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강성 지지층과 거리를 두고 외연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차기 대권 주자' 여론조사에서 여당 인사들을 큰 격차로 앞서고 있지만 지지층이 결집하는 대선에서는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만큼 중도층의 표심을 선점하겠다는 계산이다.
이를 위해 이 대표는 윤 대통령 탄핵 직후 지속적으로 '민생'을 강조하고 있으며 국정안정을 위해 국정협의체를 제안하기도 했다. 또, 자신의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의 이장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여권에서도 이 대표를 향한 견제구가 날아들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이 대표를 향해 이미 대통령이 된 것처럼 행동한다고 비판했고, 홍준표 시장은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난동범"이라고 직격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역시 이 대표가 자신을 수사한 검사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는 것을 볼 때 윤석열 대통령처럼 위험한 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차기 대선주자, 이재명 48.0%·한동훈 8.0%.. 압도적 1위
중도층, '이재명 신뢰 안해' 49%.. 무당층은 65%
최근 실시된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는 50%에 육박하는 압도적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다.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지난 14일~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2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이재명 대표가 48.0%를 얻으며 8.0%에 그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크게 앞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죄' 혐의로 지난 14일 탄핵이 됐고, 검찰과 경찰, 공수처 등 수사기관이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관련 혐의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탄핵 책임론으로 친윤계와 친한계가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과 현재 추세라면 차기 대선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해 조기대선이 치러질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지층이 강하게 결집하는 대선은 쉽게 승부가 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에 치러진 제19대 대선 결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41.08%로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24.03%),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21.41%),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6.76%) 등 범보수 진영의 득표율은 52.2%로 과반을 넘었다.
이에 국민의힘 내에서는 조기 대선도 충분히 해볼만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당선을 좌우할 중도층의 표심이 이재명 대표에게 그리 우호적이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윤 대통령 탄핵 찬반 조사 결과 '탄핵 찬성'은 75%, '탄핵 반대'는 21%로 집계됐다. 중도층의 탄핵 찬성 응답률은 무려 83%나 됐다.
함께 실시된 주요 정치인 신뢰도 조사에서는 우원식 국회의장 56%, 이재명 대표 41%,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21%,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15%를 기록했다.
이 대표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51%였고, 중도층에서도 49%가 이 대표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무당층에서는 신뢰한다가 18%, 신뢰하지 않는다가 65%로 그 격차가 더 컸다.
민생·국정안정 강조.. 개딸 선긋고 우클릭 중도확장
이에 대권을 바라보고 있는 이 대표에게 '중도·외연 확장'은 필수 과제가 됐다.
최근 민생과 국정안정을 강조하고 중도·외연 확장 행보를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 대표는 15일 기자회견에서 국회와 정부가 참여하는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면서 국정안정과 국제신뢰 회복을 위해 적극협력하겠다고 했다. 또 당내에는 '국정안정·내란극복특별위원회'를 출범하겠다고도 전했다.
16일에도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적 불안 요소가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고, 국민들의 민생도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며 "모든 논의의 주도권은 국민의힘이 가져도 좋으니 꼭 참여해 주길 부탁드린다. 국정 전반에 대한 협의체 구성이 부담스러우면 경제와 민생 분야에 한정해서라도 협의체 구성을 요청드린다"라고 '민생'을 강조했다.
민주당도 17일 비상 계엄 사태로 혼란스러운 경제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민생 경제 회복단'을 구성하면서 이 대표를 뒷받침했다.
이 대표는 18일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만난 자리에서도 "조속하게 민생 안정을 위한 민생 추경을 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강성 지지층과도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지난 16일 회원 수 20만명이 넘는 자신의 대표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 이장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과거 비명계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을 문제 삼으며 이 대표를 향해 '이장직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날 이 대표는 "삼삼오오 광장으로 퇴근하는 여러분들도 그렇겠지만, 저도 덩달아 요즘 챙겨야 할 일이 참 많아졌다"며 "사실 이장이라고 해서 무슨 권한을 행사하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비상한 시국이니만큼 저의 업무에 조금 더 주력하겠다는 각오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썼다.
외교 분야에서의 우클릭도 두드러지고 있다.
이 대표는 계엄 사태 후 CNN(5일), AP통신(6일), 월스트리트저널·아사히신문(9일), 뉴욕타임스(10일) 등 미국·일본 언론 등과만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중국, 러시아 언론과는 만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는 "나를 한국의 트럼프라 부른다"며 "나는 극도로 정파적이지 않은 현실주의자"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오세훈 "이미 대통령 된듯 상왕놀이에 심취"
홍준표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난동범"
이준석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는 것.. 윤석열과 같음 의미"
이재명 대표의 최근 행보에 여권 내 유력 대권주자들의 견제도 시작되는 모습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대표를 겨냥해 "이미 대통령이 된 듯 '상왕 놀이'에 심취한 이재명 한 명의 존재가 한국 경제와 정치의 최대 리스크"라고 직격했다.
오 시장은 "민주당이 일방 처리한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은 기업인이 해외 출장과 질병 시에도 국회에 원격으로 출석해야 하고 영업기밀까지 전부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는 반기업, 반자본주의적 내용을 담고 있다"며 "기업 투자 방지법이나 다름없다. 이재명식 이중플레이가 도를 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5일 페이스북에 이 대표를 향해 "그대는 그냥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난동범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홍 시장은 "국회를 인질 삼아 난동 부리던 난동범이 이제 와서 국정 안정에 협조하겠다는 말을 보고 참 국민들을 바보같이 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면서 "범죄자, 난동범을 대통령으로 모실 만큼 대한민국 국민은 어리석지 않다"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14일 BBC코리아와 인터뷰에서 이 대표에 대해 "조금은 우려가 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야권 같은 경우 190석에 달하는 범야권 의석이라는 것이 윤석열이라는 사람이 사라지고 나면 국민들에게 또 다른 위협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며 "민주당에서 만약 대통령이 나온다면 무리한 입법을 했을 때 혹은 계엄을 발동했을 때 그걸 해제하거나 막을 수단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도 본인에게 형사적 리스크가 생기니까 당력을 동원해서 본인을 수사하고 기소했던 검사들에 대한 탄핵을 시도했다"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은 때로는 윤석열과 같음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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