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주요 은행권이 ‘세대교체’를 본격화했다. 신한은행 정상혁 은행장의 연임이 확정된 가운데 다른 세 곳의 수장이 모두 교체됐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사고 등 내부통제 부실로 교체가 예견됐던 우리은행 외에도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던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까지 수장이 교체됐다.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내년 경제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은행권 전반에 변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가장 먼저 은행장 교체가 결정된 곳은 우리은행이다. 기존 부당대출 문제로 사법 리스크가 커지면서 조병규 행장의 연임이 어려울 것이라는 업계의 예상대로 우리금융그룹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자추위)는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 정진완 현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추천했다.
후보 발표에 앞서 우리금융 자추위는 “조병규 행장이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이사회에 전달함에 따라 최근 불거진 내부통제 이슈 등을 감안해 ‘조직 쇄신’과 ‘세대 교체’에 주안점을 두고 은행장 선임 절차를 진행해 왔다”고 전했다.
우리은행은 은행장을 교체함과 더불어 지난 12일 부행장급 임원 5명을 줄이고, 기존 부행장 중 절반에 달하는 11명을 교체하는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본부조직도 기존 20개 그룹에서 17개 그룹으로 축소했다.
정진완 은행장 후보는 “최근 일련의 금융사고로 실추된 은행 신뢰회복을 위해 내부통제 전면적 혁신과 기업문화의 재정비에 우선적 목표를 두겠다”며 “혁신형 조직개편, 성과중심의 인사쇄신을 통해 우리은행만의 핵심 경쟁력을 제고해 신뢰받는 우리은행으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자회사 CEO 6명도 전원 교체됐다. 기존 관행을 깨고 카드사 대표에 처음으로 외부전문가 출신을 최종후보로 추천하고 처음으로 여성 CEO 선임을 단행하는 등 조직 구성에 변화를 시도했다.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잇달았던 KB국민은행 이재근 은행장도 연임에 실패했다.
KB금융지주는 지난달 27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대추위)를 개최하고, 차기 KB국민은행장 후보로 이환주 현 KB라이프생명보험 대표이사를 선정했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이재근 행장의 연임을 예상했으나, KB금융은 변화와 쇄신에 초점을 맞췄다.
이환주 후보는 은행장 후보를 부행장에서 추천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KB금융지주 계열사 CEO가 은행장이 된 최초 사례다.
대추위는 “조직의 안정 및 내실화를 지향함과 동시에 지주 은행 비은행 등 KB금융 전 분야를 두루 거치며 탁월한 성과를 입증한 경영진이 최대 계열사인 은행을 맡아 은행과 비은행 간 시너지 극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KB금융의 인사 철학이 반영된 결과”라고 전했다.
KB국민은행은 이르면 이번 주 임원인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은행장을 보좌할 경영진은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우수한 젊은 인재들이 과감히 발탁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12일에 개최된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그룹임추위)에서 하나은행, 하나증권, 하나카드, 이상 3개 주요 관계회사의 최고경영자(CEO) 후보 추천을 마무리 지었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과 마찬가지로 연임이 예상됐던 이승열 현 행장은 그룹의 안정적인 경영관리와 기업가치 제고에 전념하기 위해 은행장 후보를 고사하고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직 수행에 전념할 것이라는 의사를 전했다.
그룹임추위는 대내외적으로 불확실한 금융환경 속에서 위기를 타개하고 지속성장을 이루기 위해서 손님 기반을 탄탄히 하면서 풍부한 현장 경험과 영업 노하우를 갖춘 이호성 현 하나카드 사장을 적임자로 평가했다.
이호성 후보는 지난해 1월 하나카드 사장으로 취임한 뒤 해외여행 특화카드인 ‘트래블로그’를 흥행시키는 등 영업력과 수익성을 검증했다.
한편 신한은행 정상혁 은행장이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했다. 특히 연임 시 1년씩 임기를 부과하는 관례를 깨고 2년 연임을 확정 받았다. 은행권 금융사고가 잇따른 가운데 내부통제가 비교적 잘 관리됐다는 평가다. 정 은행장은 금융권 최초로 책무구조도를 제출한 바 있다.
아울러 신한금융은 이번 인사에서 신한카드, 신한저축은행뿐만 아니라 신한DS, 신한펀드파트너스, 신한리츠운용도 본부장급에서 CEO로 전격 신규 추천하며 직위보다 경영능력 등 CEO로서 갖춰야할 역량을 중시하는 인사의 방향성을 더욱 명확히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주요 시중은행 수장의 인사가 ‘영업통’이라는 공통 키워드로 귀결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와 함께 기존 각 은행이 짊어진 내부통제와 같은 문제와 비상계엄 사태 이후 불안정한 경제 상황까지 당면 과제로 맞닥뜨리게 됐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당국이나 은행연합회에서 민생 금융 지원 방안 등을 마련하고 있는 만큼상생노력에 대한 요구도 커질 것”이라며 “불안정한 정세와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소상공인·취약계층 지원뿐만 아니라 기업지원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리스크관리의 시험대가 될 것“라고 말했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