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무환"... 국내 배터리 3사, 트럼프 2기 대응 전략은?

[오토트리뷴=전우주 기자] 국내 배터리 업계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전기차 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 에너지부의 ATVM(첨단기술차량제조) 대출 프로그램을 통한 자금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종료되기 전에 안정적인 투자 기반을 마련하려는 전략이다.

▲좌 국내 배터리 3사 로고, 우 도널드 트럼프(사진=각 회사 뉴스룸, GettyimagesKorea)

18일 업계에 따르면, SK온과 포드의 배터리 합작법인 블루오벌SK는 최근 미국 에너지부(DOE)로부터 약 96억 3,000만 달러(한화 약 13조 8,000억 원)의 대출을 최종 승인받았다. 이는 첨단기술차량제조(ATVM) 프로그램 사상 최대 규모의 직접 대출로, 미국 내 배터리 생산 인프라 구축을 위한 중요한 자금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블루오벌SK는 이번 자금을 바탕으로 켄터키와 테네시 등 세 곳에 공장을 건설 중이며,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상업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완공 시 연간 120GWh 생산 능력을 갖춰 약 120만 대의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도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 스타플러스 에너지를 통해 75억 4,000만 달러(한화 약 10조 8,100억 원)의 대출을 조건부 승인받았다. 최종 승인 후, 인디애나주에 리튬이온 배터리와 모듈 생산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삼성 SDI PRiMX 배터리 현재 및 미래 제품들. 오른쪽 두 번째 아래가 NMX, 위가 LFP+ 배터리다.(사진=김동민 기자)

이 같은 대출 확보 움직임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와 관세 인상 가능성에 따른 대응 전략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인수팀은 전기차와 충전소 지원 예산을 삭감하고 배터리와 관련 부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국내 전기차 및 배터리 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이러한 정책 변화에 대비해 전기차 외 사업 부문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비전기차(Non-EV) 사업 비중을 확대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 및 배터리 서비스(BaaS·EaaS) 사업에 집중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SK온도 ESS 사업 비중을 대폭 늘리며 에너지저장장치 솔루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SDI는 자체 ESS 브랜드인 '삼성 배터리 박스(SBB) 1.5'를 중심으로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폴스타 4 배터리 시스템(사진=폴스타)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의 정책 변화가 현실화되면 배터리 업계에 전례 없는 압박이 가해질 것으로 보여진다. 국내 기업들이 바이든 행정부 시기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기존 투자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3사가 비전기차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정책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