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 당시 '대통령 박근혜 탄핵소추안' 작성을 주도한 금태섭 변호사(전 국회의원)로부터 12.3 비상계엄 사태는 "교과서적인 친위쿠데타"이며 "친위쿠데타가 내란에 해당된다는 데는 이론(異論)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 변호사는 20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실상 전날 진행된 윤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 기자간담회 내용을 겨냥해 '일각에서는 '이미 대통령이 권력을 가지고 있는데 무슨 내란을 저지른다는 거냐, 내란은 반란 쪽에서 하는 것이지'라고 하지만 '일정한 권한을 갖고 있는 쪽에서 그것을 더 독재적·전제적 권한으로 만들기 위해서 하는 것이 친위쿠데타"라고 지적했다.
금 변호사는 "이번 사태는 완전히 교과서적인, 헌법 교과서에 나올 만한 것"이라며 "친위쿠데타는 원래 정권을 잡은 쪽에서 하는 것이다. 정권을 잡았다고 해도 민주국가인 이상 헌법적 절차에 따라서 하는 것인데 국회도 없애버리고 사법부 권한도 정지시키면 그것이 내란"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내란죄가 아니라며 '이게 무슨 폭동이냐', '2시간이 무슨 내란이냐'고 하는데, 세상에 군대를 동원해서 그 군대가 국회를 뚫고 들어갔는데 그것이 내란이 아니면 무엇이냐"고 일갈하며 "지방 일선부대에서 사령관이 반란을 일으켜도 내란인데 군통수권을 가진 대통령이 군대를 동원해서 헌법기관을 짓밟은 것을 내란이 아니라고 보기는 정말 어렵다"고 짚었다.
그는 "물론 유죄가 확정되려면 법원의 재판을 거쳐야겠지만, 이번 사안은 너무나 분명하게 온 국민의 목격 하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정권을 잡았기 때문에 내란이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은 법학 이론을, 헌법을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금 변호사는 '지난 2016년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국회 탄핵소추 이전에 특검 수사 등 사실관계 조사 작업이 선행됐지만 이번 탄핵소추는 너무 급박하게 이뤄졌다'는 취지 주장을 국민의힘 중진의원 등이 하고 있는 데 대해 "다 틀린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에 대해 "박 전 대통령 탄핵 때는 특검 수사를 통해서 밝혀진 내용을 토대로 탄핵소추안을 썼고, 수사를 하기 전에는 밝히기 힘든 내용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국민들이 다 보는 앞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그는 "그리고 박 전 대통령 때는 적어도 국회나 사법부 권한 행사를 중지시키려는 시도는 없었다"며 "그런데 이번 사태는 국회 문을 닫고 끌어내려고 한 것 아니냐. 그걸 조사할 때까지 기다렸다가는 대한민국이 운영이 안 되고, 자칫 두 번째 시도가 또 나오지 않는다고 누가 얘기할 수 있나?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신속하게 하는 게 맞다"고 부연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제도적 의미로 봤을 때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견제와 균형"이라며 "국회를 장악해서 어떤 일을 벌이겠다고 하는 것은 민주주의 작동원리에 대한 기본적 생각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금 변호사는 또 국민의힘 의원들의 계엄·탄핵국면 대응에 대해 "(계엄 선포 같은 일이 생기면) 국회의원들은 무슨 일이 있든지 간에 국회로 달려가서 이걸 막아야 한다"며 "그런데 지도부도 의원 개개인들도 우왕좌왕한다는 것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제가 평소에 민주당에 대해 많은 비판을 하고, 민주당 국회의원들 중에 저랑 생각이 다른 분들도 있지만 이렇게 명백한 사안일 때는 국회의원이라면 군인이 있건 누가 있건 국회로 달려가야 한다. 그건 아주 기본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234표로 통과됐는데, 234표에서 204표로 간 것은 정치가 더 후퇴했다(는 것)"라며 "정치권 전체가 반성을 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 정치권에서 (탄핵 찬성파 전체를) 통합해서 가지 못한 잘못이 있고, 그러다 보니 국민의힘 의원들도 '어떤 길을 선택하는 것이 살길이냐' 하는 생각이 많았기 때문에 반대표가 안 나온 것"이라며 "다만 국민의힘 의원들한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굉장히 고민이 많고 어려우시겠지만 이럴 때는 국민들만 보고 가야 된다"고 고언했다.
금 변호사는 자신이 2020년 10월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후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선캠프에 한 달가량 합류했던 데 대해 "(윤 대통령이) 이런 일까지 벌일 거라고 예상은 못 했다"며 "우리나라 정치 리더들이 대단히 독선적인 면이 있다. 최종적인 판단을 내리기 전에는 다양한 얘기도 듣고 자기 생각과 다른 얘기도 들어야 되는데 윤 대통령은 그것이 굉장히 약하다. 그래서 제가 캠프를 나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같은 경우, 윤 대통령이 대통령후보가 되기 전에 사석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얘기를 해 보니까 '부정선거' 얘기를 하더라. 그래서 제가 '이 분은 좀 위험한 분이다'(라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나중에 캠프를 가보니 비서실에 있더라. 그래서 저분이 왜 여기 와 있나 했더니 그 다음에 또 행안부 장관으로 가서 걱정을 상당히 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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