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 ‘위고비’가 국내 출시된 이후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트-1)계열 주사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GLP-1은 음식을 섭취했을 때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혈당조절에 중요한 인슐린 분비를 촉진, 식욕억제를 돕는다. 본래 당뇨약으로 개발됐다가 뛰어난 체중감량효과가 확인돼 비만치료제로 출시된 것이다.
하지만 비만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처방돼야 할 이 약이 불법유통돼 단순미용목적으로 오남용되는 사례가 늘면서 학계에서도 GLP-1제제 처방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뇨병과 비만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꿀 약제인 것은 맞지만 올바른 대상에게 사용되지 않으면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당뇨병학회와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는 13일 GLP-1주사제의 올바른 사용을 위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이승환 교수(대한당뇨병학회 비만당뇨병 TF 팀장)는 당뇨환자에서 중요한 비만 치료에 대해 설명했다.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2024 당뇨병 팩트시트’에 따르면 국내 당뇨병 유병자 중 53.8%가 비만을 동반했고 복부비만을 동반한 당뇨병 유병자는 61.2%에 달할 만큼 당뇨환자의 비만 동반비율은 높은 상황이다.
이승환 교수는 “당뇨환자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혈당조절뿐 아니라 체중조절이 우선시돼야 한다”며 “GLP-1제제는 기존의 그 어떤 당뇨병 약제보다 당화혈색소 감소와 체중감량에 효과적이라는 것이 임상연구로 밝혀진 만큼 향후 더 기대가 되는 약제”라고 설명했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최성희 교수(대한당뇨병학회 홍보이사)는 GLP-1약제의 안전성과 효과를 설명하면서도 처방기준과 대상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성희 교수는 “이 약제로 가장 이익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체질량지수가 30 이상이고 당뇨병과 심혈관질환을 동반한 환자군이지만 실제 처방비율이 가장 높은 집단은 체질량지수 25 정도의 비만과는 거리가 먼 청장년 여성층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뇨병이나 심혈관질환을 동반한 고도비만의 상당수 환자는 새로운 치료제를 지불할 능력이 없는 반면 비만하지 않은 사람들이 미용 목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역설적”이라며 “목적에 맞는 처방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 의료진도 잠재적인 부작용을 고려해 신중하게 처방해야 하며 처방 후에는 면밀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한당뇨병학회 차봉수 이사장(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역시 “새로운 당뇨병∙비만치료제는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사용되면 좋은 약제임이 분명하지만 미용 목적으로는 권장하지 않는다”며 학회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밖에 최자영 의료소비자연대 의료사고연구소장, 안광수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의약품품질관리과장, 이지현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홍보이사(한국경제 기자), 이용호 대한당뇨병학회 총무이사(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이중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토론 패널로 참여해 새로운 당뇨병∙비만치료제의 안전한 사용과 건강보험 급여 적용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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