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장래 정치지도자' 선호도에서 37%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는 여론조사가 20일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여파로 자진 사퇴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5%에 그쳤다. 헌법재판소에서 윤 대통령 탄핵안이 최종 인용돼야 '조기 대선'에 돌입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이재명 독주 체제'가 굳어지는 분위기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지난 17~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이 대표는 계엄 선포 전인 이달 초 조사 대비 8%포인트(p) 상승한 37%로 나타났다.
반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홍준표 대구시장은 5%를 기록하며 2위권에 머물렀다. 오세훈 서울시장·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2%,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우원식 국회의장 1% 순이었다. 응답자 중 35%는 특정인을 고르지 않았다.
주목할 점은 이 대표와 한 전 대표의 지지율 격차가 무려 32%에 달했다는 점이다. 이 대표가 지도자 선호도에서 37%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21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리스크'로 임기 내내 지지율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이 대표는 같은 기간 자신의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묶여 온 셈이다. 그러나 지난 3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로 돌이킬 수 없는 실책을 저지르면서 상당한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이 대표 본선행의 최대 걸림돌은 사법 리스크가 될 전망이다. 이미 지난달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데다, 최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항소심에서 유죄를 받으면서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이에 최근 민주당이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탄핵안 심리를 요구하면서 국회 몫 헌법재판관 3인 임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대통령 궐위 전까지 임명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결국 내년 초에 있을 이 대표의 항소심 결과가 막판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을 응징하는 분위기에서 이 대표 중심의 응집력이 세지만, 2심에서 형이 유지될 경우 당내에서 '플랜 B' 요구가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대선주자로서 1위를 지키고 있으나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지도자로 보기는 아직 어렵다"고 평가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4·10 총선을 지휘할 당시인 올해 3월 조사에서 선호도 24%를 기록했으나 이후 줄곧 10%대 박스권에 갇혔다. 정계 입문 1년 차인 한 대표가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며 중도층에 참신한 이미지를 소구한 것과 달리 내부에선 윤 대통령과의 대립각이 심화하며 전통적인 지지층(TK·PK) 민심을 흡수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갤럽은 여권 인사들의 낮은 지지율과 관련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사실상 구심점 부재 상태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 평론가는 "한 전 대표가 제3자 채상병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탄핵소추안 등을 두고 '오락가락'한 입장을 보여주면서 기존 지지층과 중도층의 신뢰를 잃었다"고 혹평했다. 이어 "여권 내에 그만한 대선 주자가 없기 때문에 5%가 나오는 것인데, 만약 한 대표가 대선 후보로 나올 경우 야당 후보를 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도 민주당이 48%로 국민의힘(24%)을 '더블 스코어'로 제치면서 활짝 웃었다. 조국혁신당 4%, 개혁신당 2%, 이외 정당 1%,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층은 21%로 집계됐다. 특히 민주당 지지도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래 최고치인 반면, 국민의힘은 2주 연속 최저치를 기록했다.
성향별로 보면 보수층의 63%가 국민의힘, 진보층에서는 81%가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중도층에서는 국민의힘 13%, 민주당 46%이었고,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는 32%다.
한편 이번 조사는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을 사용했다. 응답률은 15.5%,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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