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대선의 ㄷ자도 안돼"…차기 주자 선두에도 역풍 경계
여야정 국정협의체 등 민생 메시지로 지도자 면모 부각할 듯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권가도를 신중하게 관리하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 진행되는 와중에 조기 대선을 겨냥하는 듯한 모습을 보일 경우 역풍이 불 수 있어서다.
비상계엄 사태 후 여권이 고전하는 가운데 민주당 지지율이 상승하는 흐름과 함께 이 대표도 차기 대통령 선호도 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7∼19일 전국 만18세 이상 유권자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무작위 추출 무선전화 가상번호 전화 조사원 인터뷰, 응답률 15.1%,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서 '장래 대통령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나'라는 물음에 37%가 이 대표라고 답했다.
5%로 나란히 공동 2위를 기록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의 지지율을 합쳐도 이 대표 지지율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같은 조사에서 민주당의 지지도는 48%로, 24%를 기록한 국민의힘의 정확히 두 배였다.
이 대표가 차기 대권 경쟁에서 누구보다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이 대표는 일절 대선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22일 통화에서 "당내에선 대선의 'ㄷ'자도 말하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우리가 먼저 대선을 언급하는 순간 오만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윤 대통령을 '내란수괴'로 규정하고 파면을 기정사실로 했지만, 공식적인 파면 전까지는 김칫국을 마셔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다.
윤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서류 송달을 거부하며 탄핵심판이 지지부진한 상황을 비롯해 비상계엄과 관련한 진상규명이 한참 남은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금 당장은 정권교체가 아닌 윤 대통령 파면과 비상계엄을 비롯한 윤석열 정권의 실정을 규명하라는 게 국민의 명령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의 신속한 공포, 공석인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의 임명을 촉구한 것도 같은 이치다.
이런 맥락에서 이 대표는 여권을 향해 이 같은 요구를 지속하는 한편, 여야정 국정협의체 구성 등 위기의 민생을 구하는 데 우선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대권을 명시적으로 말하진 않아도 국정협의체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위기 수습에 기여한다면 지도자의 면모는 확실하게 각인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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