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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은 한국여자골프를 대표하는 간판스타다. 2014년 KLPGA 투어에 데뷔해 2017년까지 통산 9승을 거뒀다. 2017년 한국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이듬해 미국 투어에 데뷔한 그는 공식 데뷔 첫 대회인 ISPS 한다 호주 여자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다. 신인상까지 그의 몫이었다.
이후 고진영은 2019년 메이저 2승을 포함해 4승을 기록하며 생애 처음으로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잠잠해진 2021년에도 5승을 쓸어담는 등 LPGA 투어 통산 15승을 기록했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최장 기록인 ‘163주’ 신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올해로 투어 활동 11년 차를 맞은 고진영은 2014년부터 2023년까지 한 해도 빼놓지 않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지만 올해는 아쉽게 1승도 거두지 못했다. 고진영은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올해는 샷이 마음대로 풀리지 않았고 우승이 없어서 ‘안식년’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얻은 것도 많았다. 골프에 대한 열정,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12시간 쇼트게임 연습만…‘각성’이 성공 이끌어
고진영은 한국에서 활동할 때도 성공한 골프 선수였다. 그러나 막상 미국에 가니 그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오기가 생겼고 각성하는 계기가 됐다.
고진영은 2018년 루키 시즌을 끝낸 뒤 3주 동안 미국에 머물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데 집중했다. 매일 아침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쇼트게임 레슨을 받고 연습에 매진했다. 퍼트 어드레스까지 모조리 바꿨다. 그렇게 고진영은 이듬해인 2019년 처음 메이저 대회 ANA 인스피레이션을 제패했고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그는 이때가 골프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고 했다. 고진영은 “미국에서 제 이름을 알리겠다는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했다. 골프에 대한 재미와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던 때”라고 돌아봤다.
10년 동안 투어 생활을 하면서 늘 정상에 있었던 고진영은 롱런의 동력으로 ‘골프 정체성을 잃지 않는 것’을 꼽았다. 고진영은 “4년 정도는 정신없이 버틸 수 있다. 10년 차가 되면 ‘내가 왜 골프를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힘들어진다. 그래서 골프와 삶의 밸런스를 잡는 게 중요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고진영은 “골프가 중요한 건 맞지만 전부는 아니다. 저도 골프가 제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살았다. 지금은 부모님과 같이 식사하는 감사함을 느끼는 게 우승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는 걸 안다”고 말했다.
올해 고진영은 LPGA 투어 18개 대회에 출전해 준우승 2번을 기록했지만 우승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고진영은 “다른 건 다 마음에 들지 않는데 퍼트 랭킹이 상위권이었던 점은 마음에 든다”고 자평했다. 올해 고진영은 그린 적중시 평균 퍼트 2위(1.76개), 라운드 당 퍼트 5위(29.05개)를 기록했다.
어깨 통증으로 고생한 그는 샷 때문에 고전했지만 덕분에 쇼트게임으로 파 세이브하는 법을 배웠다고도 했다. 고진영은 “메이저 KPMG 대회 때 그린 적중을 7개밖에 하지 못했다. 코스도 워낙 어려워서 쇼트게임으로 막지 못하면 스코어를 잃을 수밖에 없었다. 악착같이 쇼트게임을 해내자고 마음먹었다. 저의 10년 투어 인생 중 쇼트게임이 제일 잘된 대회였고 준우승을 기록했다”고 회상했다.
◇우승 없었지만 행복한 해…‘사람 고진영’ 성장 배워
또 고진영은 “골프가 되지 않을 때는 골프 외적으로 제 삶이 행복한지 행복하지 않은지를 보면 답이 나온다. 골프 외적으로도 행복하면 골프에 더 전념할 수 있다. 올해 우승이 없었어도 행복한 한 해를 보냈다고 생각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올해 만으로 29세, 투어 11년 차가 된 그는 많은 걸 내려놨고 해탈의 경지에 이른 듯 보였다. 영향을 준 건 선배 신지애다. 고진영은 지난 10월 신지애가 머무는 일본으로 건너가 밤새 이야기를 나눴고 연습도 함께 했다. 고진영은 “(신)지애 언니는 생각이 굉장히 깊다. 제가 생각하는 게 3가지라면 언니는 10가지를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제 생각도 넓어지고 많은 도움이 된다. 골프에 대한 고민이 많을 때 언니와 연락을 주고 받는다”고 소개했다.
고진영은 지난 8월 메이저 대회 AIG 여자오픈에서 신지애가 우승 경쟁을 하자 대회장에 직접 가 응원을 할 정도로 각별한 존경심을 갖고 있다. 자신은 컷 탈락을 했는데도 말이다. 그는 “세상에서 제일 쉬운 게 아무것도 안 하고 나이만 먹는 것이라고 한다. 언니를 보면서 저도 성장해야 한다는 걸 느낀다. 나이에 맞는 어른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명예의 전당, 세계랭킹 1위, 우승 등의 목표를 세우는 것도 내려놓았다. 골프 선수뿐만 아니라 사람 고진영으로 발전하는 것을 최근 골프를 통해 배웠다. 고진영은 마지막에 이렇게 이야기했다.
“목표를 이루지 못했을 때 제가 10년 동안 해왔던 것이 없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제 존재를 다시 생각하는 지경에 이르렀죠. 그렇지만 지금까지 이뤄온 것도 많잖아요? 제가 누군가의 롤 모델이 되고, 제가 해온 일이 어린 선수들의 도전 계기가 되는 것만으로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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