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왕실 가문, 공화정 인정하고 귀국길 택해

지난해 2월 18일 그리스 전 국왕 콘스탄티누스 2세 추모식에 참석한 유족들[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및 DB 금지] / 사진 = 연합뉴스

 

그리스 전 왕실 가문이 군주제 폐지 50년 만에 공화정 체제를 공식 인정하고 국적 회복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AP통신과 AFP통신 등 외신은 21일(현지시간) 그리스 전 왕실 가문 구성원들이 공화정 체제를 인정하는 선언문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새로운 성씨로 프랑스어로 '그리스의', '그리스에서 온'이라는 뜻을 가진 '드 그레스'(De Grece)를 선택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들이 과거 정부가 지정한 성씨 '글뤽스부르크'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독일계 조상을 연상시키고 그리스 정통성이 결여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리스의 군주제는 1967년 군사 쿠데타 이후 정치적 혼란 속에서 1974년 12월 국민투표를 통해 공식 폐지됐다. 이후 왕실 일가는 이탈리아와 영국 등지에서 망명 생활을 이어가다 2013년에야 민간인 신분으로 귀국했다.

이번 국적 회복을 신청한 이들은 지난해 82세로 별세한 마지막 군주 콘스탄티노스 2세와 앤 마리 여왕의 자녀 5명과 손주 5명 등 총 10명이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정치권의 반발도 있다. 사회당은 작위와 왕위 주장을 포기한다면서 '그리스'라는 가문 이름을 선택한 것이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비판했으며, 급진좌파연합은 그리스 법질서가 작위와 귀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문제를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