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중 잠재성장률이 0%대인 나라는 독일과 일본 정도다. 두 나라는 세계 3,4위 경제 대국이지만 제조업 탈출과 장기 침체를 겪으며 위기를 겪고 있다. 우리나라도 구조개혁을 통해 제때 대응하지 않으면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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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면 머지않아 ‘제로 성장’ 보게 된다
한국은행은 19일 발간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과 향후 전망’ 보고서를 통해 2024~2026년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2% 수준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현 추세가 이어진다면 잠재성장률 장기 추세는 지속적으로 하락해 2040년대 후반쯤에는 연평균 약 0.6%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2000년대 초반 5% 내외에서 2010년대 들어 3% 초중반으로 하락했다.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직전인 2016~2020년에는 2.6%로 낮아졌으며, 2021~2023년은 2.1%로 추정됐다. 팬데믹 기간 생산 가동률과 고용률 등 경제지표에 변동성이 커지긴 했지만, 장기 추세인 잠재성장률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저출생·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인구구조가 변하고 있는 점이 손꼽힌다. 15세 이상 인구 증가율은 지난 2020년 전반 연평균 0.4%에서 2040년대 후반에는 연평균 -0.7%로, 약 1.1%포인트 낮아질 전망이다.
배병호 한은 경제모형실장은 “인구 증가율 감소는 노동투입 증가율이 낮아지는 경로를 통해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진다”며 “우리 경제의 혁신 부족과 자원배분 비효율성 등으로 총요소생산성 기여도가 낮아지는 점도 성장률 하락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생산가능인구의 증가세 둔화는 향후 잠재성장률 하향 추세의 주된 요인이 될 것으로 지목됐다. 우리나라의 인구 고령화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는 주변국들과 비교하면 더 명확하다.
유엔(UN)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 14% 이상이면 고령 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 사회(super-aged society)’ 분류하는데, 한국은 고령 사회에서 고령화 사회로 가는 데 18년, 고령화 사회에서 초고령 사회가 되기까지는 9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일본은 각각 24년과 11년이 걸렸고, 지난 2014년 72년 만에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 사회에 진입한 미국은 우리보다 늦은 2029년에 초고령사회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래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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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미래 물려줄 것인가…구조개혁 선택 아닌 필수
다만 한은은 잠재성장률 하락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일 일이 아닌, 향후 구조개혁을 통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혁신 생태계 조성과 수도권 집중 완화, 일·가정의 양립 정책 등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논의해 온 구조개혁을 성공적으로 시행한다면 잠재성장률을 충분히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란 이야기다.
한은은 2040년대 후반까지 봤을 때 생산성을 향상하면 잠재성장률을 0.7%포인트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어 출산율을 높이면 0.1~0.2%포인트, 여성·고령층의 노동생산성을 향상하면 0.1%포인트의 잠재성장률 개선 효과를 기대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이른바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차별화된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이 계속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한 덕분이었다며,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기 위한 혁신과 사회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수에서 경제 성장이나 혁신을 뒷받침하려 해도 돈 있는 중산층들조차 교육과 주거에 투입되는 비용이 너무 커서 돈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도권 집중, 부동산 쏠림 완화가 필요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결국 어떤 속도로 달릴 것이냐의 문제다”라며 “잠재성장률이 떨어진다는 것은 결국 우리 경제가 늙었다, 기초체력이 떨어졌다고 해석할 수 있는데 그 상황을 정해진 미래로 보고 받아들일 것이냐 (힘들더라도) 변화를 통해 발전을 모색할 것이냐 선택해야 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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