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사나야케, 경제회복 미약 이유로 'IMF 재협상' 포기…외교서도 실리 쫓아
(뉴델리=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 인도양 섬나라 스리랑카에서는 최근 이례적 상황이 연출됐다.
아누라 디사나야케 신임 대통령이 지난 9월 대선에서 내건 핵심 공약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조건 재협상'을 포기한 것이다.
긴축 정책 등 이전 정부가 지난해 IMF 구제금융을 받기로 하면서 맺은 조건을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디사나야케 대통령은 현 경제 회복세가 너무 미약해 기존 협상 내용에 설사 잘못된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재협상에 나섰다가는 경제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총선 직전 서방 언론을 중심으로 나왔던 '좌파' 대통령에 대한 우려와는 다른 행보였다.
상당수 서방 언론들은 디사나야케가 대권을 쥐면 IMF와 재협상을 벌일 것이며 결국 경제가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해왔다.
과거 무장투쟁 경험까지 있는 그가 취임하면 과격하게 국정을 운영해 나라가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최근 현지 매체들은 그간 우려와 달리 디사나야케 대통령이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한다.
국민 다수도 일단 신임 대통령의 국정 운영 스타일에 어느 정도 동조하는 분위기로 알려졌다.
'초보 좌파 대통령'이 국정을 책임지게 됐지만 일단 지지율이 높고 총선도 승리해 개혁 동력을 갖춘 만큼 당분간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디사나야케 대통령은 외교 정책도 실용적으로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전통적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지역 맹주' 인도를 최근 방문해 경협 약속을 받아냈다. 최대 채권국인 중국을 먼저 찾는 대신 대통령에 취임하면 첫 해외방문국으로 인도를 찾는 스리랑카의 관례를 좇은 것이다.
이번 스리랑카 대선은 2022년 4월 국가부도(채무불이행) 선언 사태의 연장선상에서 치러졌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스리랑카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과 각종 정책 실패로 엄청난 물가 상승과 생필품난 등 최악의 경제난에 빠졌다.
고타바야 라자팍사 당시 대통령은 잇단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부도 선언 수개월 만에 해외로 달아난 뒤 하야했다.
총리였던 라닐 위크레메싱게가 절차에 따라 대통령이 됐는데 전임의 잔여임기를 채우며 경제 회복에 주력했고, 점차 회복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IMF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긴축재정을 편성했고, 세금 인상과 에너지 보조금 단계적 폐지 등 정책으로 인해 서민 삶은 더욱 팍팍해졌다.
이에 좌파 성향 야당 후보 디사나야케가 IMF 재협상을 대선 핵심 공약으로 내걸어 압도적 표 차로 당선됐다.
이후 기득권 정치세력의 무대로 여겨졌던 국회도 해산했고 지난달 총선에서 그가 이끄는 정치연합이 전체 의석 225석의 3분의 2를 훌쩍 넘은 159석을 확보했다.
대학생 시절 좌파 정당에 가입한 '운동권' 대통령인 그가 대선에 이어 총선도 승리한 것이다.
이제 국정 운영 동력을 확실하게 장악한 그가 IMF와 민심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어떻게 경제를 살려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yct94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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