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나라 기자] 금융당국이 최근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한 카드 수수료율을 인하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카드업계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업계는 '성장을 위한 규제 완화는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15년째 규제 일변도로 카드사의 팔을 비틀고 있다'고 토로한다.
19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17일 여신금융협회에서 카드사 최고경영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내년도 카드수수료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내년 2월부터 신용카드 수수료는 연매출 3억원 이하 0.50%→0.40%·3억~5억원 1.10%→1.00%·5억~10억원 1.25%→1.15%·10억~30억원 1.50%→1.45%로 각각 인하될 예정이다. 체크카드 수수료 역시 30억원 미만 가맹점에서 모두 0.1%포인트(p)씩 낮아진다.
정부는 지난 2012년부터 3년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 원가 분석을 바탕으로 적격비용을 재산정해 우대 가맹점의 수수료를 조정해 왔다. 이에 따라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올해까지 5차례에 걸쳐 인하해, 연 매출 3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은 4.5%에서 0.4%까지 낮아졌다. 3억원 이상 30억원 미만 중소 가맹점의 수수료 3.6%에서 1.0~1.45% 수준으로 낮아졌다.
김 위원장은 "적격비용 산정 결과 연간 수수료 부담 경감 가능액은 3000억원 규모로 분석됐다"며, "최근 전반전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을 마련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금융위는 이번 수수료 인하로 연매출 30억원 이하 영세·중소가맹점의 경우, 평균 8.7% 수수료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의 경우 연간 20만원의 수수료가 경감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카드업계는 신용판매 수익성이 이미 적자인 상태에서 정부가 수수료를 또 인하해 카드사의 팔을 더욱 비틀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이번 수수료 인하 전에도 연매출 10억원 이하의 영세·중소가맹점까지는 대부분 신용카드 수납에 따른 카드수수료 부담 보다 공제받는 금액(1.3% 부가가치세)이 더 큰 상황이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도 좋지만, 활로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인 카드사의 팔만 비틀고 있는 정책이 장기간 이어왔다"면서, "카드사들이 비용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의 경우 "이번 수수료 인하 방안에 연매출 10억∼30억원의 가맹점도 포함됐다"면서, "예컨대, 1년에 30억원을 버는 식당을 중소가맹점으로 볼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는 등, 격양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카드업계는 신용판매에 대한 수익성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대안으로 규제완화를 통해 카드사들이 신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은 지난 11일 '제13회 여신금융포럼'에서 "카드사는 본업보다 대출이 주요 업무로 변화한 기형적인 구조를 갖게 됐다"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비용절감에 매달리느라 경쟁력 상실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카드업계는 구체적인 방안으로 개인 간의 월세 거래·중고거래 등으로 카드 결제 범위를 확대, 지급계좌 결제 허용, 무서명거래 한도 확대 등을 요구해 왔다. 특히 지급계좌 결제 허용의 경우, 카드업계의 숙원사업으로 꼽힌다. 지급결제 전용 계좌는 지급과 결제를 목적으로 하는 용도로 제한된 계좌를 의미한다.
현재 카드사는 비은행으로 분류돼 입출금 계좌를 발급할 수 없다. 따라서 만약 지급결제 전용 계좌의 개설이 허용될 경우 카드사는 은행을 거치지 않고 카드대금을 결제할 수 있게 되는 만큼, 은행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크게 아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은행권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도입에 진전이 없는 상태다.
또한 카드업계는 최근 핀테크사들이 간편결제 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지만, 이들에게 적용되는 법이 달라, 상대적으로 규제를 덜 받고 있는 부분에 대한 처우 개선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으로 배달앱의 경우 10%에 달하는 중개수수료를 받고 있는데, 이는 여신금융법을 적용받는 카드사와는 달리 핀테크사들은 전자금융법에 적용을 받고 있어 수수료 규제가 없다는 지적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자금융거래법의 적용을 받는 빅테크 기업들은 수수료율 규제가 없는 상황이다"면서, "우리나라의 적격비용 체계와 같이 국가가 가격을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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