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넘게 관객들과 만나기를 학수고대했던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이 올해 마지막 날 극장에 찾아온다. 한 인물의 10대부터 30대까지 일대기를 표현하는 변화무쌍한 송중기의 열연과 이국적인 풍광, 다채로운 캐릭터들의 열전을 기대케 한다.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메가박스 코엑스에서는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 언론시사회에 이어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김성제 감독을 비롯해 송중기, 이희준, 권해효, 박지환 그리고 김종수가 참석했다.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은 IMF 직후, 새로운 희망을 품고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 보고타로 향한 국희(송중기)가 보고타 한인 사회의 실세 수영(이희준), 박병장(권해효)과 얽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2020년 초 촬영을 시작했다가 코로나19 확산 문제로 중단, 이듬해 크랭크업한 작품이다. 촬영 시점으로 볼 때 무려 4년간 묵혀있다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온 것.
김성제 감독은 “연대기 영화를 만드는 것에 있어 두려움도 있지만 도전했다. 근사한 것처럼 보이지만 재미를 갖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2시간 안에 캐릭터들의 변화를 담아낸다는 게 나에게는 제법 흥미롭고 괴로운 도전이었다. 인물들이 입장할 때 다른 얼굴과 감정을 가지게 하고 퇴장하는 과정을 보고 함께하면서 나도 공부가 많이 됐다. 배우들을 많이 존경하게 됐다. 그런 부분들이 관객들에게 잘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은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를 메인 로케이션으로 설정하고 카리브해의 휴양도시 카르타헤나, 지중해의 섬나라 사이프러스 등 이국적인 풍광을 담아냈다. 아름다운 풍광과 달리 영화는 콜롬비아 보고타를 마약, 밀수, 암살 등 각종 범죄가 아주 일상적인 도시로 그렸다.
부정적 묘사에 따른 우려에 대해 김 감독은 “우리 작품이 구설에 휘말릴까봐 조심한 건 없다”면서 콜롬비아 출신 마약왕 故 파블로 에스코바르를 언급했다. 보고타가 과거 전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였다고도 강조했다.
김 감독은 “우리 영화 속 시대까지도 여진이 남아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장르적 허구를 부리려고 애쓴 건 아닌데 나라의 이미지를 훼손하려는 의도보다는 현실적인 소재들을 가지고 서사와 갈등을 다루는 방식에서 범죄적인 요소를 다루려고 했다”며 “현지 프로덕션 관계자들은 미국 사람들이었는데 그들도 훨씬 더 험한 영화를 만들어 봤기 때문에 우려했던 부분에 대해 아무렇지 않아했던 기억이 난다”고 설명했다.
송중기도 “나 또한 몇몇 분들이 질문해주신 기억이 난다”면서 “장모님이 콜롬비아 분이라서 아내 가족들이 많이 살고 있다. 교류하고 있다 보니까 조그마한 지식이지만 예전에는 그런 이미지를 부끄러워하고 걷어내고 싶어서 노력했다고 들었다”고 거들었다. 이어 “내가 지낸 콜롬비아는 흥도 많고 정도 많고 음식도 미쳤다. 너무 맛있다. 예전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분들의 노력도 봐서 즐겁게 지냈다. 가족도 있어서 친근한 곳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촬영할 때 콜롬비아에 대해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유튜브 등을 통해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과거의 이미지가 지워지지 않았나 싶다. 우리 영화 때문에 안 좋게 보일 거라는 생각은 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송중기는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로 새로운 환경에 호기심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안 해본 걸 하는 걸 좋아한다. 예전부터 새로운 환경에서 새롭게 작업해보지 않은 새로운 문화권의 사람들과 작업해보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호기심이 컸다”고 털어놨다.
더불어 “드라마 ‘빈센조’에서 이탈리아 대사를 한 것처럼 ‘보고타: 기회의 땅’에서 스페인어 대사를 해보면 어떨지 궁금했다. 호기심이 커서 선택한 부분도 컸다”면서 “더불어 인물의 서사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순수하고 어리기만 했던 꼬마가 아버지 때문에 살아남아야 한다는 일념을 갖게 되지 않나. 그 변화를 잘 표현해보고 싶은 욕심이 컸다”고 밝혔다.
송중기는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인 6구역에 들어서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청년 국희을 맡았다. 이희준은 한인 밀수 시장의 2인자 통관 브로커 수영을 열연했다. 권해효는 보고타 한인 사회의 최고 권력자이자 밀수 시장의 큰손 박병장을, 박지환은 작은 박사장을, 김종수가 국희의 아버지 송근태 역할을 소화했다.
김종수는 “낯선 현장이 극을 이끌어나고 현장감을 주는 큰 힘이 됐다. 사전지식도 크게 없기도 했지만 스태프 분들이 많이 준비해주셔서 촬영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지환은 “매일 같이 있고 밥도 먹으면서 작품 이야기를 더 많이 할 수 있었다. 좋은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권해효는 “영화상 우리가 있는 곳은 콜롬비아의 6구역이었다. 꽤나 평화로운 공간이었다. 틈나는 대로 거리에서 사람들의 호흡을 느꼈고 틈만 나면 호텔 옥상에서 태닝하면서 현지에서 살아온 사람의 느낌을 가지려고 애썼다”고 털어놨다.
이희준은 “현지의 리듬을 느끼고 싶어서 살사 학원을 다녔다. 촬영 쉬는 날에는 댄스 학원도 다녔다. 한정된 공간이고 위험할 수 있어서 안전한 공간에 있었다. 매일 작품 이야기만 나눴던 것 같다”고 말했다.
송중기는 “나는 매 회차 촬영이었다. 선배들 재밌게 노신 것 같은데 부럽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해외 촬영이라는 게 솔직히 생각지 못한 변수가 많다 보니 쉽지는 않았다”며 “낯선 환경이라는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어차피 이 영화가 어디가 됐든 이역만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의 한국 사람들의 갈등을 다룬다는 서사에 집중했다. 선배들과 스태프들과 대화를 많이 하면서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도 많이 나왔다. 동료들에게서 많은 힘을 얻으면서 임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은 올해의 마지막 날 12월 31일 극장 개봉해 관객들을 만난다. 이희준은 “우리도 오래 기다렸는데 극장에서 인사드릴 수 있게돼 감개무량하다”고 전했다. 권해효는 “영화적 상상이 현실 앞에서 압도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데 ‘보고타’는 사람을 다루는 영화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나 또한 기대하면서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겠다”고 말했다.
정희연 동아닷컴 기자 shine25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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