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먼트뉴스 길하은 인턴기자]
요즘은 상업 영화가 참 많다. 뭐 대작들도 다 상업 영화이긴 하지만 내가 말하는 상업영화란 정말 그냥 자극적인 소재만 집어넣고 긴장감만 심어놓고 허무하게 끝나는 그런 뻔한 영화들이다. 영화 <그녀가 죽었다> 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관음증'이라는 신선한 소재와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말이 나오는 SNS에서의 이야기, 그런 자극적인 소재들을 때려놓은 뻔한 영화일 것이라고 처음엔 생각했다.
하지만 다 보고난 후의 소감을 말하자면, 아주 잘 만든 웰메이드 영화이다. 재미는 둘째치고, 잘 짜여진 스토리와 흘려보내는 장면 없는 연출이 기가막히다.
우선 이 영화는 처음 변요한 배우의 자기소개로 시작한다. 일상을 시작하는 사람들과 너무나도 일반적인 모습으로 그들의 속에 들어가있는 구정태. 그리고 소리없이 보면 "뭐가 문제야?"라고 할테지만 이 고요한 평화를 깨버리는 구정태의 자기소개. 굉장한 완벽주의처럼 보이는 그의 각잡힌 행동과 그것을 그대로 따라가는 각잡힌 연출이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아주 잘 보여준다.
관음증으로 나는 다른 사람을 아주 잘 안다는 그의 알 수 없는 우월감. 그리고 그런 그에게 '최소라'라는 정말 알 수 없는 여자가 눈에 들어온다. 이 여자의 SNS를 염탐하며 정보들을 모으고, 그녀의 생활반경에서 빠짐없이 그녀를 봐오던 구정태. 신이 도왔던 걸까? 그의 부동산에 최소라가 자기 발로 들어온다. 자신의 집을 팔기 위해 마스터키까지 넘겨주며.
그렇게 최소라의 집까지 들어갔던 구정태는 우렁각시마냥 그녀의 집에서 필요한 일들을 대신 해준다. 여느 날처럼 그녀의 집을 수리해주기 위해 신나게 집에 들어간 구정태는 소파에 누워 처참하게 죽어있는 그녀를 마주한다. 최소라는 왜 죽었을까? 그리고 이대로면 스토킹이 아닌 살인죄에 몰릴 구정태는 어떻게 행동할까?
앞에서도 말했듯 이 영화는 정말 잘 만들어진 영화이다. 부동산 중개인이라는 구정태의 직업부터가 정말 오점없이 잘 짜여져있다. 그리고 이 나레이션으로 나오는 인물들의 심리, 생각들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무기이다. 게다가 영화의 중반부터는 나레이션의 주인공이 바뀐다. 우리는 그 전까지 구정태라는 인물에게 나레이션으로 끌려가며 오직 쫓기는 사람의 심리에 몰입했는데, 후에 주인공이 바뀌며 엄청난 반전과 소름끼침이 찾아온다. 소재가 뻔해도 이렇게 잘 짜여지면 재밌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신혜선 배우의 연기는 정말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다. 후에 갈수록 치닫는 이야기들을 보며 저 연기는 신혜선 배우만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갈수록 뒤집고 뒤집는 스토리가 반복되면서 살짝 아쉬웠다. 그리고 마지막 메시지는 꽤 킥이라고 생각하면서 넣었을 것 같지만 사실 전체의 80%가 변요한 중심인데 이제와서 그도 범죄자다 라는 것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 의미가 있나? 싶었다. 차라리 구정태의 끔찍한 속을 더 많이 역겹게 보여줬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경찰 역할은 몰입이 깨지는 요소였다.
이런 스릴러 상업 영화들은 거의 비슷하다. 긴장감과 잔인함만 기억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개미집과 같은 신선한 연출이 더 기억에 남았다. 다른 상업영화에도 이런 완벽한 연출이 더해진다면 더욱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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