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빅테크 업계에서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Broadcom)이 급부상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에서 맹주를 달리고 있는 대만 '엔비디아'(Nvidia)의 대항마로 주목되기 때문이다.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브로드컴은 지난 13일 처음으로 시가총액이 1조 달러를 돌파했다.
시총 1조 달러 돌파는 미국 기업으로는 아홉 번째, 반도체 기업으로는 엔비디아(시총 약 3조3340억 달러)에 이어 두번 째다. 주요 외신들은 이번 브로드컴의 '1조 달러 클럽' 가입이 AI 반도체 개발 계획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혹 탄(Hock Tan) 브로드컴 CEO는 최근 언론 등을 통해 "대형 빅테크 기업들과 AI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며 "향후 3년간 AI에서 기회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탄 CEO가 밝힌 대형 빅테크 기업들은 구글과 메타(페이스북) 그리고 중국의 바이트댄스(틱톡)로 알려졌다. 반도체 설계에서 기술력을 가진 브로드컴이 확고한 시장 위치를 가진 이들 빅테크 기업들과 협력할 경우 시너지 창출는 물론 엔비디아의 독주체제에 균열을 가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시총 상승을 이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브로드컴은 유무선 통신 반도체 기업으로 미국과 싱가포르에 공동 본사를 두고 있다. 1991년 UCLA 교수 헨리 사무엘리(Henry Samueli)와 그의 제자인 헨리 니콜라스(Henry Nicholas)가 캘리포니아에서 공동 창업했다.
1998년 나스닥에 상장된 브로드컴은 2015년 화교자본으로 운영되는 싱가포르 반도체 기업 아바고 테크놀로지스(Avago Technologies)에 약 370억 달러에 인수됐다. 인수 이후 막대한 화교 자본의 장악으로 한때 제품의 90% 이상을 중국에 수출하기도 했다.
당시 브로드컴을 인수했던 아바고 테크놀로지스는 기존 HP의 반도체 사업부문에서 창립된 회사였다.
2014년 반도체 세계 시장에서 15위 정도의 큰 회사였던 아바고 테크놀로지스는 브로드컴을 인수하면서 모바일, 스마트폰용 반도체를 공급하게 됐고, 이를 통해 사세가 더욱 확장 때 당시 무선통신 반도체 기업 부문에서 퀄컴(Qualcomm)에 이어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아바고 테크로지스는 다시 사명을 브로드컴으로 변경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유무선 통신 분야의 반도체 칩과 관련 인프라 솔루션을 디자인하는 브로드컴은 특히 팹리스(반도체 설계) 시장에서 강자의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관련 시장에서 5위권 내에 항상 머물면서 기술 기업으로 강점을 부각시켰으며 2020년경에는 퀄컴과 엔비디아를 제치고 글로벌 팹리스 1위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브로드컴의 사업 모델은 크게 유무선 통신 인프라로 나눌 수 있다. 특히 유선인프라는 브로드컴의 주축 사업모델이다. 디지털 위성방송용 수신 장비인 셋톱박스, 케이블 모델, 블루투스, 네트워크 라우터 등에 필요한 다앙한 장비를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브로드컴 장비가 우리에게도 친숙한 것은 IPTV와 와이파이다. IPTV용 셋톱박스 칩셋은 오랜 기간 독점적 위치를 유지했으며, 와이파이 공유기에서도 브로드컴이 탑재돼 있는 걸 흔히 볼 수 있다.
또 다른 사업 축인 무선통신 분야에서는 스마트폰에 필요한 반도체 칩을 제공한다. 2021년 애플이 아이폰에 필요한 무선통신 칩에 대한 독자 개발을 발표하기 전까지, 브로드컴은 애플 아이폰 무선통신칩의 주공급자였다.
기술적 이슈 이외에 브로드컴의 이름이 빅테크 시장에서 거론됐던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인수합병(M&A) 이슈 때문이다.
글로벌 빅테크 시장의 판도 변화를 가져올 굵직한 인수합병 이슈에 단골로 등장하는 기업이 바로 브로드컴이다. 일각에서 브로드컴을 'M&A의 귀재'로 부르는 이유다.
실제 브로드컴의 전략무기는 인수합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브로드컴은 설립 이후 20여년간 빅테크 기업들과 굵직한 인수합병을 성사시키며 오늘날 글로벌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엔터프라이즈 보안 솔루션 기업 시만텍(Symantec),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기업 브이엠웨어(VM웨어) 등의 인수 건이 대표적이다. 특히 610억 달러(한화 약 78조원)에 인수한 브이엠웨어 합병 사례는 2022년 미국 빅테크 시장을 통틀어 두 번째로 큰 규모였으며, 마이크로소프트의 블리자드 인수, 델의 EMC 인수 다음으로 큰 합병 사례로 기록되기도 했다.
브이엠웨어 인수는 브로드컴에게 기존 통신칩 부문 외에 소프트웨어 부문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게 해 더욱 안정적인 시장 공략이 가능해진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기존 강점이 있던 반도체 제조 설계 능력에 기업용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으로 확장되면서 매출 대비 높은 수익성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번 구글, 메타 등과 협업 계획이 알려지면서 브로드컴의 주목되기 높아진 것도 비슷한 이유다. 인수합병을 전략 무기로 성장한 브로드컴이 대표적 빅테크 기업과 협업으로 창출될 시너지 효과에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글로벌 빅테크 업계와 관련 시장에서는 이번 브로드컴의 행보에 긍정 신호를 보내고 있는 분위기다. 주가는 즉각 반응해 탄 CEO의 협업 계획 발표 이후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브로드컴의 높은 연간 성장률을 앞다퉈 예상하고 있다.
AI 반도체 시장에서 최대 9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평가 받는 '엔비디아'의 독주에 브로드컴의 제동력이 얼마나 발휘될지 흥미로운 상황이다.
배충현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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