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혼다와 닛산이 합병을 추진, 전세계 완성차 시장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양사가 합병하면 세계 3위로 단숨에 뛰어올라, 그 자리를 지키던 현대차그룹은 4위로 내려앉는다. 글로벌 1위인 일본 도요타그룹도 같은 나라 경쟁사의 합종연횡 소식에 긴장하고 있다.
◇“기술 협력 하느니 합병하자” 지주회사 설립 논의
지난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세계 7, 8위 완성차기업인 혼다와 닛산이 경영통합을 논의하고 있다. 이 신문은 “혼다와 닛산자동차가 경영통합을 위한 협의에 들어간다”면서 “지주회사를 설립해 양사가 산하에 들어가는 방식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만간 업무협약을 맺고 지주회사 통합 비율 등 세부사항을 협의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더불어 닛산의 36% 지분을 보유, 최대 주주인 르노도 “합병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밝히며 힘을 보탰다. 블룸버그통신은 현지시간으로 같은 날 주요 소식통을 인용해 “닛산이 경영 위기를 벗어나기를 원하며, 닛산을 더 강하게 만드는 모든 협상에 열려 있다”고 전했다.
방식은 지주회사를 만들어 양 사가 그 산하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부터 전기차와 차량 소프트웨어(SW) 등의 협업을 검토해왔던 혼다와 닛산은 그동안 전기차 전환에 보수적이었으나, 급속도로 변하는 자동차 산업에 함께 대응하기 위해 아예 합병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BYD 저가공세 못 베겨···양사 합병 예견된 일”
업계는 이 같은 양사의 합종연횡은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이다. 예측보다 훨씬 빠른 전기차 전환속도에, 내연기관차 기업은 테슬라 등 전기차 전용 브랜드와 기술력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상황. 그간 내연차 모델에 집중해온 양 사는 특히 BYD 등 중국기업에 시장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술력 및 저가 공세에 밀렸을 뿐 아니라, 급작스레 변한 산업환경에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닛산은 세계 최초 양산 전기차를 내놓는 등 앞선 기술력을 보였으나 크게 주목받지 못했고, 하이브리드 신차는 아예 출시조차 없어 경영환경이 점차 어려워진 상태였다. 닛산은 최근 실적발표에서 올 회계연도 영업익 전망치를 기존 5000억엔(약 4조6800억원)에서 1500억엔(1조4000억원)으로 무려 70% 낮춰 발표했다. 혼다도 지난 7월 중국 내 내연기관차 생산능력을 30%가량 감축한다고 밝힌 바 있다.
양사는 앞으로 기술력 융합 및 몸집 불리기를 통해 한 발 늦은 완성차 시장 트렌드를 장악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미 지난 3월 포괄적 협업 약속을 했으며, 이후 차량용 소프트웨어 개발과 전기차(EV)의 구동장치 부품 공통화 등을 협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도요타 “전략 변화 없다”
한편 한국 입장에선 환영할만한 소식만은 아니다. 합병이 성사되면 도요타, 폭스바겐그룹 뒤를 이어 완성차 세계 순위 3위로 올라선다. 혼다와 닛산의 지난해 세계 판매량은 각각 398만대와 337만대로, 이를 합치면 총 735만대 수준이다. 지난해 글로벌에서 730만4282대를 판 현대차‧기아를 뛰어넘는 수치다. 지난해 1위인 도요타그룹은 1123만대, 2위 폭스바겐그룹은 923만대를 팔았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서열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혼다와 닛산 합병의 파급력과 동시에 함께 주목받고 있다. 도요타그룹 역시 일본의 주요 완성차기업 중 두 곳의 협력이어서, 경쟁력 변화 등 비교 대상이 됐다.
현대차그룹과 도요타그룹은 “우리 전략에 큰 변화는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그룹은 EV 라인업을 대폭 확장하고, 수소 에너지 및 수소전기차 출시,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인 SDV에 자율주행 레벨3 수준 탑재 등 실현에 나서는 등 기존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전략에 변화는 전혀 없고, 그간 밝힌 비전에 따라 차질 없이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도요타그룹 역시 이번 일로 인한 계획 변동은 없다고 밝혔다. 도요타 관계자는 “그룹의 중장기 비전인 ‘멀티 패스웨이’ 전략을 이행해 나갈 것”이라며 “전기차로의 급격한 전환 대신,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수소연료전지차(FCEV), 순수 전기차(BEV)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개발 및 상용화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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