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통화정책 속도 조절 시사…한은, 금리 고민 깊어진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연합뉴스]

[직썰 / 손성은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낮추는 동시에 내년 통화정책 속도 조절을 시사해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졌다.

탄핵정국과 고환율속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요구가 거센 가운데 예상밖 속도 조절로 계산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18일(미국 현지시간) 연준은 올해 마지막 FOMC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4.50∼4.75%에서 연 4.25∼4.50%로 0.25%p 낮췄다.

연준은 지난 9월 ‘빅컷’(-0.50%p), 11월과 12월 연속 베이비스텝(-0.25%p) 등 3차례 연속 금리를 하향 조정했다.

이번 FOMC의 최대 핵심은 금리 인하가 아닌 내년 금리 전망치다.

연준은 내년 말 미국 기준금리 전망치를 지난 9월 당시의 3.75~4.00%를 제시했다.

이는 지난 9월 당시 3.25~3.50%보다 0.50%p 높은 수치다.

전망치가 높아진 만큼 내년 금리 인하 횟수도 기존 4차례에서 2차례로 줄어들었다.

연준은 현재 미국의 경제가 여전히 탄탄하고 물가 재상승 여지가 있는 만큼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섰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인플레이션 인하 속도가 둔화하는 이유는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며 “내년 하반기도 성장이 예상돼 추가적인 금리 인하에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 시사로 한은의 계산은 복잡해졌다.

최근 한은은 내수침체를 타개하기 위한 내년 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추가 금리 인하를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한미 금리 격차는 1.5%p 줄어들어 내년 1월 추가 인하 여력은 확보됐다.

문제는 연준이 내년 금리 전망치를 수정하면서 중장기적인 달러 강세 지속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달러 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한은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선다면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환율이 상승한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줄곧 상승해 19일 오전 9시 20분께 서울외환시장에서 1450.60원에 거래되고 있다.

환율 상승은 3년 2개월간 긴축 정책으로 간신히 잡은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

같은 가격의 물품이라도 환율이 올라가면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하고 수입해야 한다.

수입물가가 올라가면 소비자물가 역시 상승하게 된다.

해외 금융기관은 한은이 내년 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씨티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행은 계엄 사태에 대응해 안정적 경제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인식할 것이며, 내년 1월 추가 0.25%p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프랑스 크레딧에그리콜(Credit-Agricole)은행도 “한은은 내년 2월에 추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으나 정치적 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경제 지표가 악화할 경우 1월로 금리 인하를 앞당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내년 1월 금리 인하와 관련해 “한달 정도 경제 지표를 보고 판단하겠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