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10일 방산 업체들이 참여 중인 한국형 3축 체계 개발사업 예산 약 5381억6000만원을 감액했다. 지난달 28일에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국회 증감법)을 통과시키며 방산업체가 영업비밀 보호 등의 이유로 자료 제출 등을 거부할 수 없도록 했다.
예산 삭감으로 킬체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KMPR) 체계 개발 사업 대다수의 진행이 불투명해졌다. ▲장거리 함대공 유도탄(SM-6)은 96% ▲정밀유도포탄 연구개발 사업은 84% ▲전술 데이터링크 시스템 성능개량 사업은 78% ▲지위정찰사업은 27% ▲유도무기 전력화 장비 후속 지원 사업은 15% 삭감됐다.
방위사업청이 지난 17일 생산시설을 완공한 부산 대한항공 중고도정찰용무인항공기(MUAV) 생산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 현대로템 등 주요 기업들의 개발 사업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방산업체 관계자는 "무기체계 사업은 기술 집약도가 높고 개발에 10~20년씩 소요되는 장기 사업"이라며 "연계된 개발에도 연쇄적으로 차질이 생겨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
국정감사 '무기화', 방산업체 '안절부절'
━
국회 증감법 개정안은 ▲개인정보 보호 및 영업비밀 보호 등을 이유로 국회의 서류제출과 증인 출석 요청을 거부할 수 없고 ▲해외 출장이나 질병 등의 상황에도 국회에 원격 출석해야 하며 ▲동행명령 대상 증인 범위를 중요 안건 심사와 청문회까지 확대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국회 재심의를 요청한 상태다. 향후 재표결에서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법안이 확정된다.
법조계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해당 개정안은 기업의 권한 침해를 넘어 국가안보를 저해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국회가 방산업체에 요구하는 서류에는 국가안전보장과 관련된 기밀사항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데 보안방안은 없다. 방산 기술은 유출 시 군사력 약화, 경제적 손실, 국가 신뢰도 하락 등 광범위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수출 사업은 정부 간 거래기 때문에 영업기밀이 유출되면 외교 분쟁으로 불거질 가능성도 크다.
산업기술 정보보호 전문가들은 국회가 요청하는 자료가 감사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것인지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고 말한다. 자료요청 타당성도 평가할 전문가나 기관이 없어 국회의 권한만 극대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본다.
기술 보호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는 상황을 역행하는 개정안이라는 비난도 있다. 최근 K-방산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국내 방산업체들이 해외 기업으로 부터 공격받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6월 시행을 앞둔 '방위산업기술 보호법' 개정안과도 '엇박'이라는 평가다. 이 법은 방위산업기술을 체계적으로 보호하고 관련 기관을 지원함으로써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고 방위산업기술의 보호와 관련된 국제조약 등의 의무를 이행하여 국가신뢰도를 제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한국방위산업학회 관계자는 "우리 군에 도입되는 무기들은 보다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한국 방산업계의 주 매출은 수출에서 나온다"며 "비리 등 잘못된 부분을 감시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방산기업 옥죄기로 변질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진영을 떠나 국내 방산업계의 성장을 돕는 일에 힘을 모았으면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Copyright ⓒ 머니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