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5시 이마트 왕십리점에서 만난 20대 자취생 A씨는 진열된 딸기 한 팩을 한참 동안 쳐다보다 한숨을 쉬었다. 같은 날 가족 단위 고객이 많은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잠실점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들렸다. 저녁 장을 보러온 50대 주부 B씨는 "가족들이 딸기를 좋아해서 두 팩을 골랐다"며 "세일이 아니면 한 팩에 1만5000원인데 너무 비싼 거 같다"고 말했다.
올여름 폭염 여파로 제철 과일값이 폭등했고 물가 인상에 따른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누적된 고물가에 탄핵 정국으로 인한 환율 상승까지 겹치며 소비 심리는 최근들어 한층 쪼그라들었다. 머니S는 이 같은 상황에서 대규모 프로모션으로 연말 대목 불씨를 살리려는 대형마트를 찾아 소비 현황을 들여다봤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설문 조사에 따르면 식품 구매자들은 올해 장바구니 물가가 1년 전보다 평균 19.6% 상승했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식료품 구입을 줄였다는 응답은 지난해 18.4%에서 올해 28.3%로 늘었다. 같은 품목에 대해 가격이 더 싼 것을 찾아 샀다는 응답도 15.8%에서 27.6%로 증가했다.
매주 할인 품목을 확인하고 마트를 찾는다는 60대 주부 C씨는 "오늘은 대파, 양배추, 시금치를 많이 샀다"며 "요즘 채소는 가격 변동이 커서 무조건 세일할 때 사야 한다"고 자신만의 절약팁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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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연말 모임 대신 집에서 '홈파티'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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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를 방문한 40대 직장인 D씨는 "날씨도 춥고 분위기도 어수선해서 연말 모임이 많지 않다"며 "대신 가족들과 집에서 소고기를 구워 먹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식당에서 한우를 먹으려면 돈이 몇 배는 더 드는데 마트에선 싸게 살 수 있어 좋다"고 덧붙였다.
이마트 왕십리점에서는 파티 메뉴로 활용도가 높은 품목이 인기를 끌었다. 아르헨티나산 붉은 새우 매대 앞에는 홈파티용 다양한 레시피가 함께 소개돼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중식 3종 세트 동파육·양장피·유산슬을 구매하는 이들도 많았다.
동파육을 구매한 60대 주부 E씨는 "오늘 집에 아들이 온다고 해서 장을 보러 왔다"며 "고기도 크고 채소도 많이 들어갔는데 1만원 대면 괜찮은 가격인 거 같다"고 말했다. 밀키트 판매대 앞에서 만난 20대 대학생 F씨는 "이번 주 친구들과 집에서 소소한 연말 파티를 할 계획"이라며 "밀키트를 2~3개 정도 사서 만들어 먹으면 배달보다 가격이 싸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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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설 선물세트 예약전… 공통점은 '실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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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대형마트 3사의 설 선물세트 구성을 살펴보니 5만원대 이하의 실속형 상품이 많았다. 스팸, 참치캔, 식용유 등 필수 식료품 세트를 비롯해 스타벅스 원두믹스 세트, 하루 견과 프라임 세트, 독일식 수제 햄 세트까지 다양한 품목이 눈에 띄었다.
명절 선물세트를 구경하던 50대 주부 G씨는 "경기가 어려운 만큼 선물은 다들 간소하게 하는 분위기"라며 "물가가 여전히 높아서 설에는 차례상도 간단하게 준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설 선물세트 매출 중 사전 예약 판매 비중은 55%에 달했고 추석 선물세트 사전 예약은 전체의 60% 비중을 차지했다. 고물가가 계속되면서 구매 혜택이 큰 사전 예약 기간을 이용하려는 고객들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정치적 불안정이 일부분 해소돼 위축됐던 소비심리가 올라오는 것 같다"면서 "대규모 할인 이벤트를 준비한 만큼 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실속있는 대형마트로 발걸음을 옮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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