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최근 원달러 환율은 1450원을 돌파한 뒤 고공행진이 유지되고 있다. 2008년 리먼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정책은 달러 강세를 부추길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했지만 추가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가능성을 시사했다. 외환 당국이 시장안정화 조치에 나서기는 했으나 시장에서는 탄핵 정국에 하락하고 있던 원화 가치가 지속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강달러 장기화 우려에 대부분의 산업계는 시름하고 있지만 수출 비중이 높은 산업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K-팝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북미와 유럽 등 달러 기반 시장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 강달러로 인한 수혜가 기대된다.
K-팝은 월드투어 티켓 판매와 굿즈 매출, 현지 광고, 마케팅 협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매출을 창출하는데 이 수익 대부분이 달러로 발생한다. 환율 상승은 이러한 매출을 원화로 환산할 때 매출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주요 K-팝 엔터사들의 매출 가운데 수출 비중은 ▲하이브 63.7% ▲에스엠엔터테인먼트 35.7% ▲JYP Ent. 55.7% ▲와이지엔터테인먼트 47.3%로 집계됐다. 이는 K-팝 산업이 해외 시장을 주요 매출원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
K-팝 산업은 해외 시장에서 지속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데이터로 살펴본 K-팝 해외 매출액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K-팝 해외 매출액은 약 1조2377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전년(9218억원) 대비 34.3% 증가한 수치로 K-팝 해외 매출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선 기록적인 해였다. 전세계적인 경제 침체 속에서도 K-팝은 해외 시장에서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는 것이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선진 시장으로의 진출이 계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코로나19 이후 대규모 콘서트가 재개되면서 글로벌 매출 확대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대형 아티스트들의 글로벌 활동과 함께 K-팝의 수출 매출 확대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등 대형 아티스트들의 글로벌 활동이 2025년 예정돼 있어서다. BTS는 멤버들의 군 복무를 마친 후 단계적으로 글로벌 활동을 재개할 예정이며 블랙핑크 역시 월드투어와 미국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엔저현상'은 K-팝 엔터사들이 달러 강세로 얻은 매출증대를 상쇄할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은 K-팝의 주요 해외 시장 가운데 하나로 하이브·에스엠·JYP Ent.이 전체 일본 공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정도다.
현재 엔화 가치는 34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며 '엔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0엔당 1000원을 넘나들던 원엔 환율은 지난해 5월 이후 900원대로 떨어졌으며 지난 20일 기준 920원대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K-팝은 글로벌 음악 산업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강달러 현상은 이를 더욱 부각시키는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엔화 약세와 같은 리스크 요인도 존재하는 만큼 K-팝 엔터사들은 환율 변동성을 고려한 대비와 글로벌 시장 다각화를 통해 장기적인 성장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해외와 국내의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당분간 강달러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며 "환율 차이는 기업에 따라 이익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어 기업들은 환헤지 비율을 적절히 조정하고 장기적으로는 비즈니스 모델 다각화를 고심해 환율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Copyright ⓒ 머니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