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크 대통령, 푸틴에 전화해 "애도·테러 규탄"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러시아군 장성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피고인이 'SEOUL'(서울)이라고 적힌 옷을 입고 법정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타스, AFP 통신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바스마니 지방법원은 러시아군 화생방전 방어사령관 이고리 키릴로프 중장과 보좌관을 암살한 혐의로 기소된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아흐마존 쿠르보노프(29)에 대해 최소 내년 2월 17일까지 재판 전 구금 명령을 내렸다.
왼쪽 가슴에 'SEOUL'이라고 적힌 면 재질의 회색 티셔츠를 입고 법정에 나온 쿠르보노프는 평결이 낭독되는 동안 땅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가 이 티셔츠를 입게 된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지난 17일 모스크바 랴잔스키 대로에서 스쿠터에 설치한 폭발물을 터트려 키릴로프 등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18일 그를 검거했다.
FSB는 그가 우크라이나 특수당국의 지령을 받고 살해를 저질렀으며 그 대가로 10만달러(약 1억4천만원)와 유럽연합(EU) 국가 이주를 약속받았다고 밝혔다.
자국민의 범죄에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은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하며 키릴로프 중장의 사망에 애도를 표하고 이번 테러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뜻을 전했다.
크렘린궁은 이번 전화 통화가 우즈베키스탄 측의 주도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과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양국 특수 당국이 긴밀히 협력하고 양국이 모든 분야에서 상호 이익이 되는 관계를 발전시키자는 뜻을 재확인했다고 크렘린궁은 설명했다.
FSB는 우즈베키스탄 보안국과 긴밀히 협력해 이번 사건의 공범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주로 이들 국가에서 오는 이주 노동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3월 모스크바 인근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 테러 사건에서도 피의자 대부분이 타지키스탄 국적자로 밝혀지자 러시아에서는 이주민 대책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 이후 러시아가 중앙아시아 국적자에 대한 입국 심사를 강화하자 타지키스탄은 자국민을 겨냥한 조치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키릴로프 중장 폭살 사건으로 러시아 내 이주민에 대한 감정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부 러시아 누리꾼들은 키릴로프 중장 폭살 사건에 대한 기사에 "이주민은 잠재적 범죄자"라는 등 적대적인 댓글을 남겼다.
푸틴 대통령은 19일 국민과 대화 겸 기자회견에서 "이주 문제는 매우 민감하고 예민한 문제"라며 "러시아는 이웃 국가들과 함께 이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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