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2024년 홈쇼핑 업계는 TV 시청률 감소와 송출수수료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수년 간 홈쇼핑 송출수수료를 두고 갈등을 빚어온 홈쇼핑사와 유료방송사가 마침내 '블랙아웃(송출 중단)' 사태로 극렬한 대립에 나선 것이다. 홈쇼핑업계는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탈TV' 전략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올 한 해 홈쇼핑 업계에서는 TV를 벗어나 라이브커머스 등으로 경쟁력을 키워가는 시기였다. 줄어드는 TV 시청인구와 높아지는 송출수수료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TV홈쇼핑 외에 다른 먹거리를 찾고 나서는 것.
대표적으로 CJ온스타일은 지난 8월 라이브커머스 콘텐츠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모바일 앱 플랫폼을 대폭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CJ온스타일은 탈TV 전략의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CJ온스타일은 최근 라이브 커머스를 주력으로 탈TV에 힘쓰고 있다. CJ온스타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매출 가운데 라이브 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56%에 달하며 TV 매출을 넘어섰다. TV가 아닌 모바일 라이브 방송을 중심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을 말한다. CJ온스타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체 매출의 56%를 차지하며 TV 매출을 넘어선 것이다.
CJ온스타일 모바일 라이브쇼 신규 프로그램 MC 5인. (왼쪽부터)가수 선예, 소유, 배우 한예슬, 안재현, 방송인 김소영. © CJ온스타일
GS샵은 홈쇼핑 방송과 라이브 커머스 영상을 숏폼 콘텐츠로 보여주는 '숏픽(Short Picks)' 서비스를 정식 오픈하고 '모바일 시프트 2.0' 전략에 박차를 가한다. 미디어 무게중심이 TV에서 모바일로 옮겨가면서 최초 TV홈쇼핑 사업자로서 축적해 온 강점을 모바일로 확장하는 작업이 필요했다고 GS샵은 설명했다.
롯데홈쇼핑은 원 소싱 멀티채널(One Sourcing Multi Channel) 전략을 선보인 바 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3월 TV생방송에서 타임 세일 방송 '300초 특가'를 선보이며 지난달까지 누적 주문 건수 12만 건을 기록했다. 6월부터는 모바일 앱 메인 화면에 '초절약 숏핑' 서비스를 신설해 숏폼 형태로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그 결과 일평균 앱 방문자 수가 서비스 도입 전보다 20% 증가했다. 롯데홈쇼핑은 TV, 티커머스, 모바일 등 전 채널로 숏폼 콘텐츠를 확대하고 판매 상품도 생필품, 식품, 생활가전 중심에서 그룹사 연계 상품, 패션, 뷰티, 한정판 등으로 다양화할 계획이다.
또, 올해부터 모바일 채널 강화 전략의 일환으로 선물하기 서비스 편의성을 개선했다. 번호를 몰라도 카카오톡 친구에게 선물을 보낼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이에 올해 1~11월 모바일 선물하기 서비스 현황을 분석한 결과, 서비스 이용 건수가 약 5배 신장했다. 특히 40~60대 이용 건수는 4배 이상 신장했다.
홈쇼핑 업계는 탈TV 전략을 가속화하는 한편, 동계 시즌을 맞아 패션 브랜드에 대한 판매를 강화해 실적을 회복한다는 계획이다. GS샵의 경우 9월 발표한 인공지능(AI) 기반으로 개편한 애플리케이션(앱)에 역량을 집중한다. 현대홈쇼핑도 지난 8월 리뉴얼한 현대H몰 앱을 기반으로 플랫폼 포트폴리오 다각화, 숏딜, 숏커머스 특화 등을 확장할 계획이다.
배송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CJ온스타일은 이날부터 '새벽에 오네' 배송서비스를 시행한다. 평일 오후 9시 이전에 해당 상품을 구매한 고객은 다음 날 새벽에 상품을 수령할 수 있다. 개선된 물류 역량을 토대로 협력사를 위한 배송 지원 정책도 확대하기로 했다. 물류센터 운영을 기존 주 6일에서 주 7일로 늘리고 부가 서비스로 협력사 간선 할인 제휴도 지원한다.
GS샵은 지난 10월 중순부터 ‘휴일에도 내일 도착' 배송 서비스(이하 '휴일 배송')를 시행하고 있다. 기존에는 토요일 방송 상품은 차주 월요일에 배송했지만, 휴일 배송 도입으로 우선 토요일 오전 9시 20분 '더 컬렉션', 밤 9시35분 '쇼미 더 트렌드' 등 토요일 3~4개 방송 상품에 대해 휴일 배송을 적용한다.
현대홈쇼핑은 지난 6월 경기도 화성시에서 화성 물류센터 개소식을 통해 신규 물류센터 운영을 알렸다. 기존에 경기도 군포에서 운영하던 물류센터를 확장해 옮긴 화성 물류센터는 연면적 약 3만8000㎡(1만1400평), 전체 3개층으로 최대 158만 박스를 보관할 수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와 손잡고 최신 자동화 설비도 구축했다. 물류센터 면적 확대와 자동화 설비 도입으로 기존 대비 물동량이 약 20% 증가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대홈쇼핑 공식 온라인몰 현대H몰 앱 리뉴얼 오픈 안내 이미지.© 현대홈쇼핑
이와 동시에 송출수수료 갈등도 이어지는 중이다.
지난 5일 홈쇼핑 사업자인 CJ ENM 커머스(CJ온스타일)는 딜라이브, 아름방송, CCS충북방송에서 방송 송출을 중단했다. 이는 유료방송 플랫폼에서 방송송출을 중단한 초유의 블랙아웃 사태다.
송출수수료는 홈쇼핑이 방송채널에 편성된 대가로 유료방송 사업자에 지급하는 것으로, 홈쇼핑사는 유료방송사의 가입자가 감소해 채널 경쟁력이 떨어졌다며 송출수수료 인하를 요구해 왔다. 반면 유료방송사는 '홈쇼핑사가 방송 채널에서 모바일 구매를 유도해 방송 매출을 줄이는 눈속임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홈쇼핑업계에선 방송 매출액은 감소하는데 송출수수료 부담은 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TV홈쇼핑 7개 법인의 방송 매출은 총 2조7290억원으로 전년(2조8998억원) 대비 5.9% 줄었다. 영업이익도 전년(5026억원)보다 32.9% 줄어든 3270억원이다. 하지만 이들이 SO에 낸 송출수수료 규모는 2014년 1조 374억원에서 지난해 1조9375억원으로 2배 가까이 올랐다. 방송 매출액의 71%가 송출수수료로 나가는 셈이다.
현대·롯데홈쇼핑도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IPTV사인 LG유플러스, 롯데홈쇼핑은 케이블TV사 딜라이브와 각각 송출수수료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가 검증 협의체' 구성을 요청했다.
과기정통부는 홈쇼핑과 유료방송사업자간 계약 공정성을 따지는 '대가검증협의체' 운영을 기존 주 1회에서 수시를 개최하기로 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10월 품질 경쟁력 강화를 위한 AI QA 챗봇 서비스를 도입했다. © 롯데홈쇼핑
정부가 공언한 홈쇼핑 경쟁력 강화 방안 발표도 내년으로 미뤄졌다. 외부 연구 용역을 통해 객관적인 시장 파급 효과를 점검한 후에 결론을 도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연구 용역은 지난 6월 과기정통부가 출범한 '홈쇼핑 산업 경쟁력 강화 TF' 연장선이다. TF는 과기정통부 방송진흥정책관이 총괄 반장을 맡고 방송·법률·경제·경영·회계 등 각 분야 전문가 17명이 모여 7개월 간 논의를 이어왔다. 크게 △데이터홈쇼핑 규제 개선 △홈쇼핑 재승인 조건 완화 △유료방송-홈쇼핑 상생협력 방안(송출수수료) 등을 주요 의제로 삼고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2025년 홈쇼핑 업계는 디지털 플랫폼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TV 시청률 감소와 송출수수료 문제로 기존 방송 중심 모델은 한계에 봉착했으며, 라이브커머스와 숏폼 콘텐츠의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홈쇼핑 업체들은 멀티채널 전략을 강화하고 모바일 및 앱 기반 서비스에 집중하면서 사용자 경험과 콘텐츠의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려 할 것"이라며 "디지털 전환과 소비자 중심의 콘텐츠가 핵심 성장 동력이 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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