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앞으로 있을 공직 선거에서 발달장애인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소속 정당의 로고나 후보자 사진이 포함된 투표보조용구를 제공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9일 법원 판결을 종합하면 서울고등법원 제1-3민사부(재판장 이은혜)는 전날 오후 2시 발달장애인인 박경인·임종운씨가 법무부를 상대로 낸 차별구제청구 소송에서 1심 각하 판결을 뒤집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원고들은 2022년 정부가 선거 접근권 보장을 위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로 차별구제청구 소송을 냈다. 문자를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선거권자를 위해 정당 로고, 후보자의 사진 등이 포함된 ‘그림 투표용지’와 안내판의 비치 등 발달장애인의 공직선거에 대한 접근권 보장을 위해 편의를 제공하라는 것이 골자였다.
그림 투표 용지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이번 승소 판결로 1년 뒤부터 발달장애인들은 대통령·국회의원·지방의회·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투표 보조용구’를 제공받게 됐다. 투표 보조용구는 정당의 로고나 후보자 사진 등을 이용해 투표용지에 기재된 정당 이름과 후보자의 기호·이름 등을 알 수 있도록 돕는 기구를 말한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와 한국피플퍼스트 등 발달장애인 단체들은 판결 당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판결에 대한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다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을 바탕으로 그림투표 보조용구를 제작·배포할 주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이기 때문에 선관위의 판결 결과 이행 여부에 따라 투표 현장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장추련 김승연 사무국장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선관위가 불복해서 대법원에 상고하면 또다시 지난한 싸움이 될 것”이라며 “그럼에도 선관위가 판결을 따라 잘 이행해 주리라 믿고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소송대리인 정제형 변호사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투표 보조용구는 발달장애인으로 등록된 장애인의 요청에 따라 복지 카드를 확인해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텐데 노령으로 인한 인지 저하나 경계선 지능장애인처럼 등록되지 않았지만 문해력이 떨어지는 분들을 위한 전면 도입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발달장애인이나 경계선 지능장애인들은 선거 공보물을 읽을 때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 정당이나 후보자는 선거 공보물을 제작할 때 이해하기 쉽게 요약된 페이지를 공보물에 포함하는 등 선관위의 가이드라인을 따르고자 시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선관위는 지난해 10월 후보자 선거공약집을 쉽고 간결하게 재구성하고 유권 당사자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이해하기 쉬운 선거공보 제작 가이드’를 제작해 배포한 바 있다. 이에 소송을 진행 중이던 장추련은 관련 내용 청구를 감축했다.
미국이나 영국 등 국가의 경우에도 발달장애인 등 문해력이 낮은 이들을 위해 관련법을 통해 ‘이지리드(Easy-Read)’ 방식으로 선거 공보물 등을 제작 및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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