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긴 불황 터널에서 벗어나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올라탄 K-조선업계는 수주 물량이 넉넉한데다, 실적 개선세가 이어지면서 배를 든든히 채운 모습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올 한해 조선 산업 핵심 키워드는 '전쟁'이다. 조선사 간 수주를 위한 경쟁이 전쟁으로 번지면서다. 그러나 해외 수주를 위해서는 '원팀'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이에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2024년에 벌어진 국내 조선업계의 주요 이슈들을 정리해 봤다.
◆3분기 동반 흑자…수주 곳간 두둑
국내 조선 빅3인 △HD한국조선해양(009540) △한화오션(042660) △삼성중공업(010140)은 올해 3분기 동반 흑자를 달성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영업이익 3984억원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477.4% 증가한 수치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도 각각 256억원, 1199억원을 기록했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 한화오션
업계에서는 2008년 이후 처음으로 3사 연간 합산 영업이익이 2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출하는 상태다. 수주 곳간 역시 두둑이 채웠다. 현재 3사가 쌓아둔 수주 잔량은 3년 치 이상이다.
◆'연간 수주 목표' 달성 여부 주목
올해 수주 목표 달성 여부에도 관심이 쏠렸다. 우선 HD한국조선해양은 일찍이 달성했다. 올해 205억6000만달러를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 135억달러의 152.2%를 기록했다. 지난 7월 3사 중 가장 먼저 목표치를 넘겼다.
한화오션은 양적 수주 경쟁에만 치우치기보다, 질에 초점을 맞춰 선별 수주하는 전략에 따라 연간 수주 목표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까지 81억5000만달러의 누적 수주 실적을 달성했다. 작년 실적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아직 삼성중공업만 달성하지 못한 상황이다. 올해 목표 97억달러의 68억달러를 달성하며, 70% 수준에 머물렀다. 다만 굵직한 수주가 남아있어, 연간 목표를 무난히 뛰어넘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트럼프 당선' MRO 포함 수혜 기대
여러 산업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재집권에 따른 변수에 주목하는 가운데, 조선업계엔 기회 요인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트럼프 당선자가 한국 조선업과의 협력을 언급해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지난 11월6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11·5 미국 대통령 선거 승리 선언 방송을 보고 있다. ⓒ 연합뉴스
여러 사업 중에서도 MRO(유지·보수·정비)에 이목이 집중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조선업은 한국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며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고, 선박 수출뿐 아니라 MRO 분야에서도 한국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미 한화오션은 미국 해군 함정의 MRO 사업을 연이어 수주했고, HD현대중공업(329180)은 내년부터 MRO 수주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예정이다.
시장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업체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함정 MRO 시장 규모는 올해 577억6000만달러(약 82조원)에서 2029년 636억2000만달러(약 91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특히 미국은 세계 최대 방산 시장으로 함정 MRO 시장 규모만 연간 20조원에 달한다.
◆끝나지 않은 KDDX 전쟁…중재 나선 방사청
올해 국내 함정산업에서 가장 큰 이슈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둘러싼 갈등이다.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6000톤급 '미니 이지스함'을 국산화해 6척을 실천 배치하는 것으로, 사업비만 7조8000억원에 달한다.
통상 함정사업은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KDDX 사업의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맡았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조감도. ⓒ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갈등이 심화하면서 사업이 계속해서 미뤄졌다. 당초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은 지난 7월로 예정됐었다. 해당 사업과 관련해 서로 고소·고발전을 벌여 경쟁을 넘은 전쟁으로 평가됐다.
다만 법정 진흙탕 싸움은 면하게 됐다. 지난달 양사가 대승적 차원에서 고소·고발을 취하했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양사 간 화해 무드가 조성된 것처럼 보이지만,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잇따르고 있다.
KDDX 사업자 선정 방식을 두고 양사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어서다. 게다가 탄핵 정국으로 인해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사업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또 최근 10조원 규모의 호주 함정 건조 사업 입찰에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모두 참가했지만 탈락하면서 이제는 '원팀'을 이뤄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당시 경쟁국들은 정부와 기업이 원팀을 이뤄 수주전에 뛰어들었으나, 이들은 개별적으로 사업에 참여했다.
이런 상황에서 방위사업청은 현재 국내 주요 방산업체 CEO들과 만나 업계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특히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갈등을 빚는 것에 대해 관심을 둬, 중재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방사청은 양사의 협력 체계 구축을 유도할 계획이다. 양사도 경쟁이 불가피하지만, 글로벌 수주를 위해 대외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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