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약물 중독 당사자들과 또 그 가족들이 스스로 자기 목소리를 내겠다라고 지금 세상에 나온 겁니다.”
최근 마약 사범과 약물 중독 사례가 급증하는 가운데, 약물 중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가 시작됐다. 약물중독자 가족을 중심으로 공식 협의체가 발족한 것이다. 이들은 기존 전문가 집단 위주로 흘러갔던 마약류 중독자 회복의 패러다임을 당사자 가족들이 주도해 나가겠다는 생각이다.
약물중독자 가족협의체 민들레가족은 20일 서울 유스호텔에서 출범 보고식을 올렸다. 이날 민들레가족의 임시대표 ‘풀떼기’(가칭)는 “가족도 치료가 필요하다. 때로는 당사자보다 더 많은 치유가 필요할 때도 있다”라며, 가족 구성원들 스스로도 회복의 과정에 함께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19일 통계청이 발간한 '한국의 사회동향'에 따르면, 마약류 투약사범은 2014년 5082명에서 지난해 1만899명으로 갑절 이상 증가했다. SNS, 다크웹 등의 발달로 마약류사범은 10대, 20대 비율은 2019년 이후 점차 증가해 2021년에는 31.4%로 30대 비율(25.4%)을 넘어섰다.
민들레가족은 국내 대표 민간 약물중독재활시설로 꼽히는 경기도 '다르크'가 해산된 뒤 이곳 입소자 가족들을 중심으로 설립된 곳이다. 민들레가족이 출범한 직접적 계기는 경기도 다르크 사건의 영향이 컸다. 경기도 다르크는 지난 3월 센터장 임상현 목사의 입소자에 대한 부적절한 행위 등 논란이 불거졌고 4월, 임 목사의 사망 이후 해산됐다.
이에 이들은 전문가들에게 전적으로 마약류 중독의 '회복'을 의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풀떼기는 “올해 모 기관(경기도 다르크)이 불의의 이유로 해체됐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며 “약물 중독이라는 부문이 내가 모른다 해서 빠져 있어야 하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전문가들이 선의를 믿지만, 전폭적으로 믿을 순 없었다고 느꼈다. 내 아이 문제이기에 내가 나서야겠다 싶었다”고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참여한 전문가들도 마약류 중독 회복의 주체가 전문가가 아닌 약물 중독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견해다.
인천참사랑병원 천영훈 원장은 “회복의 진짜 주체는 가족과 중독자 자신이 돼야 한다”면서 “약물 중독자를 위해 병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일부분이다. 병원 문을 나서는 순간 회복을 위한 '진검승부'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참사랑병원은 국내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 중 가장 많은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곳이다.
민들레가족은 마약 중독 회복의 핵심 열쇠로 '관계성 회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풀떼기는 “젊은 약물 중독자들을 보면 대부분 관계에 서툰 모습을 보인다. 이는 자존감, 외로움, 고립감, 불안감 등의 감정을 촉발하고 나아가 이 부분들이 해소되지 않으면 중독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이를 회복하기 위해선 가족이나 지역사회 등 작은 공동체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족이 중독의 단서가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회복의 열쇠가 될 수도 있다”라며 “약물 중독에 대한 이해 없이, 가족을 타박하는 식의 대화는 오히려 중독의 단서가 될 수 있다. 올바른 태도로 당사자를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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