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왕보경 기자】 연말을 앞두고 분주했던 주류업계가 암울한 12월을 보내고 있다. 비상계엄 이후 혼란스러운 시국에 연말 송년회와 단체 모임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내수 소비 침체로 타격을 받아온 주류업계는 정치적 혼란이 더해져 더욱 힘든 상황이다. 실제로 계엄 직후 주요 대형마트의 주류 판매량이 감소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현 상황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관심을 쏟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비상계엄 이후 얼어붙은 소비 심리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 성수기인 연말 시즌 특수로 매출 반등을 노리던 주류업체들도 근심이 커지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송년회 자리가 취소되며 전반적인 분위기가 가라앉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대형마트 A사는 계엄 직후 소주, 맥주 판매량이 감소했다. 12월 4일부터 10일까지 소주, 맥주 판매량은 전주 대비 각각 8%, 9%씩 줄었다.
주류업계는 지난 2016년 말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겪으며 타격을 받았던 전례가 있다. 당시에도 탄핵 정국이 연말 성수기와 겹쳐 집회, 시위 등으로 인해 주류 수요가 급감했다. 소비 심리가 되살아나기까지 긴 시간이 소요됐다.
당시 102.7이었던 10월 소비자심리지수는 탄핵 정국이 시작된 11월 96까지 떨어졌다. 12월에는 94.3을 기록했으며, 다음 해에도 100을 넘지 않는 지수가 지속됐다. 2017년 1월 93.3, 2월 94.5, 3월 97을 기록했고, 박 전 대통령 탄핵 절차가 완료된 후에야 100을 넘어섰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평균보다 경기가 낙관적이고, 100보다 낮으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2016년과 마찬가지로 탄핵 완료되기 전까지 소비 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 업계의 시름이 깊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불안정한 국내 경제 및 정치적 상황에 타격받은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긴급 실태조사를 16일 발표했다. 국내 정치 상황의 불안정으로 단체 예약 취소 등 직간접적인 피해를 봤다고 답변한 비중이 총 46.9%에 달했다. 주요 피해사례 가운데 ‘송년회 등 연말 단체 회식 취소’ 등이 있었다.
‘연말 특수’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주점업의 전망도 밝지 않다. 올해 4분기 주점업전망지수는 79.83이다. 경기동향지수와 마찬가지로 100을 초과하면 업종 전망이 전년 동기 대비 성장, 100 미만은 역성장한 것이다.
대표적인 불황형 제품인 소주조차 매출 부진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달 소주 소비자물가지수 증감률은 전년 동기 대비 5.5%를 기록했다. 소비자들의 물가 체감 지수는 떨어지지 않았다. 최근 주류업계가 자체적으로 낮춘 적도 없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부진한 판매를 극복하기 위해 가격을 낮춰 물가지수가 낮아졌다고 해석한다.
이 같은 상황에 4분기 연말 특수를 기대하던 주류업계도 시름이 깊은 상황이다. 하이트진로, 오비맥주 등 주류업체는 정치적 혼란세와 내수 부진 속에서 반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입점 채널 확대, 패키지 재단장, 연말 전용 에디션, 컬래버 제품 출시 등으로 매출 증대를 꾀하고 있는 모습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탄핵 가결이 빠르게 진행되며 4분기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계엄령과 대통령 탄핵의 여파가 전반적인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른 업계와 마찬가지로 주류업계도 내수 침체 장기화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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