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태윤 기자] 한미약품 창업주의 장남과 차남인 임종윤, 임종훈 형제가 그룹을 장악하기 위해 추진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기타비상무이사) 해임이 무산됐다.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가 4자연합(신동국·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킬링턴 유한회사) 측 승리로 마무리되면서 업계에서는 4자연합이 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한층 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으로 내다봤다.
19일 서울시교통회관에서 열린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에서 박 대표와 신 이사 해임안이 부결됐다. 사전 투표와 현장 참여 의결권 중 박 대표 해임안은 52.62%, 심 회장 해임안은 53.64%가 찬성해 특별결의 안건 통과 기준인 66.67%를 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의 경영권분쟁 2라운드는 4자연합 측의 승리로 마무리 됐다.
이날 임시 주총 안건은 1호 의안(사내이사 박재현의 해임 건·기타상무이사 신동국 해임의 건)과 2호 의안(사내이사 박준석 선임의 건·사내이사 장영길 선임의 건)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이날 해임안건 부결로 한미약품은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와 별개로 독자경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또 한미사이언스가 제안한 2호 의안인 신임 이사 선임건은 자동 폐기됐다. 이로써 한미약품 이사회 구도가 전체 10명에서 4자연합이 6명, 한미사이언스가 4명으로 4자연합 우세가 그대로 유지됐다.
이날 오전 서울시교통회관에 도착했을 때 현장 분위기는 조용했다. 임시 주총을 비공개로 진행해, 주총 현장에 입장할 수 없는 기자들은 건물 1층 카페와 12층 기자실에서 대기하며 결과를 기다렸다. 총회가 열리는 1층에는 다수의 취재진들이 사진을 찍으려고 모여 있어, 서울시교통회관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와서 무슨 일인가 싶었다"고 말했다.
주총은 오전 10시 33분에 시작됐다. 비공개 회의를 기다리고만 있던 취재진에게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 주총이 끝났다는 소식이 홍보팀을 통해 전달됐다. 결과는 1호 의안 부결에 2호 의안 자동 폐기였다.
이에 기자들은 서둘러 박재현 대표에게 의견을 듣기 위해 1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주총이 열린 회장 입구에 100여명의 취재진이 몰리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한미약품 분쟁 건에 대한 대중과 언론의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 다시금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기자회견은 내부에서 진행됐다. 박재현 대표와 김나영 신제품개발본부 전무, 최인영 R&D센터전무, 신해곤 글로벌본부 해외영업 상무, 박영희 국내사업본부 전무가 참여해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박 대표는 "오늘 한미약품이 나가는 방향에 있어서 좋은 방향으로 (매듭이)지어져서 기쁘다"며 "많은 분들이 분쟁을 빨리 종식시키는게 회사 발전에 좋지 않겠냐는 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와 같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주주와 회사 직원들에게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빨리 끝내고 조금 더 미래를 향한 생각과 고민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최근 논란이 됐던 한미약품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 하락에 대해 박 대표는 "아무래도 'R&D 투자비율'은 매출 대비로 계산되기 때문에 매출이 성장하면 투자 비율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내년에는 (R&D투자비용을)2000억원 정도로 잡고 있는데, 내년에도 매출이 높아지면 또 (비율이)14~15% 수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부분을 잘 봐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미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임종훈 대표는 이날 주총 결과와 관련해 “주주들의 결정을 존중하며, 한미약품을 포함해 그룹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걱정하는 의견과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겠다”며 “지주사 대표로서 우려되는 부분이 적지 않으나 그룹 전체가 최선의 경영을 펼치고, 올바른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임 대표는 “어느 누구도 더 이상 불필요한 갈등과 반목을 초래하거나 그룹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며 “그룹 모든 경영진과 임직원은 부디 모두가 각자 본분에 맡는 역할에 집중해 최근의 혼란 국면이 기업가치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게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덧붙였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매우 아쉬운 결과이나 해임요건에 해당하는 여러가지 사실과 상황들이 시간이 갈수록 더 구체화될 것”이라며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면 주주들의 판단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