를 상당히 신경 쓴 모양이었다. 첫 맛은 약간 썼지만 끝에 구수한 향기와 맛이 몰려왔다. 천천히 음미할 가치가 있는 커피였다. 게다가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를 보면서 커피를 마시니 낭만 수치가 한도를 초과했다. 한 겨울 바닷가라 바람도 많이 불고 매우 춥긴 했지만 그 경치가 추위를 압도했다. 귀여운 웰시코기는 피곤한지 졸고 있었다.

 

커피를 다 마시고 우리는 한림수목원으로 갔다. 시간관계상 수목원이 문을 닫았지만 거기에 야시장이 유명하다는 소문을 듣고 행선지로 정했다. 수목원 주변을 한 바퀴 돌면서 야시장을 구경했다. 전구를 많이 켜놓은 야시장의 모습은 화려하고 아늑하고 멋있었다. 벌써부터 곳곳에 크리스마스 장식물을 비치해놔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야시장에는 맛있는 것들이 정말 많았지만 저녁을 배불리 먹어서 그냥 지나쳤다. 정말 아쉬웠다. 각각의 푸드트럭에서 특이한 음식들을 정말 많이 봤다. 공복이었다면 10만원쯤 썼을 것 같다. 그래도 기왕 왔으니 떡꼬치라도 사먹었다. 학창시절 이후 오랜만에 먹어본 떡꼬치였다. 음식 뿐만 아니라 각종 악세사리도 팔았는데 꽤 재밌는 구경거리였다. 

 

제주도 하면 해안 드라이브다. 드라이브 코스가 기가 막히게 잘 조성되어 있다. 수목원을 떠나 해안 드라이브를 즐겼다. 그러다가 제주의 유명한 해수욕장 중 하나인 이호테우에 머무르기로 했다. 왜 이름이 이호테우인지 궁금했는데 찾아보니까 이호는 제주시 이호동에서 따온 것이고, 테우는 제주어로 뗏목을 뜻한다. 아마 여기에서 뗏목을 많이 만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호테우다. 이호테우에서는 말 모양으로 된 등대가 시그니처다.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어서 정신 없이 찍어댔고 지긋이 등대의 모습을 감상했다. 무슨 트로이 목마 같았다.

 

애월 카페에서 본 웰시코기. <사진=윤동욱 기자> 

 

수목원 야시장의 전경. <사진=윤동욱 기자>

 

이오테우 해변에서 본 목마 모양의 등대. <사진=윤동욱 기자>

 

용두암의 모습. <사진=윤동욱 기자>

 

용두암의 밤풍경도 빼놓을 수 없는데 비록 어두캄캄했지만 불을 환하게 켜놓아서 용머리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다. 파도가 현무암에 부서지고 있었는데 벤치에 앉아 한참 ‘파도멍’을 때렸다. 용두암을 끝으로 첫날 여행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간단히 에일 맥주와 마른 안주를 먹으면서 휴식을 취했는데 맥주에서 귤 껍질 향이 그대로 느껴져서 상당히 상큼했다. 상큼한 맥주 향을 머금으며 잠이 들었다.

 

다음날 이른 아침에 눈이 떠졌는데 한라산으로 향했다. 철민이가 ‘영실탐방로’라는 곳을 추천했다. 탐방로니까 본격 등산 코스는 아니라고 여기며 출발했다. 한라산으로 가는 경로는 꼬불꼬불 그 자체였다. 급커브가 많았다. 드리프트를 하고 싶었지만 카트라이더와 현실 운전은 아예 다르기에 이내 체념했다. 사실 하지도 못 한다. 그렇게 핸들을 이리 돌렸다 저리 돌렸다가 영실 입구에 도착했다. 그런데 아뿔싸! 불길하게도 아웃도어 풀세트와 아이젠 등을 착용한 등반객들이 수두룩했다. 뭔가 망했다는 직감이 들었다.

 

칼을 뺏으니 무라도 썰어야지. 매몰비용 심리가 있으니 합리화를 해서라도 한라산을 오르기로 결단했다. 그래 저 사람들은 정상까지 가는 거겠지라고 생각하며 발걸음을 뗐다. 그저 평범한 점퍼와 추리닝 그리고 운동화 착장이었는데 누가 봐도 등산 복장은 아니었다. 탐방로니까 등산로 주변만 돈다고 판단했는데 큰 오산이었다. 겨울철 한라산에 내린 눈은 아직 녹지 않아 그대로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미끄러질 위험이 다분했다. 그래도 한라산의 공기와 정취가 반가웠다. 올라가면서 산등성이를 바라봤는데 거대한 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출발한지 5분쯤 됐을 때까지만 해도 이 정도면 여유롭게 올라갈만하다는 허세가 살아 있었는데 문제는 저질 체력과 운동능력이다. 철민이도 나도 등산을 하지 않은지 너무 오래됐다. 슬슬 난코스들이 등장했다. 가파른 급경사가 시작된 것이다. 등산화와 아이젠, 스틱까지 갖춘 사람들은 그 어려운 코스들을 구렁이 담 넘어가듯 잘 올라갔지만 우리는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에 난간과 줄을 붙잡고 꾸역꾸역 올라갔다. 생존 본능이 앞섰던 만큼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잠시만 긴장을 풀면 미끄러짐과 낙상을 당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조심해서 올라갔을까? 실성한 사람처럼 웃으며 철민이에게 이건 그냥 리얼 등산 아니냐? 탐방로라며? 지금 돌이켜봐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 우리는 분명 탐방로를 찾아갔지만 어쩌다가 고난도 등산을 해버렸다. 점점 말수가 사라졌다. 윤종신이 작곡한 <오르막길>이 귀에서 자동 재생되었다. 이제부터 웃음기 사라질 거야. 웃음기는 진작 사라졌다. 웃음기는 없어졌지만 그 빈자리를 황홀한 감정이 가득 채웠다. 어느정도 올라가니 드넓은 설원이 보였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덧 구름 위에 위치해 있었다. 마치 천국에 올라온 기분이었다. 시선 아래 구름들을 보아하니 뭔가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이 밀려왔다. 대자연 앞에서 그동안 품어왔던 상념과 고민거리들이 부질없게 느껴졌다. 이래서 사람들이 산을 오르는가 싶었다. 언제 이렇게 구름 위로 올라가 보겠는가? 큰 깨달음과는 별개로 힘듦은 여전했다. 좋은 경치고 나발이고 힘든 건 힘든 거다. 난 T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경치 뽕으로 꾸역꾸역 힘을 내며 올라갈 수 있었다. 가끔 마주치는 중년 등산객들은 “아이고 장비도 안 차고 올라왓어? 등산화라도 신고 오지”라며 걱정을 했는데 다음에는 꼭 장비와 복장을 갖추고 와야 겠다. 

 

한라산에서 본 전경, 구름이 가까이 있다. <사진=윤동욱 기자> 

 

저기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백록담 암벽이다.  <사진=윤동욱 기자> 

 

결국 백록담 근처까지 왔다. 그런데 가는 길이 없는 것 같았다. 한라산은 정해진 길로 다녀야 하는 곳이다. 정해진 길이 아닌 곳으로 가면 행정 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너무도 위험하기 때문이다. 최대한 길을 찾아 가보기로 했다. 정말 미치겠는 것이 백록담이 닿을 듯 말 듯 한 것 아닌가. 매몰비용에 사로잡혔다. 여기까지 왔는데 백록담은 봐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내 깨달은 사실이 있었다. 영실탐방로는 백록담까지 가는 코스가 아니었다. 무등산으로 치자면 중머리재까지 가는 코스였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1700미터 지점까지 올라간 것으로 만족하고 일단 대피소로 가서 휴식을 취했다. 산의 대피소는 처음이었다. 매점은 없지만 미리 준비해온 컵라면이나 비상식량을 취식할 수 있었다. 아무 것도 준비해가지 않아서 손가락만 빨았는데 다음에는 백록담도 보고, 대피소 간식도 먹고, 착장도 완벽하게 갖추기로 약속을 하고 천천히 하산했다. 갑자기 자신감이 샘솟았다. 노베이스로도 1700미터까지 성공했기 때문에 장비만 제대로 갖추면 백록담은 별 문제 없었다. 사실 등산은 하산이 제일 위험하다. 내려오는 길은 방심하기 쉬운데 다리에 더 많은 힘이 들어간다. 실족 가능성도 높다. 조심스럽게 사이드 스텝으로 천천히 내려왔는데 철민이는 발목 부상을 당한 적도 있었기 때문에 더 조심스러웠다. 정말 내려오면서 우리는 내내 무슨 객기인지 모르겠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어떤 지점에서는 거의 앉은 자세로 내려왔다. 팁을 적어보자면 스쿼트를 하듯이 자세를 낮추고 엉덩이를 뒤로 빼고 가면 하산에 효과적이다. 무게중심 자체가 낮아져서 낙상의 위험이 줄어든다. 안전이 최우선이다. 등산은 낙상과 실족을 가장 조심해야 한다.

 

겨우 살아서 내려왔다. 배가 너무 고팠다. 메뉴는 물회로 정했다. 검색해서 활어 물회 가게로 향했다. 꽤 안정적인 맛이었다. 등산을 갔다 와서 그런가 더 꿀맛이었다. 물회를 시키면 야채만 잔뜩 주고 회는 꼴랑 몇 점 없는 참사도 종종 있는데 다행히도 회가 수북했다. 저녁을 먹고 다음 행선지를 어디로 갈지 고민이 깊었다. 둘 다 자연 관광지를 피하자는 말이 절로 나왔다. 두 발로 올라가는 곳을 지양하고 싶었다. 철민이는 뜬금 없이 실탄 사격이 하고 싶다고 했다. 마침 제주 중문 쪽에 실탄 사격장이 있었다. 권총 실사격을 해본 적이 없던 만큼 기대감이 들었다. 후다닥 사격장으로 갔고 간단한 교육을 받고 귀마개를 낀 채 12발을 쐈다. 살아 생전 권총을 쏴보다니. 대한민국 남자들은 군복무 기간 동안 실탄 사격을 겪어보긴 하지만 거진 소총 사격이다. 권총 사격은 장교 이상만 해볼 수 있다. 사실 권총 사격이 더 어렵다. 소총은 어깨에 견착을 하고 쏘지만 권총은 오직 두 손과 팔로 버티고 쏴야 한다. 총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반동이 강하기 때문에 잘 잡고 쏴야 한다.

 

아무튼 철민이는 해병대 부사관 출신이고 나도 나름 훈련소에서 사격을 해봤기 때문에 어느정도 표적에 잘 꽂아넣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야말로 중구난방이었다. 그래도 표적지에 들어간 총알이 하나라도 있어서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사격을 마무리했다. 사격을 해보면서 영화 <타짜> 김혜수 배우의 “쏠 수 이써!”라는 명장면이 떠오르기도 했고 그걸 재연해보면서 키득키득 웃음이 났다. 돌이켜보니 정마담은 처음 총을 쏴봤고 꽤 먼 거리임에도 타겟을 정확히 맞출 수 있는 능력자였다. 아무리 봐도 쌍권총은 다 허상이라는 것이다. 범죄 영화나 드라마에서 꼭 주인공들이 한손으로 폼 잡고 쏘던데 불가능하다. 두 손으로 파지해도 잘 안 맞는 것이 권총인데 한 손으로 쏠 수 있을 리가 없다. 쏘긴 쏘더라도 다 빗나가 버릴 것이다.

 

권총 사격을 하는 모습. <사진=철민이 인스타그램>

 

소인국 테마파크에서 본 자유의 여신상. <사진=윤동욱 기자>

 

즐거운 사격을 마치고 소인국 테마파크로 갔다. 먼저 애니메이션 피규어들을 구경했는데 철민이가 <귀멸의 칼날>이라는 인기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고 곧 생일이라 인기 캐릭터 ‘네즈코’를 선물로 안겨주었다. 또한 디오라마등을 구경했는데 매드맥스와 마이클 잭슨이 정말 인상 깊었다. 그 방에는 전설의 <빌리진>이 흘러나왔다. 이밖에도 조그마한 자유의 여신상과 에펠탑, 각종 조형물들, 한라산 풍경 사진들, 미니 골프장 등을 지나 소인국 테마파크를 빠져나왔다. 즐겁게 여기저기 다니다보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둘째날이 메인이라 아직 여정을 끝낼 순 없었다. 그래서 쇠소깍으로 향했다. 하천이 바다로 통하는 명소인데 이런 절경이 없다. 밤에 와서 아쉬웠지만 불을 환하게 켜놓았기 때문에 충분히 운치 있고 멋있었다. 쇠소깍 이후 우리를 맞이할 별미는 고등어회다. 고등어회와 광어를 포장해서 숙소에서 먹기로 했다. 한라산 소주와 우도 땅콩 막걸리도 곁들였다. 음식을 잔뜩 싣고 해안도로를 따라 절경을 감상하며 숙소에 도착했다. 싱싱한 회와 술이 목구멍으로 쭉쭉 들어가서 황홀한 기분이 들었다.

 

아쉽게도 마지막날이 왔다. 이제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브런치로 고기국수를 먹기로 했다. 제주 시내에는 유독 자동차들이 많아서 주차를 하느라 애를 먹었지만 고기국수가 너무 맛있어서 금방 짜증을 날려버렸다. 깔끔한 맛이었는데 해장용으로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 여행을 간다면 고기국수를 꼭 추천하고 싶다. 공항 근처 해안도로에 있는 풀바셋 매장이 마지막 행선지가 됐는데 어니언 베이글과 아이스크림 라떼를 먹었다. 바다와 고즈넉한 풍경을 즐기며 커피를 음미하는 기분이 산뜻했다. 한 동안 제주 바다를 보지 못 할테니 손흥민 선수의 찰칵 세레모니를 하는 마음으로 오래 담아두었다. 이젠 정말 떠날 때다. 차를 반납하고 공항으로 향했다. 반납할 때 놀랐는데 무려 300km나 주행했다. 광주에서 서울 가는 거리인데 제주 땅을 동서남북 많이도 돌아다녔다. 철민이와 로테이션으로 운전을 해서 그런지 체감상 운전 피로도가 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끝으로 제주 파리바게트에만 있는 제주 샌드를 사려고 했지만 줄이 길게 늘어져 있어 시간관계상 살 수 없어 아쉬웠다. 무안으로 향하는 비행기는 금방 착륙했고 근처 사우나에서 몸을 씻고 철민이를 함평으로 바래다줬는데 아뿔싸 함평에서 겨울빛축제를 하고 있었다!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서 빛축제까지 만끽하고 함평에서 광주로 운전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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