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대표직 유지한 박재현, '주주 신임' 과제 남았다

한미약품 대표직 유지한 박재현, '주주 신임' 과제 남았다

뉴스웨이 2024-12-20 07:24:0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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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글로벌사업본부 해외영업 신해곤 상무, 신제품개발본부 김나영 전무, 한미약품 박재현 대표, 국내사업본부 박명희 전무, R&D센터 최인영 전무. 사진=유수인 기자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가 회사 이사회에 남게 됐다. 19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 상정된 박 대표의 이사 해임안건이 주주들의 재신임을 기반으로 부결됐기 때문이다. 이에 박 대표에게는 '기업가치 제고'라는 과제가 안겨졌다. 그는 임시 주총이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미약품의 브랜드를 재건해 나가겠다"고 약속하며 "이제는 '잘해 왔던 것'이 아니라, 앞으로 '잘해 나갈 일'에 대해 더욱 노력하고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은 1년간 지속되고 있다. 그룹은 임종윤·종훈 형제와 4자연합(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신동국 한양정밀 회장·라데팡스파트너스) 간 대결 구도로 치러지고 있다.

박 대표는 4자연합측 인사다. 형제는 4자연합측 사람인 박 대표와 신 회장을 이사화에서 해임시키고 자신들의 사람을 진입시키려 했다. 기존 한미약품 이사회는 형제 측에 불리한 구조여서 그룹 장악을 위해선 이사회 개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에 형제는 ▲사내이사 박재현 해임 건 ▲기타비상무이사 신동국 해임 건 ▲사내이사 박준석(한미사이언스 부사장) 선임 건 ▲사내이사 장영길(한미정밀화학 대표) 선임 건 등을 제안했다.

이날 임시 주총에서 펼쳐진 표 대결 결과, 이사해임안은 각각 출석주주 53.6% 찬성을 얻는데 그쳤다. 출석 주주의 3분의 2가 찬성하지 않아 해당 안건이 부결됐고 신규 이사선임건은 자동폐기됐다.

주총이 끝나자 박 대표는 '전문경영인 그룹 협의체'로 명명한 4명의 본부장(국내사업본부 박명희 전무, 신제품개발본부 김나영 전무, R&D센터 최인영 전무, 글로벌사업본부 해외영업 신해곤 상무)들을 대동해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계획 등을 전했다.

이들은 R&D 등에서 실질적 성과를 내 10년 내 5조원의 매출을 발생시키고, 실적을 기반으로 주가를 올리겠다고 했다. 앞서 한미약품은 지난달 '장래사업·경영계획(공정공시)' 공시를 통해 10년 내 5조원의 매출과 1조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최 전무에 따르면, 현재 회사는 'H.O.P 프로젝트' 일환으로 비만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가장 진행 상황이 빠른 후보물질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임상3상 단계다. 상용화시기는 당초 계획보다 앞당긴 2026년으로 정했다.

해당 물질과 디지털 치료기기(DTx)를 결합한 국내 최초의 디지털융합의약품도 개발하고 있다. 내년부터 임상을 본격화해 2027년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차세대 비만치료 삼중작용제 'HM15275'는 내년 하반기 임상2상 진입을 목표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HM15275는 근 손실을 최소화하면서도 25% 이상의 체중 감량 효과가 기대되는 물질이다.

신개념 비만치료제 'HM17321'은 미국비만학회에서 근육 증가와 동시에 체중 감량이 가능한 계열 내 최초 신약으로 개발될 수 있는 잠재력을 확인했다. 내년 하반기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 대표는 "지난 5년간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은 14~16% 정도로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올해는 약 1600억원 정도를 R&D에 투자했고 내년은 2000억원 정도로 예산을 잡고 있다"며 "R&D는 줄일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최 전무는 "내외부적으로 다양한 부침이 있었지만 내부에서 R&D 역량이 흔들리거나 인력이탈은 없었다"며 "빨리 안정화가 돼서 내년에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전했다.

또 이들은 복합신약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캐시카우를 지속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김 전무는 "한미약품은 개량·복합신약 분야의 최강자이다. 퍼스트무버를 지향하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조만간 세계 최초의 저용량 고혈압 3제 복합제(HCP1803) 품목허가 신청을 할 예정이다. 내년 제품이 발매되면 고혈압 치료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상무는 한미약품의 글로벌 사업 확장을 통해 실적 개선과 동시에 주가 상승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지난 2년간 주요 권역에서 교두보가 될 만한 파트너사를 발굴하며 해외 영업 커버리지에 대한 부분을 많이 진전시켰다. 내년, 내후년부터는 그 교두보를 중심으로 타 제약사와 협력관계를 확산할 예정이다"라며 "한미가 글로벌 전 권역으로 확산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만큼 경영권 분쟁이 있든 말든, 나라의 경제상황이 안좋든 말든, 한미약품 실적으로 주가를 부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주주친화 정책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독립경영 방침을 유지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다만 한미사이언스와의 위탁 관계는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대표는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흩어져 있는 한미 임직원들과 고객, 주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한미약품의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신뢰를 공고해 나가겠다"며 "내년 3월 정기 주총에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주주친화 정책을 공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세부적인 조정이 있을 순 있겠지만 한미사이언스와의 업무위탁관계 틀을 깰 생각은 없다"며 "지난 8월 인사팀·법무팀을 신설한 건 한미약품이 최소한으로 가져가야 할 조직이었기 때문이지, 그 인원으로 독립경영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며 "우선 한미약품의 업무가 정상화 돼야한다. 그 시작은 지주사가 사업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여러 건의 자해적 고소, 고발의 자진 취하가 이뤄져야 한다"며 "저도 무고 등으로 맞고소 하긴 했지만, 지주회사가 먼저 자진 취하한다면 저 역시 고소 건을 취하할 의향이 있다"고 형제 측이 제기한 고소·고발 건에 대해 취하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은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형제는 한미약품 이사의 임기만료에 맞춰 신규 이사를 선임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4자연합측 인사들의 임기가 만료돼 2026년 총 5명의 임기가 끝난다.

이와 관련해 박 대표는 "내년 정기 주총에 이사진 변경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어떤 이사들이 진입하느냐에 따라 좀 달라지긴 하겠지만 결국 한미사이언스든, 한미약품이든 그룹 자체가 가야할 방향은 똑같다고 생각한다"며 "한미약품은 10년 내 매출 5조원 달성이라는 비전을 내걸고 있다. 똑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이사님들이 합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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