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 “사생활 알려져 충격, 마약까지 엮으려”…공갈범 징역

이선균 “사생활 알려져 충격, 마약까지 엮으려”…공갈범 징역

이데일리 2024-12-20 14:02:0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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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고(故) 이선균 배우를 생전에 협박해 돈을 뜯은 유흥업소 여실장이 자신의 마약투약 사실을 언급하며 이씨도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겁을 줘 범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갈 사건을 신고했던 이씨는 수사기관에서 “마약까지 엮으려 한 것 같아 겁이 났다”고 진술한 것이 확인됐다.

이선균씨가 2023년 11월4일 인천논현경찰서에서 2차 소환조사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제공)


인천지법 형사4단독 곽여산 판사는 지난 19일 이씨를 협박해 돈을 뜯어낸 혐의(공갈 등)로 구속기소된 유흥업소 실장 김모씨(30·여)와 전직 영화배우 박모씨(29·여)에게 각각 징역 3년 6월, 징역 4년 2월을 선고했다. 또 김씨가 박씨와 공동으로 배상신청인(이씨측 유족)에게 갈취금 2억원을 지급하라고 재판부는 명령했다. 박씨는 별도로 갈취금 2억5000만원을 배상신청인에게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곽 판사는 검찰이 제기한 김씨, 박씨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김씨 등 2명, 이선균 협박해 돈 요구

판결문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9월14~17일 박씨가 다른 사람인 것처럼 속여 보낸 ‘마약 알선 성매매’, ‘1억원 요구’ 등의 내용이 담긴 협박성 문자를 받고 9월17일부터 이씨를 협박해 돈을 요구했다. 마약수사에 대비하던 김씨가 협박받은 것을 빌미로 이씨를 속여 범행한 것이다.

김씨는 당시 이씨에게 연락해 자신의 마약투약 사건을 언급하며 “오빠도 안심하지 못하는 게 오빠도 술 취해서 나랑 무언가를 했잖아”라며 이씨가 마약을 투약한 것처럼 말하고 겁을 줬다. 9월19일에는 이씨에게 문자 메시지로 “오빠랑 나랑 통화한 것 디테일하게 음성파일 얘가 가지고 있어. 3억만 주면 다신 협박하지 않겠대”라며 협박범에게 돈을 줄 것을 요구했다. 실제 김씨는 협박범에게 전달할 것처럼 속여 이씨가 지인 A씨에게 준 3억원을 받아 빼돌렸다.

재판부는 김씨의 협박을 받아 이씨가 돈을 준 것으로 판단했다. 박씨가 다른 사람인 것처럼 속여 김씨를 협박하며 1억원을 요구한 사건은 김씨가 돈을 주지 않아 미수에 그쳤다. 박씨는 김씨가 이씨를 속여 범행할 때는 친한 동생으로 행동하며 김씨를 도왔다.
이선균씨를 협박해 금품을 뜯은 혐의가 있는 박모씨가 2023년 12월2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어린 자녀를 안은 채 인천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제공)


박씨는 온갖 협박을 해도 김씨로부터 1억원을 받지 못하자 자신이 직접 다른 사람 명의의 유심칩을 끼운 휴대전화 문자로 이선균씨측을 협박해 1억원을 요구했다. 박씨는 지난해 10월13~17일 다른 사람으로 속여 이씨의 지인 A씨에게 “강남 뽕쟁이 새끼마담 때문에 이선균 배우가 명예를 잃지 않았음 좋겠다”며 “1억원을 주면 더 이상 협박하지 않겠다”고 문자를 보냈다. A씨로부터 해당 문자를 받은 이씨는 A씨를 거쳐 협박범에게 전해달라며 박씨에게 5000만원을 줬다.

피해자 이선균씨는 지난해 10월께 이 사건과 관련된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공갈범들이) 사생활만 이야기했을 때보다 마약 관련 이야기를 했을 때 더 겁을 먹은 것인가”라는 질문에 “네. 사생활이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큰 충격인데 마약까지 엮으려고 한 것 같아 겁이 났다”고 진술했다.

◇재판부 “공갈범행, 이씨 사망 원인”

김씨측은 재판 과정에서 이씨에게 해악의 고지(협박)를 한 적이 없고 3억원은 이씨가 전달하지 않고 A씨가 준 것이어서 공갈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박씨로부터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박씨의 교사로 범행에 가담했다고 강조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곽 판사는 “김씨의 휴대전화 문자와 관련자 진술을 종합하면 김씨와 이씨의 전화통화 내용, 김씨의 협박 메시지는 박씨로부터 받은 협박의 내용·정도를 넘어 별도로 이씨에게 3억원을 갈취하기 위한 해악의 고지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씨가 지난해 9월17일 이씨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신과 함께 이씨가 마약범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는 사정을 추가했다”며 “김씨는 9월17일 이씨와의 전화통화를 녹음하기 이전에는 이씨의 마약 투약 여부에 관한 직접증거를 갖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곽 판사는 “박씨가 김씨의 범행을 도왔지만 이씨를 마약사건에 관련시켜 공갈하도록 김씨를 교사했다거나 가스라이팅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씨는 마약투약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혐의를 부인했지만 김씨와의 전화통화 녹취파일이 유튜브와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지난해 12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곽 판사는 “김씨의 협박 내용은 이씨가 인지도 높은 유명 배우인 점에 비추어 이씨가 그 자체로 두려움 등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박씨는 김씨로부터 갈취금을 나눠 받는 데 실패하자 직접 공갈범행에 나서 이씨의 정신적 고통을 가중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의 공갈범행이 발단이 돼 피고인들, 이씨 등에 대한 수사와 언론보도 등이 이어졌으므로 피고인들의 범행이 이씨의 정신적 고통, 그로 인한 사망 원인이 됐음을 부정할 수 없다”며 “피고인들의 죄책이 무겁고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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