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일보] 이희철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고위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오는 25일 출석을 요구하면서 내란 수사 핵심 기관으로 떠올랐다.
검찰과 일정이 겹친 1차 소환 통보와 달리 최근 수사 권한을 넘겨받은 이후 윤 대통령에게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냈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장성급 장교 수사권을 바탕으로 계엄에 관여한 군 핵심 관계자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다. 다만 고질적인 인력난을 고려해 외부 지원을 받을 방침인데 공조 근거가 미비해 향후 위법 수사 논란의 불씨도 남아 있다.
尹 수사권 받은 후 첫 소환 요구…강제 신병 확보 나서나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 20일 윤 대통령에게 "오는 25일까지 공수처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지했다. 지난 16일 보낸 출석요구서가 경호처 등의 수령 거부로 전달이 무산되자 두 번째 출석을 요구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의 2차 통보가 사실상 윤 대통령에게 보낸 최후통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검·경·공수처 간 내란 수사권 경쟁을 벌이는 도중 검찰과 중복 소환 요청을 한 때와 달리, 최근 검찰이 윤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하면서 수사권이 일원화된 까닭이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이 계속해서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체포 영장을 청구해 강제로 신병을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앞서 출석요구서를 대통령실 총무비서관, 한남동 대통령 관저, 대통령비서실 부속실 3곳에 우편과 전자공문 방식으로 보낸 바 있다.
아울러 사상 첫 대통령 소환을 앞두고 보안을 강화하는 등 만반의 준비에 들어갔다. 성탄절인 25일 출석을 요구한 것도 경호 문제를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일에는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가 입주한 5동 현관 앞·옆 도로를 '경호, 경찰 차량을 위한 주차금지 구역'으로 설정해 차량을 통제한다고 공지했다. 영상 촬영을 위한 방송국 차량 주차 구역은 별도로 구역을 지정했다.
정보사령관 직접 신병 확보…軍 수사권 바탕 수사 속도
공수처는 계엄 사태에 관여한 군 고위 관계자 수사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 20일엔 비상계엄을 사전에 모의한 혐의를 받는 문 사령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내란 수사에 착수한 이후 첫 장성급 장교 신병 확보에 성공한 공수처는 군 직접 수사권을 바탕으로 계엄 사태 전후 과정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공수처는 검찰, 경찰과 달리 고위공직자인 장성급 장교에 대한 수사권을 가지고 있다. 공수처법(8조)은 '공수처 검사는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해 검찰청 검사와 군검사 직무를 모두 수행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앞서 문 사령관을 긴급체포한 경찰도 검찰이 "위법하다"며 승인하지 않자 공수처에 이첩했다. 이후 공수처는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신병을 확보하고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공수처는 문 사령관 체포가 경찰의 초동수사 과정에서 이뤄진 점을 고려, 경찰에서 2~3명의 인력을 지원받을 예정이다. 검사와 수사관을 합친 총수사 인력이 50여명(검사 15명·수사관 36명)에 불과한 현실적 한계를 고려한 것이다.
경찰 지원 위법 수사 우려도…공수처 "수사 가담 안 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공수처와 경찰이 협력한 공조수사본부(공조본)의 법적 근거가 미비해 또 다른 논란의 불씨가 남았다고 지적한다.
이를테면 경찰이 보내는 경찰관은 공수처의 직접 수사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향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위법성을 다툴 수 있다.
실제 공수처법(10조 2항)에 따르면 외부 수사 인력으로 공수처 수사관 지위를 가질 수 있는 자는 검찰수사관이 유일하다. 경찰청에서 지원받은 경찰관에 수사관 자격을 부여하는 내용은 없다.
형사법에 능통한 한 법조인은 "공수처가 이름만 빌려주고 실질적인 수사는 경찰이 한다면 법원 단계에서 문제 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발적으로 (경찰이) 보내는 게 금지되어 있지 않고 협조 과정이라면 불법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오히려 공조수사의 법적 근거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수처는 경찰 수사관은 문 사령관 대면 조사 등 수사에 직접 가담하지 않고 앞서 이뤄진 초동 수사 기록을 분류·검토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절차상 어렵다면 (수사 참여는)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며 "넘어온 사건 기록을 분류하고 파악하는 과정에 협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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