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처음으로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회동을 가졌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악수를 주고 받으면서도 권 대행은 "남발했던 탄핵을 철회해달라"고 요구했고, 이 대표는 "정치하시는 분들께 이렇게 하고 밤에 잠 잘 오냐고 질문하고 싶다"며 에둘러 서로를 겨냥했다.
권 대행은 17일 이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최재해 감사원장,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 대해 민주당이 추진한 탄핵소추를 언급하며 "작금의 국정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서 남발했던 정치 공세적인 성격이 강한 탄핵소추는 국회 차원에서 철회를 해달라"고 포문을 열었다.
권 대행은 "최재해 감사원장, 박성재 장관 등 총 14건의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이라 대통령 탄핵소추안까지 헌재가 언제 다 처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헌재의 부담을 덜어주고 많은 분들이 탄핵소추 되어서 국정이 마비 상태니까 그것도 풀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요구했다.
또한 대통령제에 대한 비판과 함께 개헌을 언급하기도 했다. 권 대행은 "이런 작금의 사태, 우리 헌정사에서 이번까지 세 번에 걸친 탄핵정국이 있는데 저는 우리 헌법이 채택하고 있는 통치구조, 소위 말하는 대통령중심제 국가가 과연 우리의 현실과 잘 맞는지에 대한 검토가 이 시점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권 원내대표는 "1987년 헌법 체제 이후에 7번째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는데 제대로 잘했다는 평을 받는 대통령이 거의 없는 게 사실이다.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인 대통령제를, 좀더 많은 국민들의 민의를 반영할 수 있는 상생 협력할 수 있는 제도로의 변경이 필요하다"며 "이재명 대표가 전향적 자세를 보여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행정부는 행정부 나름대로 본연의 행정 업무에 집중해야 할 것이고 사법부는 흔들림 없이 신속하고 공정한 결정을 내릴 걸로 예상한다"며 "입법부만 지나친 경쟁을 자제하고 차분하게 민생과 안보를 위해 머리를 맞댄다면 혼란 정국을 잘 수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이재명 대표가 안보와 국방을 책임지는 국방장관 임명의 필요성을 언급해주신 것에 대해 환영하고 잘 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이 대표에 대한 긍정 평가를 했다.
이 대표는 권 대행에게 "저의 대학 선배님이시고 어릴 때 고시공부를 같이하고 옆방을 쓰던 선배라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이"라며 "국민의힘의 요즘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을 텐데, 확고한 지도력으로 혼란스러운 국정을 신속하게 정리해 주길 기대한다"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대표와 권 대행은 중앙대 법대 2년 선후배 사이로 각각 82학번, 80학번이다. 두 사람은 중앙대 고시반 출신으로 함께 사법시험을 준비한 사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현재는 안타깝게도 정치가 아니라 전쟁이 돼버린 상황"이라며"정치라는 것이 정치인으로 행복해야 나라가 안정되고 국민도 행복한데, 정치인들이 누군가를 제거하기 위해 싸우고 주어진 권력으로 오로지 '내 이익을 어떻게 챙길까 노심초사'하면 본인도 불행하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이어 "제가 가끔씩 정치하는 분들께 농담으로 묻는다. '행복하십니까', '이렇게 하고 밤에 잠이 잘 오십니까' 이런 질문하고 싶다. 정치가 복원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원내교섭단체로서 실질적 협의를 했으면 좋겠다. 당 대 당 토론, 논의가 사실 매우 잘 안 되고 있다"며 "그런 부분에서 통로를 만들어 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서 국정이 매우 불안정하다. 이럴 때일수록 국회의 제1당과 제2당이 힘을 합쳐 국정이 안정될 수 있도록, 위기를 겪지 않도록 실제로 협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한다"며 "권 대행께서 제가 제안한 국정안정협의체에 대해 비관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필요한 부분까지는 저희가 다 양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협의하지 못할 주제는 없다. 국민 눈높이에 맞게 무엇이든 협의해나갈 수 있다"며 "지금까지 잠재성장률에 맞춰 건전재정에 매몰돼서 정부의 경제 부문에 대한 책임이 너무 미약했다는 생각이든다. 조속하게 민생안정을 위한 추경을 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날 만남에 배석한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정례화는 아니지만 자주 만나서 협의하고 결론도 내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공감대가 있었다. 이 대표는 '오른손으로는 싸우더라도 왼손으로는 협상하자'고 제안했다"며 "국민들 눈높이에 맞게 여야가 합의를 이루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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